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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누라 약 올리기

末人 2006. 8. 2. 09:50

 
(말인의 산문)
 
마누라 약올리기
 
어쩌다 마누라와  길을가다
다른 부부들의 외출과 마주칠 때마다
나는 통탄과 후회,좌절과 분노를 느끼곤 한다.(요 글은 울 마누라 절대 못보게 해야지 ㅎㅎㅎ)
그들 부부의 행진은 잘 포장 된 도로 위를 가는
쿳숀 좋은 승용차라면
우리는 비포장 신작로 위를 가는 소달구지일 거다.
덜그락, 울퉁불퉁,뒤뚱뒤뚱.....
울 마누라는 그 소달구지를 몰라면
너무도 잘 어울릴 타잎이다.
본시 나도 못지않은 꺼칠이 왕초라
마누라만큼은 여성미  좌르르~~~~~애교 또한 콸콸 넘치는 여성을 짝쿵으로 삼으려 했는데...
나, 무지무지한 실수와 오판을 해 버린거야.
두고두고 후회해도 못다 할 후회....ㅎㅎㅎ
나, 그렇게 배 고파하지도 않았고,뭐든지 잘먹는 대식가도 아니었는데
그리고 밥 세끼 벌어 올 자신 없었던 것도 아니었는데
왜 삐딱한 결혼관의 사슬 속에 꽉 묶여 요상한 기준을 삼았는지....
적어도 마누라라면 집에 쌀 떨어지면 아무데 가서라도
넉살좋게 얻어 올 수 있어야 된다는 게
총각 때의 마누라 자격 일위로 삼은 거였다니...쯧쯧...
요, 요상 망칙한 기준이 나를 요상하게 만들 줄이야.
이건 쌀 한 되박만 얻어 오라하면
말쌀을 얻어올 정도이고
능력만큼은 확실한 여자를 찾긴 찾았는데
이게 영  아니란 말야.
팔뚝 굵고 어딘가 억세보여 그냥 눈 딱감고 결혼 도장 팍 찍었는데
찍어도 너무 쎄게 찍은 것 같아.
아무리 억센 여자를 원했지만
나도 남잔데 아무렴 첨부터 뚱뚱한 걸 원했기야 했겠어.
햐~!근데 정신 없더군
첫 아이 갖더니
해삼 멍게 순대 족발 뭐든지 닥치는대로 들어와 들어와라야.
애 낳으면 멈추겠지 했는데  고, 식성 되게 안 바뀌더군.
그뿐이면 괜찮게.
이건 원 밤에 도무지 잘 수가 없어.
웬 코는 또 산적 두목처럼 골아대는지....
낮에 한탕 걸직하게 하고
한 잔 거나하게 퍼마시고 늘어져 자는 산적두목
바로 그 모습이야.
태권도를 배웠다기에 연약한(?) 내가 안지켜줘도 될 것 같아 좋아했고
처녀 때 벌써 자동차 일종면허를 취득해 놓았다기에
급하면 대형면허를 따서 버스 운전이라도 해서
남편은  절대 안 굶기겠구나 한 것이 너무도 큰 잘못이었어.
무드는 시집보냈고  여성미와는 애저녁에 이별했는지
친구들과 어울리는 자리에서 노래시키면
좀 차분하고 격조있는 곡 하나  정도라도 불러주면 좋으련만
"서울 영감 처음 타는 기차놀이다" 뭐 어쩌구나 불러대니...
아들 운동회는 뭐하러 따라가
아들 녀석이 한사코 말리는대도
어머니 달리기에 나가 그 육중한 xx kg의 몸무게를
운동장 바닥에 월드컵 골 키퍼처럼 내던질 건 또 뭐람.(몸무게 밝힌 것 들키면 나는 듀금! 그래서 x처리...ㅎㅎ))
이웃집 아이 이가 흔들려 제 엄마가 치과에 데려 간다해도 못가게 말리고
그 우람한 손가락 두 개로 콱콱 이는 왜 뽑아 주는지...
"치과가면 돈들잖어요"요게 그 사람 지론이여.
밥상 들어오는 꼴은 또 어떤지 알어?
찌게고 반찬이고 냄비채로 그냥 왕창왕창 갖다 준다니깐.
근데 그러던 마누라가 어느  날 닭똥 같은 눈물을 흘리는게 아니겠어?
눈물이라곤 손톱 씨알 만큼도 없을 거라고 생각하고 살았는데
아마도 빗물이었나?
"당신, 그럴 수 있어요?
농담도 좋지, 친구들 앞에서 그럴 수 있어요?"
아! 요러면서 따지는 거야.조금 겁나더군.
태권도 실력 나오면 어떻해?
근데 며칠 전
친구들 모임에서 내가 한 농담을 마음속에 그냥 콱 담아버리고 안 내보내고 있었던 거야
."뚱뚱한 울 마누라지만 그래도 써먹을 곳은 3군데는 있다구.
첫째, 
언덕 올라가다 갑짜기 자동차가 고장 났을 경우
차가 뒤로 밀리지 말라고 받쳐 놓을 때 누가 필요 하겠어.
둘쨰, 
오이지 담아 놓고 눌러 놓을 때 누가 필요하겠어.
셋째, 
태풍 부는 날 지붕 날라가지 못하게 어디다 붙들어 매겠어?"
이 농담이 울 마누라를 울린거야.
캬~!
되게 잘 울데.그렇게 멋있게 울 줄은 몰랐어.
고 마음 속에서 우러나오는 눈물 첨 보니깐
울 마누라도 천상 여자구나 하는 생각이 들데.
그래서 내가 그랬어.
"당신 살 좀 빼라고 일부러 충격적인 얘길 한거야.
살 좀 빼.지금은 당신 들어 올리려면 지게차를 불러야 되지만
살만 빼봐.
나, 그리고 아들 딸 셋이서 들어 올려
행가레 한 번 쳐 주고 싶어."
아~!요랬더니 그 함지박 만한 마누라 입술이 하늘 처럼  내 얼굴을 덮어 버리데.
"정말? 그렇게 해 줄거유? 지금 해 주면 안되?"
쥐 잡아 먹은 듯한 빨간루즈는 좀 묻었지만
그것두 그런대로 좋던데?   

 


***(2001년 4월9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