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기 1

[스크랩] 북한산 형제능선

末人 2008. 10. 28. 18:53

산행지  북한산 형제능선
산행일  2005년 2월6일
코  스  불광역2번출구-길건너 마을버스 7211번-올림피아호텔-
        형제봉매표소-형제능선-형제봉(462m)-대성문-보국문-
        대동문-이준열사묘역-매표소-사일구탑-강릉초당두부
날  씨  집결지인 불광역 안 2번출구엔 찬바람이 씽씽..
        얇고 가볍게 입고 온 등산복 차림에 후회하는 회원들.
        능선을 타고 오르자 봄날처럼 따사로운 햇살..
        바람없는 산길.. 부숴져 내리는 햇살, 이른 여름같은 착각마저..
참가자
보라/제강/최건망/솔개/트레비스/유비/빠삐용/
야생화/말인/오크/가빈/여울/인왕산/햅번/술이/물안개/
노병장/로망스/위원장 (19명)
구정 연휴의 시작,
쌀쌀한 날씨임에도 많은 회원님들이 참가한 산행이다.
불광역사 안은
전철이 통과할적마다 그 빈 공간을 채우려는 자연현상으로 인하여 
차가운 공기가 지하계단을 타고 빠르게 유입되며 
찬 바람을 일으킨다.
햅번님은 연상 윈드자켓을 매만지며
추위를 걱정한다.
자신의 옷차림과 내 옷차림을 대비라도 해 보려는 듯
내 겉옷의 쟈크를 내리고 속옷까지 살피며
옷의 두께? 아니 숫자를 확인해 본다.
많으면 한 개라도 벗어달랠 기세다.(ㅋㅋ) 
그렇지 않아도 
아침부터 너무도 시원한 모습을 대하느라 
가슴이 시릴 정도였는데
옷마저 벗어주고나면
추위에 쪼그라들 혈관이 나의 내일을 보장치 못할 것일텐데...
로망스님의 눈은 호수보다 깊어 보였다.
물결처럼 일렁이는 그니의 미소는 
심장병 환자의 심장을 단숨에 멈추어 버릴만치 강렬한
살인미소다.
등허리까지 흘러내린 흑진주빛 머릿결이
발자욱을 뗄적막다 파도처럼 출렁인다.
무더운 여름 날
한줄기 퍼붓던 소나기보다 시원한 모습 속에 취해
40분 전철여행은 어떻게 진행되었는지도 모른다.
다만
내 옷을 매만지는 햅번님의 손가락이
혼미한 나를 
차가운 겨울 기온 속으로 끄집어 내어주고 있었다.
산길에 녹아있는 겨울 햇살 쪼가리들을 밟으며
산의 고도를 먹어들어가는 산행은
즐거움보다는 언제나 숨찬 고통을 먼저 준다,
야생화님의 소녀같은 웃음을 감상할 여유도,
물안개님의 넉살좋은 유머에 배꼽쥘 일 따위는 엄두도 못낸 체
그냥 가빠오는 호홉을 어떻게 정리해야 할지만을 생각하며 오른다.
최근 3키로의 살을 무상배급 받아
어지간한 겨울바람 따위엔 날아갈 염려조차 없다는 오크님을
부러워 할 이유는 없었다.
그가 얻은 살은 어디까지나 그의 몫일 뿐
내가 탐낸다고 얻어질 것은 아니지 않은가?
3키로정도 몸무게가 늘어났다고
오크님이 떼는 발자욱이
지구를 박살낼 듯
쿵쾅쿵쾅 요란하게 울려
고막이라도 찢어 놓는다면 몰라도
그러치 않고서야 그의 살찜을 배아파하거나 시기할 필요는 없다.
대성문 아래
남향한 8부능선 쯤에 잘 다져진 넓은 공터가 한군데 있었다,
배가 고파서
또는 짐이 무거워서,
아니면 맛진 먹거리 자랑을 위해서라도
식사시간은 가져야 한다.
