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취
말인
그렇게 많이
외로웠던 것도 아닌데
술잔만 보면
애인이라도 만난 듯
그를 쉽게 놓을 수가 없었다.
사는 게 너무 삭막하다고 할적마다
목구멍을 타고 넘어와
파도처럼 가슴을 때려대는
이 출렁거림
뼛속마다 죽은 듯 웅크리고 있었던
숱한 언어들이 스물스물 기어나오고
히죽히죽
실성의 모습으로
유토피아를 찾아
헤픈 웃음을 날리며
만취의 오선지 위에
고달픈 삶을 빠져나온
자유의 음표를 찍어대며 걷는 이 통쾌함
지나가는 사람도
늘어 서 있는 건물들도
나를 주인공으로 만드는 장치들
이 밤
나는
굴레 밖
평온의 홍등가에
몸을 불사르러 갈 것이다.
아무도 나를
말리지 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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