末人 2005. 7. 12. 12:30

증오

본래부터
가슴 한복판
마음 옆에 매달려 있는
생각을 소화시키는 내장이었다.
이것 저것
잠못이루는 밤이면
신물처럼 올라오는 번민의 담즙에
가슴이 쓰려왔고
너무 많은 걸 구겨넣으면
두통을 동반하기도 했다.
망각이라는 진통제를 복용하면
잠시는 나아졌지만
어느새 통증은 재발되어 오곤 했다.
구멍뚫린 이성의 틈바구니로
빗물처럼 스며들던 상념에
온 마음 다 적시던 날이면
거기
파리해져 가던 분노의 입술 밖으로
자제할 수 없는 개거품이
버글버글 솟아올랐다.
이건 아니라고 도리질하며
열심히 닥아낸 휴지가 넘쳐나던 휴지통을
뒤집어 엎고 밟기 시작할 때
또 다른 증오는
가슴 한켠으로 전이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