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과 이별의 시 2
허공
末人
2005. 11. 12. 11:55
허공
누군가
나에게서 떠나고 있던 날
나도
그를 버리러 허공을 향했다.
세상을 오래 살다보면
무너지는 것이 어디 한둘이겠냐마는
돌탑처럼 쌓았던 억만의 시간들
떠나고 버리고 난 빈 가슴에
바람만 분다,바람만 분다.
지금이 아니더라도
어쩔수 없이
놓아주고 버릴 수 밖에 없거늘
무엇이 그리도 섭섭케하여
남은 시간을 못참게 했던가?
버렸다고 버려지겠는가?
떠났다고 멀어질 수 있겠는가?
지울 수 없는 흔적은
어제를 지키는데
어제는 어딘가로 가고 없구나.
그가
나에게서 떠나고 있던 날
나는
그를 버린 허공마저 버리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