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10
이젠 그만 울어....
말을 꺼내기 시작한지 채 몇분도 되지 않아서
쭈르르...
그녀의 양볼을 타고 눈물이 흘러 내렸다.
울지말래도...
울 이유가 하나도 없어...
자, 지금부터 내 강의를 잘들어봐.
순진한 여인...
태어나서 처음으로 느껴봤다는 사랑의 감정..
그런 감정을 알기 시작하자마자
눈물을 흘려야할 일이 생겼다는 것..
그것이 바로 사랑이 아니던가?
그로 인하여
애가타고
그로 인하여 서럽고 야속하고
그로 인하여
가슴이 답답해져 오고
그로 인하여
미움도 질투도 원망도 생겨나는 것을...
이 미묘한 모든 감정들을 추스리기엔
그녀 마음이 너무도 약해 보였다.
연거푸 소주 잔을 비워갔다.
아름다우리만치 고운 노을이
그녀의 얼굴 가득 번지고 있었다.
인생 40여년을 살아오면서
그냥 삶의 노예처럼 오로지 앞만 보고 실아오던 그녀에게
어는 한순간
숙명처럼 다가온 사랑의 실체..
그의 짧은 미소도
그의 평범한 호홉소리도
그의 무덤덤한 행동 하나까지도
모두 자기 자신과 연관되어 있다는 의미를 두고 바라보는 그녀..
그러지 말아라.
그건 어디까지나 그가 살아가는
그만의 그저 평범한 일상일 뿐이다.
너를 바라보는 것도
너가 있기 때문에 그냥 보는 것이지
너를 바라보기 위하여
거기에 너를 끌어다 놓고 보는 것은 결코 아니다.
애타 할수록
질투를 느낄수록
그것은 오히려 그의 즐거움만 더해 줄 뿐이다.
중심잡고
무게잡고
그가 오히려 다가오길 기다려라.
자신없으면 가까이 하지도 말것이며
오지 않는다면
곁에 둘 가치도 없는 인간일 뿐이다.
내 강의를 경청하던 그녀의 얼굴에
차차로 밝은 미소가 흐르기 시작했다.
곁드리는 술과 더불어
그녀의 마음은 점차로 평정을 찾아가고 있는 듯했다.
불현듯
이녀를 지켜주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켜주마...
너의 슬픔은 또한 나의 슬픔이 되는 것임을...
언제부터
이렇게 가까운 우리였는지는 나도 모르겠다.
단지
구조요청을 보내온 그녀의 사연을 듣다보니
나도모를 연민의 정이 생겨났을 뿐이다.
우리 2차가요...
쏘주집에서
맥주집으로 자리를 옮긴 후에는
그녀에게선 조금의 어두운 그늘을 찾을 수가 없었다.
자신있게
다부지게 살겠노라는 이야기를 안주삼아
나는
겨울밤인데도
큰 맥주잔을 셀 수도 없으리만치
거듭거듭
비워대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