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은벽-2011.7.17
지성이면 감천이라는 말이
어쩌면 이리도 딱 맞아 떨어지는 하루였던가..
산행대장님이 세번의 답사를 하며
온갖 경우수를 생각한 끝에 내렸을 고뇌의 결단 뒤..
하늘도 감탄하여
연일 퍼붓던 비도 멈추게 해 주어
어울림의 축복된 하루를 만들게 허락해 주었던 하루..
어울림의 맥아더장군 불랙이글님...
소민호에 보급물자를 가득싣고
숨은벽을 타고 내려오는 밤골의 수려한 계곡물을 거슬러 올라
드디어 무더위의 허리를 잘라버린 북한산 상륙작전의 일등공신이다.
그의 공은 거기서 끝난 것은 아니었다.
연신내 11층의 우렁찬 대포소리와도 같은 노래방 모니터 위에
100점이라는 고지를 설정케하고
회원들 저마다의 주머니를 열게하여
진청록 만원권 지폐 폭탄을 덕지덕지 부치게 하였으니
그 또한 명장임을 말해주는 사건이 아니던가...
임신 팔개월의 무거운 몸매 이끌고
이리 뛰고 저리 뛰며
산고와도 같은 수고와 열정을 쏟은 공이 있었기에
어울림의 즐거움을 탄생케 된 것이 아니었던가.
고맙고 감사하다는 말 밖에 전할 게 없다.
불광역 칠번 출구 밖
그 넓은 보도를 우리 회원 26명이 점령했다.
낯선 얼굴의 낯선 닉네임들...
시간이 모든 걸 해결해 주겠지 하는 생각을 하며
대충대충 인사들을 나눈다.
오늘도 예외없이
소민표 간식거리들은 이 베낭 저베낭으로 옮겨져
두 대의 34번 버스에 실려
북한산을 향했다,
접어든 밤골 계곡엔
인수봉 정상을 찍고
설교벽을 타고 내려와
숨은벽의 발가락을 간지르며 내려온 계류가
우리를 어서 오라며
청아한 소리로 반긴다.
마르지 않은 이슬들이
진녹색 잎새마다 맺혀있고
물안개를 안고 불어오는 바람은 싱그럽기 그지없다.
세계에서 가장많은 히말라야의 14좌 완등자를 배출한 한국인..
흡사 그 후예들처럼
12명의 여전사와
14명의 남전사들은 숨은벽 정복을 향하여 한발한발 힘찬 걸음을 내딛는다.
"야한 글 많이 쓰시는 말인님이시죠?"
누군가 말을 걸어온다.
새봄님이다.
야하다니요?
누구에게요?
저는 모르는 분에겐 절대로 야, 너,임마,와 같은 반말은 안쓰는데요?
너무 썰렁한가?
그래 습기져 더운 날엔 썰렁한 야그도 괜찮지 뭐...
한 시간 정도 올랐을까?
몇 개의 폭포를 지나고
또 몇개의 징검다리를 건너며
밧줄로 통제선을 쳐놓은 그 곳까지 올라 자리를 잡았다.
베이스 캠프라는 이름으로...
우리들 엉덩이 면적이 넓어서
편한 자리를 못잡은 것은 결코 아니었다.
우리들 엉덩이가 26개나 되었기에
그 모두를 한자리에 붙혀놓기가 힘들었을 뿐이었다.
임의대로
순식간에
이곳 저곳에 편가르기처럼 자리잡고 앉은 우리들...
넉살좋고
뱃살좋고
힘살좋고
목청좋은 시에라님 수완에
떨어질만하면
이곳 저곳으로부터 차출되어
도착도착도착되는 막걸리..
덕분인지
울분인지
명분인지
벌써 영혼까지 벌겋게 물들어버린 취기...
내친 김에
숨은벽의 실체를 하나하나 벗겨
오늘 함께하지 못한 회원님들에게 알려드리고파
숨은벽을 조망하기 좋은 곳까지 올라보자는 욕심이 꿈틀거렸고..
식사 후
급하게 등반 팀을 조직해 보았더니
선뜻 나서는 단한사람의 지원자... 은비님...
옳다구나 땡이로구나
하늘이 주신 이 기막힌 작업기회~!!
오늘 공들여 살려 성공하는 역사를 만들어야지하는....꿈도 잠시 뿐...
아찌님이 어찌 눈치챘는지 함께 가잔다.
