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인의 산문)
작은 아버지의 감자
내 아버지의 숨결이 느껴지는 고장, 내 어린시절이 시내 곳곳에 흩어져 딩구는 고장, 강릉..... 나는 와도와도 또 오고 싶어 해마다 이 강릉을 찾는다. 갈 수 없는 곳에 고향을 둔 탓이기에 강릉은 나에겐 어느덧 고향이 되어 있었다. 여기서 초등학교도 다녔고 중학교도 다녔으니 고향이 아닐 수 있겠는가? 이번 여름에도 나는 또 강릉을 찾았다. 지난 해 여름과 가을에도 또 지지난 해 여름에도 들렸지만서도 강릉에 계시는 작은 아벗님을 찾아 뵙지 못한 송구스런 마음에 이번엔 기필코 문안인사를 꼭 드리리라 마음먹고 왔다. 집안이라곤 본래 없는 우리인데 그나마 작은 아버지 한 분 계신데 늘 친구들과 어울려 내려오다보니 단체 행동에서 벗어 날 수가 없어 전화 한 통 드리지도 못하고 그냥 가곤 했었다. 일찌기 고향 평양을 버리고 피난나온 아버지는 같은 처지의 외로운 분 세명끼리 의형제를 맺으셨다. 벌써 45년도 더 전의 일이었다. 그 세 분 중 우리 아버지와 막내 작은아버지는 이미 돌아 가셨고 유일하게 남으신 분이 바로 여기 강릉에 계신 작은 아버지 한 분이시다. 우리 부부가 작은 어머니를 모시고 꼬불꼬불한 산길을 돌고돌아, 80을 바라보는 노구임에도 유일한 낙으로 삼으시며 날마다 일과처럼 정성드려 일구신다는 밭을 찾아갔을 때 작은 아버지는 삼복 더위도 아랑곳없이 구슬 땀을 쏟으시며 괭이질을 하고 계셨다. 뒤로 소나무들이 빼곡히 둘러처진 산 아래 남향한 밭에는 그 분의 땀과 낙이 어울러진 들깨,감자. 고구마.고추.감나무. 포도나무,호박,무슨 콩... 등등이 싱싱하게 자라고 있었다. 본래 풍류를 좋아하시고 벗들과 어울리시길 좋아하시는 성품대로 솔밭 가운데에는 통나무로 만든 무슨 원두막같은 정자가 꾸며져 있었고 그 아래에는 큰 대형 솥단지를 걸어 놓은 아궁이도 만들어 놓으셨고 옆에는 벗들이 놀러 올 적마다 비운 술병들이 즐비하게 널려있어 이 곳이 당신의 멋과 낙이 넘쳐나는 공간임을 말해 주고 있었다. 비닐로 만든 움막에는 이미 수확해 놓은 감자며 고추 옥수수가 즐비했고 한켠엔 바둑판 장기알 등등이 보였다. 농사랍시고 일구고 가꾸는 취미로 지으셔서 다 출가시킨 2남 4녀들에게 보내주는 재미로 낙을 삼으신단다. 홀홀 단신 피난나와 일가친척 피붙이 하나 없는 남한 땅에서 그 분도 우리 아버지와 의형제 맺으시고 우리 집안을 유일한 집안처럼 여기시고 사신 탓에 동생들도 모두 피를 나눈 형제 이상으로 가깝게 지내는 사이다. 그래도 세 분의 의형제께서 50년대 중반기에 연고 하나 없는 이 곳 강릉에 와서 터를 잡고 살았는데 이 분만이 유일하게 끝까지 강릉을 떠나지 않으시고 사시고 계신다. 비포장이었던 대관령 삽달령 진부령을 털털대는 화물차 짐칸 위에 옷 보따리와 함께 실려 다니시며 정선, 임계, 대화, 횡계, 주문진, 양양장을 돌아다니며 장돌뱅이로 살아오시면서도 자식들 공부만큼은 남 못지 않게 시키신 덕에 큰아들은 2~3년 뒤면 교장자리를 맡을 수 잇는 교육 공무원으로 둘째는 한국최고의 s대와 대학원, 그리고 미국 유학까지 다녀와 원자력핵 공학 박사로 길러내신 분이시다. 차에 짐이 넘쳐 실을 수 없다는데도 작은 아버지는 움막에서 제일 크고 잘 생긴 감자를 종이상자 가득가득 담아주신다. 세그루 밖에 없는 포도나무에서 이거야 말로 무공해 포도라며 익은 열매는 다 따서 담아주신다. 고구마 캘 때 내 어머니를 꼭 한번 모시고 내려 오라시며 저 앞 농로 옆에 세워 둔 나의 승용차가 떠날 때까지 손을 흔들어 주시는 작은 아버지의 모습을 뒤로 하며 아쉬운 작별을 드려야 했다. 팍신팍신해서 아무데서도 구입키 어려운 감자라며 굳이 상자를 채워 주시던 작은 아버지의 주름진 손이 지금도 어른거린다. 삶아낸 감자를 먹으며 나는 아버지가 남겨주신 의(義)와 정(情)에다 작은 아버지의 한결같은 사랑과 그리고 우리 어른들의 외로움까지 함께 삼키는 듯해 순간 복받치는 감정에 울컥 목이 메어 옴을 느꼈다.
이 칼럼은 말인의 자작시와 글로 꾸며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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