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덜거리는 인생
(말인)
그는 부모가 피임에 실패하는 바람에 꼭 아홉달 만에 아무도 원치않는 세상에 태어났다. 남들은 벌써 다 자진철거를 하고 떠났는데도 버틸대로 버티다 이제 이틀뒤면 헐려야할 무허가 판잣집의 단칸방에서 임신기간 동안 진찰 한번 받지못한 탓에 거꾸로 태어날 수 밖에 없도록 자리를 잘못잡는 바람에 할수 없이 무면허 산파를 불러다 어렵게 어렵게 태어났다. 그날은 동네에서 극성을 부리던 미친개가 쥐약을 먹고 온종일 날뛰다 동네 앞 개천에 코를 박고 죽은 가랑비가 내리던 날 오후였다. 날이면 날마다 지기만하고 살 수 밖에 없었던 지겟꾼을 아버지로 두었고 날이면 날마다 털고 훔치기만 하고 살 수 밖에 없었던 빌딩 청소부인 어머니를 두고 태어났다. 그의 어머니는 그의 아버지가 감춰놓고 재미를 보던 4번째 첩이었다. 또 다른 5번째 첩을 얻어 살고 있었던 그의 아버지가 그의 탄생을 거들떠 보지도 않은 건 너무도 당연한 사실이었다. 그래도 5번째 첩은 무당이라 먹고 사는덴 그리 어렵지가 않았는지 그의 아버진 미역 한 타래를 사다주고 획 가버린게 그의 탄생 뒤에 그에게 베푼 유일한 부정이었다. 태어난지 얼마 안된 어느 날 그는 그의 어머니의 손에의해 어느 집 울타리 개구멍 옆에 버려졌고, 그는 자식없어 고민하던 어느 야간 금고털이 전문가인 제2의 아버지를 만나게 된다. 양아버지가 큰 껀 하나 털어오는 날이면 그도 제법 쇠고기국을 맛볼 수 있었지만 양아버지가 붉고 커다란 집으로 몇달이고 몇년이고 출장(?) 나가 돌아오지 않을 때는 굶기를 밥먹듯 해야했다. 그는 밥먹기 위해 노래를 불렀다. 기러기 아빠, 길 잃은 철새. 무정한 당신........ 그의 무대는 항상 이동하는 무대, 버스안이나 전차 안이었다. 그렇게 자라난 덕에 스므살이 되었을 때 그는 무학력에다가 체중미달로 군대를 면하게 됐다. 그것이 그에게 따라 준 첫번 째이자 마지막 행운이었으리라. 성년이 되어 그가 얻은 직업은 어느 장의사에 소속되어 죽은 자를 전문으로 염해주는 일이었다. 그러했기에 그에겐 빌딩의 대화재나 열차 전복사고, 지하철 백화점 붕괴 사고같은 대형 사건이 터져 사람이 많이 죽는 날이 살판나는 대목 날이었다. 그런 날이면 그는 찹쌀로 담은 밀주를 파는 밀양집이라는 색씨집에서 얼굴은 얽었지만 키 크고 마음씨 따뜻한 그 집 주인여자와 어울려 밀렵으로 잡은 멧돼지 고기를 안주삼아 밤을 새우며 술을 퍼마시곤 했다. 그는 그런 날이 제일 행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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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기>
너덜거리는 인생, 그건 우리 모두의 인생일 수도 있습니다. 그와 똑 같진 않아도 우리네 인생은 어쩜 그보다 더한 너덜거림으로 점철되어 있는지도 모릅니다. 매끄럽지 못한 인연과 꺼칠꺼칠한 관계 속에서 어쩜 우린 나만의 만족을 추구하는 이기속에서 살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온갖 부조리가 통제없는 춤을 추는 세상 틀을 잃어버리고 탈출한 음표들이 엮어내는 불협화음에 익숙해진 정서, 이러다 우린 영영 너덜대는 넝마로 딩굴다 난지도로 실려 가 소각장에서 불타 없어지는 건 아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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