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상록 1

그녀--4

末人 2005. 8. 31. 14:20
그녀 씨리즈를 올리며

여기 올리는 그녀 씨리즈는
모두 실화이며
한번 올릴 적마다
각기 다른 여인의 이야기 입니다.
말인이 최근에 만나 본
여인들에 대한 회고담임을 밝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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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들어 보였지만 잘도 걸었다.
잘도 걷는 뒷 모습을 바라보며
그녀가 왜 지금
이 산길을 걷고 있을까를 생각해 봤다.
도무지 이유를 알 수가 없었다.

보여줄 듯 보여줄 듯 하면서도
좀체로 자신의 속마음을 드러내지 않는 그녀...

누구보다도
쑥쓰러움을 많이 탈 것 같은 그녀가
지금
이 호젓한 산길을
믿거라 걷고 있는 것은 아마도
신뢰라는 것을 쌓았기 때문일 것이다.

아닌 듯 하면서도
자기 주관이 뚜렷한 여인..

외곣으러울 것 같지만 부드러운 여인
까달스러울 것 같지만 편안한 여인...
이것저것 가릴 것 같지만
꼭 그렇지만도 않은 여인..
그게 바로 그녀였다.

그녀의 등장은 그리 오래진 않았다.
허지만
그녀가 내게 심어준 강렬한 인상은
그 누구 못지않게 그녀와 나의 관계가
아주 오래 된 것 같은 착각을 주기에 충분했다.

단둘만의 시간을 여러번 가지며
그녀와 많은 대화를 나누었다.
대화는 주로 우리들 신변에 관한 가벼운 것들이 대부분이었다.

그녀로부터 풍기는 평소의 분위기로 봐서는
우리의 화제는
좀 더 멋진 것이어야 어울릴텐데..

장소도
이를테면
서편하늘이 붉게 물들어가는 황혼무렵
고층빌딩의 스카이라운지
은은한 불루스 록이 흐르는 창가 쪽에 자리잡고 앉아

자연스럽고 관능적인 신선함과 조화되는
꽃향기를 바탕으로 한 로맨틱한 향수 한 점 몸에 지니고
빛깔 고운 칵테일 한잔 가운데 놓고 대화를 해야 어울릴 것 같지만

빈대떡에 동동주도 마다않는 털털함도
아주 자연스럽게 보여주기도 한다.

음악도 없고
불루스 록도 없고
붉은 노을도 없었지만
우리는 무척도 오랜 시간동안 단둘이 마주앉아
우리들을 이야기 했다.

꿈도 아름답고
마음도 아름답다는 걸 또 다시 느꼈다.

그녀는 언제나 꿈을 먹고 살았다.
피아노 건반 위에
바흐의 G선상의 아리아를 찍으며
행복해 했다.

허브향 은은한 거실 창가에 홀로 앉아
짙은 커피향을 음미하면서
벙그는 소녀 가슴이 되는
꿈에 살았다.

그러던 그녀에게
어느 날
작은 폭풍이 몰아쳐 온다.

고요한 호수와도 같았던 그녀 마음에
조금은 높은 물결이 출렁거렸다.

대화의 끝에
그녀가 온몸을 사시나무처럼 떨었다.

그럴수가 없다며...
이럴 수는 없다며...
작은 배신에 감정을 추스리지 못하고 쩔쩔 매는 것이 아닌가?

여간해서는 자기 감정을 쉽게 드러내지 않는 그녀였는데
충격이 컸나 보다.

그녀도
자신의 자존심에 상처를 받았을 때
참을 수 없는 모욕을 느끼는
극히 평범한 여인임을 볼 수 있었던 하루였다.

끓는 분노가 확연히 표현되어지던 얼굴..
떨리던 목소리....

그리고
다짐하던 복수....

그 때까지 가졌던
그녀에대한 곱던 생각이
조금씩 무너져 내리는 걸 느꼈다.

깊이 들어가 볼 수 없는 한계성...
그 것은 언제나
착각을 몰고 다녔다.

무섭다...라는 마음이
섬광처럼 뇌리를 스친다.

그래서는 안되는데....

아름다운 그녀의 그 모습이
언제까지고 남아있어야 되는데...

아니
남아 있을 거라고 믿고 프다.

그 후
그녀는
그리고나서
언제 그런 마음을 먹었냐는 듯
아무렇지도 않았다.

맞다...
그게 정상이다.
아무 일도 없을 것이다.

그녀가 누군가?
아름다운 여인..
처음 생각했던 것처럼

아주 연약하기 이를 데 없는 여인...

이 세상에서
송충이를 뱀보다도 더 징그러워하고
무서워 하는 여인이 아닌가?

그녀는
여자이기를 고집하는
진정한 여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