졸업하는 딸에게

(말인)
나는 오늘 태어나서 처음으로 곱게 화장을 한 너의 모습을 봤다. 그런 모습을 처음으로 아빠에게 보여 주는 것이 어색한 듯 너는 나와 눈빛을 안맞추려는 듯 눈길을 애써 돌리고 있더구나. 그러나 그런 순간도 잠깐, 교정 가득 메운 졸업 축하 인파들의 들뜬 분위기 속에 어울려 우리도 그들과 한무리가 되어 카메라의 셧터를 눌러대기 시작하면서 쉽게 어색함을 잊어갔었지. 입학,휴학,자퇴,재 시험,입학,휴학,복학,또 휴학,복학... 7년만의 졸업이구나. 어울리는 같은 학과 아이들이 너를 언니라 불러대는 걸 보니 묘한 마음마저 든다. 졸업 분위기도 예전과는 너무도 판이하게 달랐다. 너의 두 삼촌들 졸업식이 있었던 70년대와 80년대.. 그리고 네가 졸업하는 이번의 2003년도... 아우의 졸업과 자식의 졸업이 주는 의미가 달라서인지 오히려 그 홀가분함은 이번이 덜하다. 그 땐 차라리 의무를 다 했다는 일종의 속박으로부터의 해방감 같은 것이 들었는데 이번은 확연히 달르게 느껴진단다. 이제 또 너의 앞날에 어떤 난관들이 기다릴까하는 걱정이 앞선다. 이제 제 일은 제가 알아서 할게요. 너무 걱정 마세요... 제 나이가 몇인데요, 이제 전 애가 아니잖아요.... 졸업식 후 어느 식당에서 네가 식구들이 모여있는 자리에서 흡사 무슨 성인선포를 하듯 내 뱉아 놓은 말이었지? 그래, 맞다... 이제 더 이상 아버지로써의 간섭은 배제되어야 한다. 나도 그렇게 생각한다. 다만 방향의 잘못이 있을 때만이 적은 간섭을 해야한다... 할머니,아빠,엄마, 아뭏든 고마와요... 7년동안 보살펴 주신 은혜, 실망 안시켜드리고 꼬옥 보답드릴게요... 말이라도 고마왔단다. 이런 말이라도 네가 할수있다는 게 신통했단다. 19년 간 매어달렸던 공부... 그것이 아직 마무리 되주지 않고 또 시작해야 된다는 게 힘들어 보이지만 인간은 끊임없는 자기 수양을 통하여 비로서 한 인격체로 설 수 있다는 걸 믿기에 나는 너의 앞날에 축복만이 있기를 빌어줄 뿐이다. 아직도 덜 자란 듯 보이는 양지야! 보는 나도 힘들었지만 하는 너도 못지않게 힘들었을 거야... 여기까지 굽히지 않고 꿋꿋히 와 주었듯이 앞으로 가야할 길도 지금처럼만 열심히 가길 바란다. 아름답고 꿈많던 신촌로타리의 추억들이 네가 인생을 살아가면서 두고두고 너의 삶을 풍요롭게 해주는 좋은 활력소가 되어주길 바란다. 너는 알잖아. 종로 뒷골목 무교동에서의 글에 미쳤었던 추억들이 삭막하고 매마른 세태로부터 아빠를 물기지고 기름진 삶이 되게 해 주는 밑거름이 되어주고 있다는 사실말이야... 인생의 한 획을 긋는 너에게 누구보다도 더 뜨거운 축하의 박수를 치고 있는 이 아빠를 기억해 줄거지? (위의 사진은 딸과 무관함 ^^*>
말인 카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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