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인의 자작詩) 냉이
나이 50도 더 먹은 남자가 나이 50이 다 된 아내랑 승용차에 호미 두 개를 싣고 냉이를 캐러 들판엘 나왔다.
아들은 군대보내고 딸은 유학보내고 일요일 갈 곳 없다며 냉이나 캐러 가자던 아내는 소풍이나 가는 냥 새벽부터 김밥을 말았다.
냉이가 어떻게 생겼는지도 모르고 해마다 봄이면 냉이무침 냉이국 향이 좋아 맛있다고 먹기만 했었는데 요것이 땅에박혀 살아 있을 땐 이렇게 생겼구나.
반나절을 캐고나니 검은 비닐 봉지에 반이나 찼다. 저녁 식탁부터 며칠이고 냉이반찬만 올라오겠지.
시장에서 사면 1000원어치도 안될 냉이 몇뿌리 캐어 놓고 왜 그리 좋은지.... 논뚝방에 앉아 김밥을 먹는다. 아들 딸 안보여도 김밥만 맛있다.
환한 햇살 아래서 아내 얼굴 보기는 정말 오랫만이네. 에고! 당신도 주름살이 많이 늘었군. 사위 볼 때가 되긴 됐어.
다음 일요일에도 또 냉이 캐러 나오자는 아내 그래 맨날 냉이 캘 수 있는 봄만 있었으면 좋겠다.
나물 캐던 봄처녀 모두 도회지로 나갔나봐. 우리가 캐 갈 냉이 남겨둔 처녀들아 고마워.
이 칼럼은 말인의 자작시와 글로 꾸며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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