쭈악 늘어진 먹거리들..
솔개님의 김치가 단연 인기 톱,
약식에 특수주먹밥(용어를 몰라서,,,^^*  )
우거지된장국에 뭐뭐뭐,,,( 나열되었던 음식명을 저장할 두뇌공간부족으로 인하여  다 적어낼 수 없슴) 다 밝힐수 없다,
아무튼 이럴 때 쓰는 아주 편하고 적절한 용어-푸짐하다.
동편은 과일에 강하고 서편은 안주에 강하고 중편은 입놀림에 강하여...
동쪽지방-예컨데 강동구나 하남덕소등-에서 참가한 회원들은 저마다 과일들을 짊어지고 올라왔고
서쪽지방-수원인천,강서구,김포-은 반찬에 강하여 푸짐만땅 먹거리 풍년이다.
제강님의 요리솜씨 못지않게 오크님의 솜씨도 만만치 않다.
그들의 요리는 인기또한 만만챦아 매번 식사때면 쟁탈전이 벌어지기도 한다,
낄낄,까르르,히히덕거리던 시간은 가고 
먹자마자 쉴 여가도 없이 보따리 다시 싸메고 산으로 내뺀다.
뭐가 그리 급한가?-오크님 표현..
급했지.
암 급하구 말구...
대동문 아래
산중 해우소로 쏜살처럼 내달리는 몇몇 회원들..
찰카닥칼카닥..
먹은 배를 도관방 칼라 프랜카드로 감추고 필름에 담는다.
기념사진이란다.
박자니 박았다.
십여년 전 써 먹던 유머 한토막..
할멈과 할아범이 산을 올랐다나?
갑짜기 할멈이 영감에게 한마디 던진다.
영감님여...
여기 경치도 좋고허니
한번  박고 갑시더...
그넘의 박아보자는 단어의 이중적 의미가 문제다.
밤을 사랑하는 이들은 그들대로
뭔가 기념을 남기기 좋아하는 사진 족 들은 그들대로
박기를 희망하겠지.
어떻게 박든말든 내 간섭할 바 아니다.
아무튼 우리도 단체로 몇번 박았다.
진달래능선을 버리고파 버렸나...
착각인가? 착시인가?
굵은 밧줄을 넘어 50만원  벌금이라는 경고문을
애써 읽기를 거부한 체
김신조침투로를 역으로 거슬러 올라가던 
19명의 유격대원은 
금줄과도 같은 밧줄을 타고 넘어
이준열사 묘역을 향하여
불법행군을 강행한다.
탄색빛 잡목들 속에서
용케도 발견해 낸 진달래..
이름부쳐질 정도로 많은 진달래나무들,,,,
저들이 연출해 낼 
새 봄의
분홍빛 축제를 마음 속에 그리며 포장도로에 발을 내려 놓는다.
해는 중천-
쥐꼬리만치 길어진 겨울날의 한낮,
목적을 예정보다 일찍 이룬 탓에
한결 여유로운 해갈시간...
고풍스런 두부집 좌탁에 둘러앉아
둥그렇고 파아란 몸뚱이 가득
젖빛 수액을 품고있는 
막걸리란 놈을 열댓마리 목비틀어 잡아죽여 
꿀꺽꿀꺽  빨아 삼키니
힘도나고 세상도 금방 달라보인다.
그리고 나서
삼박자 사박자 두둘겨대는 드럼에 맞춰 
흔들고흔들어
일주일 쌓인 짜증을
깡그리 털어버린다.
산을 타는 맛이
아니
세상 사는 맛이 바로 이것이 아니던가...
살다보면
부딪끼고 걸리적거리고 짜증나게 하는 것들을 수없이 만나게 된다.
이럴 때면 
산으로 가자.
고행과도 같은 산행을 마치고
후련하게 
모두모두를 털어내 버려보자.
가슴까지 맑아지는 
시원함을 느끼게 될 것이다.
출처 : 도봉에서 관악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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