아찌~! 어찌 그러셨수?
이런 낭패가 있을소냐....
허지만 어쩌리
은비님과의 인연이 아닌가보다..
그 뿐만이 아니었다.
불랙이글 대장님이 특파했나?
바다에 있을 마도로스님이 연자방아 걸머내고
강력파워 엔진 단 시에라님과 더불어 산길을 힘차게 거슬러 올라온다..
말인과 은비님이 단둘이 산행에 나서는 꼴을 못보겠다는
주최측의 농간이 틀림없다.
출발 당시만 해도 단둘이었던 산행희망자가
왜 이리 갑짜기 늘어난 것일까?
씁쓰레한 마음을
심장에다 대고 자학하며
쉴듯말듯 날듯말듯 해골바위 위까지 단숨에 날아가 올라
운무가 휘감아도는
백운대 염초봉 설교벽을 카메라에 담았다.,
언제 와도
가슴 벅찬 환희를 안겨주는 저 멋진 장관을 앞에 두고
오르는 고통이
굴곡진 삶의 웅덩이였다면
바라보는 지금은
무지개 뜨는 언덕 위에 있는 게 아닐까하는 생각에 젖어본다,
그런 상념도 잠시...
상기된 얼굴의 시에라님이 나타나 함께 올라오던 일행을 찾는다.
아무도 여기까지 오른 이는 없었다.
중도 포기하고 돌아섰다는 결론을 내리고
베이스캠프 철수 시간인 세시반까지
서둘러 하산하기로 했다.
땀은 범벅을 이루고
다쳤던 발목은 더이상 걷기를 맹렬하게 거부한다.
스텐트 두개나 박아 뚫어놓은 심장도
팔딱팔딱 콩콩 뛰며
너 이렇게 나를 혹사시키면
난 영구 조업 중단하겠단 엄포를 놓고 있다.
목구멍은 목구멍대로
찬물을 넣어 달라 하고
겨드랑이, 가슴,면상은 퀘퀘한 땀내음을 풍겨대며
이 냄새 맡기 싫으면 어서 빨리 계곡 물을 부어달라 난리다.
베이스캠프를 철수하는 일행들을 멀찍이서 바라보며
혼자 낙오되어
내 육신 조가리들의 모든 요구를 들어주기로 했다.
족탕은 시원하다 못해 통쾌하다.
내가 원하지도 않았는데
나와 일심동체가 되겠다고 바지가랭이 가득 달라붙어있는
흙탕물들도 강제로 흐르는 계류 속으로 수장시켜 버렸다.
생각 같아서는
밤골 입구
시원한 물가에 자리잡은 음식점에 들어가
생맥주라도 벌컥벌컥 쏟아 넣고 싶었지만
연신내 생태집이 예약되어 있다는 바람에
나의 원대한(?) 소망도 집어 던져버리고
버스에 올랐다.
나드리님이 자꾸자꾸 부어주는 막걸리 덕분에
내 영혼은 자꾸자꾸 혼탁하게 물들어 갔고
나드리님이 자꾸자꾸 말 시키는 바람에
내 입도 자꾸자꾸 떠들어야 했다.
나드리님이 자꾸자꾸 노래시키는 바람에
내 모자라는 노래실력도 기어코 탄로가 나고야 말았다.
나이 때문에
마모되고 녹슬어버린 내 기억세포 때문에
함께 했던 모든 님들의 닉네임 조차도 기억해 내지는 못하지만
내 가슴 어딘가에 유착되어버린
여러분들의 정(情)은 언제까지고 떨어져 나가진 못할 것이다.
조만간에 대장님의 만나자는 멧세지가 내게 날아올 것이다.
어떻게하면
보다 즐겁고
보다 유익하고
보다 오래 기억될 산행 모임이 될것인가를 놓고
함께 고민해 보려고 한다.
이제 조금씩 자리를 잡아가는 우리 까페의 산행모임이
북한산 산 정상에 피어나던 운무처럼
회원들의 큰 즐거움으로 승화되었으면 좋겠다.
오늘 함께 하여 준 모든 분들께 감사드리고
이 행사를 준비해 주신
산행 대장님을 비롯하여
모든 운영진들께 감사드린다.
아울러
함께 하지 못한 까페 회원님들도
오늘의 이런 즐거움을 함께 나눌 수 있는 날이
빨리 왔으면 좋겠다는 바램을 가져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