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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부는 세상
末人
2007. 2. 9. 22:00
유리문이 열렸다. 한 여인이 들어 섰다. 그는 노래를 하면서 힐끗 문쪽을 쳐다봤다. 여인은 들어서자마자 노래하는 그의 곁으로 다가와 장단에 맞춰 가벼운 율동을 시작했다. 그는 노래를 하며 그녀를 포옹했다. 아니 가슴 안으로 끌어드렸다고 해야 맞을 것이다. 노래가 끝나고 실내 조명이 켜졌을 때 그는 서서히 포옹을 풀고 여인의 얼굴을 비로서 똑바로 쳐다봤다. 순간 그는 경악하지 않을 수 없었다. "아니~!!!! " 겨울답지 않게 비가 내리고 있었다. 세상이 젖고 있다보니 그의 마음도 젖어들고 있었다. 마음이 울적했다. 저녁 나절 집으로 향하던 발걸음을 멈추고 싸구려 술집을 들어 섰다. 철재로 된 원형 탁자 앞에 자리를 잡았다. 소주 한 병에 쭈꾸미 한 접시를 시켰다. 오늘은 마음껏 술에 젖어보고 싶었다. 서너 잔을 연거퍼 들이키고 나니 가슴이 뜨거워져 옴을 느꼈다. 울컥 설움이 복받친다. 지지리도 못난 자신의 신세가 한심스럽게 느껴졌다. 나이 마흔이 넘어 하던 사업의 실패로 마누라에게 이혼까지 당하고 형님 댁에 방 한칸 빌려 얹혀 사는 자신의 신세가 스스로 생각해도 처량키 그지없었다. 형님 댁이라고 넉넉하거나 평화스러운 것도 아니었다. 오늘 아침만 해도 생활비 문제로 형님과 형수가 티격태격 말싸움 하는 모습을 봐야만 했으니깐.. 정리해고 당하고 벌써 몇 년 째 직장을 구하지 못하고 거의 백수로 지내고 있는 형님, 늘 미안하고 죄송한 건 형님보다는 형수님이었다. 형수가 식당 일이며 공장이며 다니며 벌어오는 몇 푼 안되는 돈으로 근근히 생활을 꾸려가고 있는데 자신까지 얹혀 살며 도움도 제대로 주지 못하고 있으니 참으로 답답할 뿐이었다. 소주 한 병을 비우고 또 한 병을 시켰다. 취기가 어느 정도 오르자 그는 이래도 못살고 저래도 못사는 것 오늘은 그냥 마냥 취하고 마냥 흔들리고 싶었다. 휘청거리는 몸으로 거리로 나섰을 때에도 밤비는 부슬부슬 내리고 있었다. 맥없이 다리가 움직여 주는대로 따라가던 그는 네온 불빛이 화려한 어느 노래방으로 들어섰다. "주인장, 여기 이쁜 도우미 아줌마나 하나 넣어주슈." 혼자는 싫었다. 아무나 붙잡고 흔들고 싶었다. 혼자 두어 곡을 거의 다 불러 갈 즈음 한 여인이 들어 선 것이었다. 그는 하던 노래를 계속하며 곁에 서서 가볍게 율동을 해대던 여인을 덥썩 포옹을 했다, 가슴에 꼬옥 품은 채 노래를 마쳤다. 노래를 마치고 실내 조명이 조금 밝아졌을 때 그는 비로서 포옹을 풀고 여인을 똑바로 쳐다봤다. 으윽~!, 어머~! 그와 여인이 서로의 얼굴을 보고 놀란 것은 거의 동시였다. 도련님...!!! 아니 형수님... 술이 확 깨는 듯했다. 무엇에 한방 맞은 듯 머리가 어지러웠다. 노래방 기기에선 그가 예약해 두었던 바람부는 세상이 흘러 나오고 있었다. 빙글빙글... 회전조명은 그와 그녀의 얼굴 위를 번갈아 훑고 지나가고 있었다.
(꽁트) 바람부는 세상 말인 作
♣~ 바람부는 세상 - 성민호 아이야 인생을 알려거든 무심히 흘러가는 강을보라 사랑이 무어냐고 철없이 묻지말고 피어난 한떨기 꽃을 보라 저~ 떠오르는 아침 해와도 같은 아이 야 저~ 바람부는 세상을 어찌 네가 알까 슬프고 가난한 사람들을 만나거든 아이 야 네가슴 열어주렴 저~ 떠오르는 아침 해와도 같은 아이야 저~ 바람부는 세상을 어찌 네가 알까 슬프고 가난한 사람들을 만나거든 아이야 네가슴 열어주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