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안남도 강동군민회에 다녀와서
(말인)
지지난 해는 500여개 주문해서
50 여개가 남아
작년엔 450개로 줄였고
그래서 금년엔
미리미리 줄여서
350개의 도시락을 준비했건만
그런데 또
150개 가량이 남아 버리다니
해마다 줄어드는
실향한 군민들 숫자
운동장 한가득 메워주던 저들은
모두 어디로 떠난 것일까?
가마솥표 도시락은
금년에도 저들을 기다리는데
모두 어디로 가버린 것일까?
고향아닌 땅에서
고향아닌 낯선 내음 속에서
남북통일 만세 삼창을 불러대는 50년 한들..
우리 엄마 한번만
한번만 보고 죽었으면 여한이 없겠다는
80노객
아
도시락 숫자가 더 줄기 전에
만세 삼창소리야
저 잃어진 땅으로 퍼져가고
엄마야
더 늦기 전에
이제 그만 잠 깨시어
기억 밖으로 나와서
한번만 안아줘여
주름 골 깊은
저 늙은 아들마저
영영
도시락을 못먹기 전에...
2002년 개천절에
(노모를 모시고
강동군민회를 다녀와서)
(후기)
해마다 10월3일 개천절이면
1년에 한번
평안남도 강동군을 고향으로 둔 분들끼리 모여
강동군민회의 날 행사를 하곤 합니다
실향의 아픔을 서로서로 달래며
1년만에 만나는 이 행사는
오래전부터 해마다
서울 상계동 재현중학교정에서 열리곤 합니다.
고향이 강동군이신 노모께서도
이 날만은 만사를 젖히시고 참석하시곤 하는데
오늘은 마음이 영 편치를 않으신가 봅니다.
연방 주위를 둘러보시며
누구도 안보인다..
누구도 안 왔다....
이제 하나 둘 모두 떠나고 없나보다 하시며 눈시울을 적시십니다.
나도 노모를 모시고
수년전부터 이 행사에 참석해 온터라
일년만에 모인 군민들의 숫자가
해마다 너무도 많이 씩 줄어들고 있음을 보아왔습니다.
지난해는 도시락을 350개나 준비했기에
이번에도 그 숫자만큼 청년회서 준비를 한 모양인데
도시락은 150여개나 남아버렸습니다.
군민회장님도,부회장님도,또 명예면장님들도 몇분 돌아가셨습니다.
노모는 그래도 이 모임에 나와서나마
예전의 낯익은 고향 오빠들,이웃들,친척들을 만나 오랫만에 고향얘기를 나누시곤 했는데
해마다 한분 한분 안보이시더니
금년엔 아는 분이 한분도 안나오셨다며
모두 돌아가셨나 보다 하십니다.
국제정세가
이제 곧 통일이 될것 같다는 명예군수님이나 군 유지분들의 말씀도 계셨습니다.
이제 얼마 안남았다...
그 때까지 우리 건강하게 살아있자...
조금만 더 버티자...등등
처절하리만큼 고향 가는 일에
비장한 각오를 보이십니다.
줄어드는 도시락 숫자를 보며
노모가 너무도 슬퍼하시니
다음 해엔 모시고 가기도 두려워 집니다.
위로를 얻어야 할 군민회가
비통과 안타까움,
좌절과 실의를 느끼는 장소가 되는게
너무도 가슴 아픕니다.
80도 넘으신 노인께서
엄마를 한번만 안아보고 죽었으면
여한이 없겠다고 읊조리던 모습이
자꾸만
눈에 어리는 하루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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