light steel blue size=3> (말인의 산문)
light steel blue size=6> 도전
"불합격!" 또 실패다. 순간 억장이 무너지는 듯한 좌절감이 뇌리를 짓누른다. 이 짧은 순간을 위해 | 얼마나 길고 초조하고 지루한 시간을 기다려 왔는데... 내가 뭘 잘못했길래 불합격이란 말인가? 한번도 아닌 두번씩이나 떨어지다니..... 널리고 깔린게 자동차요,웬만한 사람들은 거의가 다 갖고 있는게 면허라 이거 없으면 무슨 팔불출이라도 되는가싶어 그깐 운전면허시험 정도야 하며 가볍게 덤벼든 내가 잘못이었다. 합격 쯤이야 따놓은 당상 어쩌고 큰소리치며 집을 나선 한집안의 가장 체면이 말이 아니다. 아내는 벌써 처녀 때 일종 면허를 땄는데 나는 겨우 2종 시험에 두번씩이나 떨어지다니.... 아들 딸에게 시험 하나 제대로 못보느냐구 핀잔주던 아빠체면이 이래서야... 갑짜기 높아만 보이는 저 운전면허 소지자들.... 척척 합격되는 저 합격자들의 환한 미소가 나의 불합격에 대한 조소로 보여왔다. 나의 운동신경이 이리도 둔하단 말인가?| 아! 저 멀고 험난해 보이는 합격으로 가는 주행코스.... 먼 먼 옛날 학교공부는 그래도 자신있었는데.... 이깐 면허시험에 떨어지다니... 순간 사회의 맨 뒷줄로 밀려난 듯한 무력감이 나를 자연스럽게 시험장앞 포장마차로 발길을 돌리게 했다. 하! 나 같은 사람들의 화를 달래주기위해서 여기 포장마차가 있는거라는 생각이 든다. 손님도 많군 . 나처럼 떨어진 동포들.... 연거푸 마셔댄 소주, 다음 날 아내와 아이들이 나를 보며 킥킥 웃어댈 때 쯤에야 내 의식이 돌아왔다. "당신은 해 낼 수 있어요. 다시 한번 도전장을 내는 거예요." "글쎄, 이젠 면허시험 같은 건 절대 안 본다구. 내가 두번 다시 시험치러 가면..." 위로하는 아내에게 나는 단호하게 도전을 포기하는 발언을 했다.
허지만... 허지만 나는 이미 다음 시험 날짜를 받아 갖고 온 상태가 아니던가?... 그래, 이번엔 식구고 친구고 주위사람이건 귀신이건 아무도 몰래 시험을 치루러 가는거야. 그래야 떨어져도 덜... 비장한 각오로 아내 몰래 한시간씩 시간제로 주행연습을 했다. 이윽고 시험날, "나 오늘 친구 어머니 병 문안 좀 다녀와야 겠어." "누가 아프시데요?" "응,엊저녁에 당신 없는 새에 xx한테서 전화가 왔더라고. 나 잠깐 병원 좀 다녀올게" 정말 그럴 듯한 핑계였다. 아내는 선뜻 허락했다. 그런 일은 절대 빠져서는 안된다며 용돈까지 주면서 평소의 아내 답지않게 떠밀다싶이 나를 배웅했다. 홀가분하다. 오늘은 떨어져도 부담은 없다. 진정제라도 한알 사먹고 탈까? 남들은 우황청심환도 먹는다는데, 더러는 소주도 한잔 슬쩍 걸치고 탄다는데.... 정신 바짝 차리고 내 앞 순서들이 타는 모습을 열심히 봤다. 이제 내 차례다. 긴장하지 말아야지. 이깐 시험이 무슨 사법고시나 되나? 떨긴 왜 떨어. 떨지마... 마음 속으로 단단히 다짐을 해 보지만 가슴이 두근두근 해옴을 느꼈다. 자. 찬찬히 출발하자. 방향지시등, 일단정지, 돌발, 언덕오르기,굴곡... 어떻게 지나왔는지도 모른다. 합격! 꿈만같은 합격의 영광이 나에게도 주어졌다. 내 생전 이렇게 기쁜 일도 처음만 같다. 오늘은 큰소리 좀 치자. 아내와 자식들에게 마음껏 큰소리 좀 쳐 보자. 내가 뭐 그동안 실력이 없어 떨어진 줄 알어? 재수가 없어서 시동도 잘 꺼지고,클러치도 엉망진창인 못된 놈의 자동차가 걸려서 떨어졌지... 후후.... 웃음이 절로 나왔다. 오늘은 그 좋아하는 삼겹살 좀 사다 달래서 아내 앞에서 떳떳하게 한잔 해야지... 합격도장을 받아서 막 돌아서는 찰라였다. "축하해요. 여보~" "어? 당신이 여길 어떻게...." 당황해하는 내게 아내는 킥킥 웃으며 대답했다. "여기가 병원이우? 어이구 환자들 많네. 면허시험에 떨어져 속 상해 하는 울화병 환자들..." "ㅎㅎ, 근데 어떻게 여긴 왔어?" "난 다 알고 있었죠. 오늘 시험 날짜 받아 놓은 걸.. 접수증을 봤죠.ㅎㅎ" "그랬어?" 멋적어 웃는 나를 아내가 꼬집었다. "다음엔 뭘 도전하실래요?" "글쎄, 면허도 땄으니 이제 무사고 운전에나 도전해 볼까?" 그로부터 15년이나 지났다. 그동안 자동차도 3번째 바꿨고 우리4식구는 모두다 운전면허를 갖고 있다. 그리고 나의 무사고 행진은 지금까지도 변함없이 진행되어 왔고 또 진행되어 질 것이다. 20만 km 이상이나 운전해 오면서 나는 가끔 면허시험을 보던 그 때를 떠올리며 "자식 많이 컸군" 이라는 독백을 씹으며 웃어보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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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ght steel blue size=2 face= 가을체>(흐르는 곡은 Viva Forever Spice Girls )
이 칼럼은 말인의 자작시와 글로 꾸며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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