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과 이별의 시 1

골목시장(詩)

末人 2002. 1. 9. 15:07


















(말인의 자작詩)



골목 시장






가끔
사람이 보고 싶으면
아내와 나는
동네 골목 시장엘 간다.


모진
세월의 풍상 다 맞은
흰 머리 할머니가
한많고 고달픈 삶을
둥그런 녹두 부치미로 지져내는
내음


냉동 동태의 모가지를
육중한 검은 쇠칼로
내리치는 생선집 아줌마의
찌든 앞치마 속엔
자식들의 꿈을 심어주는
때 묻은 지폐들이
퇴비거름처럼 쌓여져 가고 있다.


회색빛의 삭막한
도회지
풀 한포기 흙 한줌 보지 못하고 살다
문득 계절이 보고 싶어 찾아온 시장


아직
흰 비닐 휘장 끝에 매달린 늦 겨울 바람이
순대국 집 엉성한 간판을 흔들고 지나가는 골목 끝
붉은 프라스틱 함지에
냉이, 쑥 몇 뿌리 담아 놓고
지나가는 여인네들을 열심히 부르는
냉이 숫자보다 많은 주름살을 얼굴 가득히 담고 있는
할머니의 손 끝에서
겨우 묻어나는 봄을 본다.


아내는
가는 겨울을
썩지 않게 장농 속에 넣어두려 한다며
박하사탕처럼 하이얀
나프타린 좀약을 샀다.


나는
마지막 떨이를 외치는
물미역 장수 아저씨의 얼굴 가득 붉게 번져 있는
막걸리가 만든
노을을 보며
시장끼를 느낀다.


아내의 손을 잡아 끌고
짙은 화장을 한 채
돼지 곱창을 볶고 있는
젊은 여인네 앞의
허름한 앉은뱅이 의자에 앉아
시장 냄새 하나가득
쏘주 잔에 함께 타서
마시고 나니


아!
무인도에서
사람사는 마을로
방금 구출되어 나온 듯
세상이 아름답다.


생선내음
야채내음
그리고 인간들 내음이 어우라져
바람과 춤추는 골목.
나도

좌판 위의 눈깔 말뚱한 물오징어가 되어
누구네 밥상위나 구경갈까?






















id="Real System">value=" http://country.korpop.com/Music/onlyTime_Enya.r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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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ght steel blue size=2 face= 가을체>(흐르는 곡은 Enya(엔냐)의 only Time)

이 칼럼은 말인의 자작시와 글로 꾸며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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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년 4월 1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