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인의 독백)
작별과 만남,
그리고 또 다른 상념들...
(작별)
비가 내린다. 모두가 그리도 갈망하던 비가 내린다. 마른 마음을 적셔주는 비가 내린다. 비가 내리는 하루 나는 비처럼 내리는 두가지의 서로 다른 걸 맞았다. 작별과 만남... 그리도 애타는 그리움을 내게 주었던 그니와의 재회, 그리고 그리도 애타게 갈망하던 또 다른 그니와의 작별... 만남과 헤어짐이 이리도 쉽고도 흔한 거라는 생각이 온통 내 어지러워진 머리 속을 채우고 있다. 맑았던 그니의 음성 속에 보일 듯 안보일 듯 감추어진 서러움을 내가 훔쳐본 순간 울컥 나도 내 가슴 한가득 채우며 내리는 상념의 비를 맞고 있었다. 삶이라는 틀 속에 구속되어졌던 맑은 영혼이 몸부림치다 떠난 빈자리를 어루 만지며 슬퍼 할 수도 괴로워 할 수도 없었던 하루, 비가 내리고 있었다. 잘가! 잘 살어, 행복해야만 돼! 비는 내리건만 내 가슴엔 마른 가믐이 시작되고 있었다.
(만남)
비는 아직도 그치치 않고 뿌려지고 있다. 울컥~! 생각이 났다. 어떻게 지냈어? 그리도 애타게 기다리던 비도 내리는데... 끊어질 듯 가냐린 음성이 왔다. 재회... 떠나보낸 빈 마음에 문득 채우고 싶어졌던 공허가... 웃고 있었다. 모든 아픔, 미련, 꿋꿋히 삭이고 살아온냥 웃고 있는 그니가 슬퍼보였다. 비는 내리는데 그니는 웃고 있었다. 다시 본 그니의 모습엔 삶이 주는 모진 시련의 비를 흠뻑 맞으면서도 자신의 운명이 아닌냥 거부하지 못하고 안으로 삭이며 산 인고의 서러운 내음이 났다. 잘가! 잘 살어, 행복해야만 돼! 비는 내리건만 내 가슴엔 여기에서도 마른 가믐이 시작되고 있었던 거다.
(또 하나의 만남)
비가 그쳤다. 빗물에 행구어진 가로수 잎새들이 불어오는 바람에 싱그럽게 흔들린다. 수줍은 듯 조심스런 문자가 마음을 두드린다. 사랑.... 언제 들어도 가슴 벅찬 단어... 그 사랑이 비 그친 날의 나무 잎새가 되어 내 가슴 안에서 흔들린다. 우리네 인간이 스스로 만든 틀 속에서 숨통을 조여오는 호홉곤란의 중병을 앓게 한다. 박차고 부수고 깨뜨리고 타 넘어 보다 산뜻한 바람을 찾아 나서 보고 싶건만 그것은 이룰 수 없는 꿈... 오늘따라 작은 두드림이 마음을 애절케 한다. 하나의 변치못할 조각같은 형상으로 만들어진 나였다면 그 무엇에게도 흔들리진 않았을텐데... 언젠가는 누구에게 훔침을 당할 것 같은 불안함에 일기를 포기했듯이 나는 말을 잃고 허공에 담배연기만을 뿜는다. 아직은 찾아오지 않은 작별에 고마와 하며 타들어가던 대지 위에 뿌려진 비와 같이 삭막한 마른 가슴에 그래도 그니는 비가 됨을... 옆에 있어주어 아름다운 그대여! 사랑해~!
(그리고...)
만남과 헤어짐... 우리네 삶 자체가 처음부터 만남과 헤어짐의 숙명을 갖고 시작된 거니 업보처럼 필연처럼 그렇게 따라 다니는가 보다. 우연인 듯 시작된 만남이지만 우연인 듯 떠나는 작별 이지만 어쩌면 우리가 알지 못할 그 어떤 위대한 신의 각본에 의해 준비되어 있었던 거라는 생각이 드니 무엇이 그리 기쁘고 서러우리. 우리네 인연이 그것 밖에 아니었음을 안 순간 밀려오는 서글픔에 스스로를 잠시 주체 못할 뿐 그것이 준비된 것임을... 그것이 숙명임을... 내일이면 또 다른 하늘이 열리고 열린 하늘은 또 어느날 비를 뿌려 줄 것인데 내리는 비를 바라보며 무엇을 서러워 하리 무엇을 안타까와 하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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