末人 2002. 1. 9. 14:44














(말인의 자작詩)



냉이

 








나이 50도 더 먹은 남자가
나이 50이 다 된 아내랑
승용차에
호미 두 개를 싣고
냉이를 캐러 들판엘 나왔다.

아들은 군대보내고
딸은 유학보내고
일요일 갈 곳 없다며
냉이나 캐러 가자던 아내는
소풍이나 가는 냥
새벽부터 김밥을 말았다.

냉이가 어떻게 생겼는지도 모르고
해마다 봄이면
냉이무침 냉이국
향이 좋아 맛있다고 먹기만 했었는데
요것이
땅에박혀 살아 있을 땐 이렇게 생겼구나.

반나절을 캐고나니
검은 비닐 봉지에 반이나 찼다.
저녁 식탁부터
며칠이고 냉이반찬만 올라오겠지.

시장에서 사면 1000원어치도 안될
냉이 몇뿌리 캐어 놓고 왜 그리 좋은지....
논뚝방에 앉아 김밥을 먹는다.
아들 딸 안보여도
김밥만 맛있다.

환한 햇살 아래서
아내 얼굴 보기는 정말 오랫만이네.
에고! 당신도 주름살이 많이 늘었군.
사위 볼 때가 되긴 됐어.

다음 일요일에도
또 냉이 캐러 나오자는 아내
그래
맨날
냉이 캘 수 있는 봄만 있었으면 좋겠다.

나물 캐던 봄처녀
모두
도회지로 나갔나봐.
우리가 캐 갈
냉이 남겨둔 처녀들아 고마워.






이 칼럼은 말인의 자작시와 글로 꾸며지고 있습니다.








***(2001년 3월 13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