末人 2007. 11. 28. 15:15

증오

(말인)

그것은
태어날 때부터
가슴 한복판에
매달려 있었던
생각을 소화시키는 내장이었다.
이것 저것
잠못이루는 밤이면
신물처럼 올라오는 번민의 담즙을 만들어 냈고
가슴을 치고 오르는 가슴앓이 증상을 보여주기도 했고
때로는
고열로 인하여 머리 뽀개지는 듯한
두통을 동반하기도 했다.

망각이라는 진통제를 복용하면
증세는 잠시 나아졌지만
어느새 통증은 재발되어 오곤 했다.

구멍뚫린 이성의 틈바구니로
녹물처럼 스며들던 상념에
온 마음 다 벌겋게 적시던 날이면
거기
파리해져 가던 분노의 입술 밖으로
자제할 수 없는 개거품이
버글버글 솟구쳐 올랐다.

이건 아니야,
도리질하며
열심히 닥아낸 휴지가
구겨진 마음처럼
버려진 휴지통을 차고 넘칠 때

또 다른 증오는
가슴 한켠으로 세균처럼 전이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