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상록 2

봄비 내리는 저녁

末人 2007. 4. 10. 18:26
비가 내리고 있습니다.
땅거미 어둑어둑 덮혀오는 저녁 거리에
보슬보슬 보슬비가 내리고 있습니다.
피자마자 떨어져 갈 벗꽃의 운명이
조금은 가련하게 느껴집니다.
새삼
산다는 것이 그런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화려함은 그렇게 쉽사리 무너지고야 만다는
억설같은 진리를 생각해 봅니다.
마냥 푸르르기만 할 줄 알았던 우리네 청춘도
어느덧 시름시름 힘없이 사라져 가고 있습니다.
많은 회원들로 붐볐던 도관방에도
오늘처럼 비뿌리는 저녁이 온 건 아닐까하는
씁쓰레한 생각을 가져봅니다.
그러나 허망하거나 아프거나 안타깝지는 않습니다.
오늘 떨어져 버리는 벗꽃잎처럼
언젠가는 오고 말 끝이기에
자연의 섭리처럼 받아드려야 함을 알기에
어쩌면 아무렇지도 않다고 애써 자위합니다.
비가 내리고 있습니다.
잎새하나 매달려 있지 않은 나목들이 을씨년스럽게 서 있습니다.
어둠을 몰아줄 이 저녁의 희망처럼
하나 둘
수은 가로등이 켜지고 있습니다.
저 희뿌연 가로등 불빛이 빗방울에 묻혀 부숴지는
저녁 거리를
지금
우산 하나 받쳐쓰고 걸을까 합니다.
무상,무념의 상태로
그냥 발길 닿는 곳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