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기 2

[스크랩] 야간산행기-바람의 행방?

末人 2007. 9. 22. 11:25
태풍 매미도 조금의 아량은 있나 보다.
온종일 퍼붓던 비가 저녁무렵 그쳤다.
서둘러 초간단 차림으로 기차를 탔다.(길면 기차지...)
덜컹거리며 달린 기차는 모처의 역에 나를 던져 놓곤 훌쩍 떠나가 버린다.
바람이 부는 거리는 흡사 가을의 중심부에 와 있는 듯한 서늘함을 준다.
솔향 그윽한 산길로 접어드니
그동안 사람들에 시달린 홍토빛 산길이 비에 씻겨 맑게 느껴져 보인다.
싱그럽다.
가슴 가득 안겨오는 바람을 가르며 암벽지대를 오른다.
동편 하늘은 아직도 비를 머금어 짙은 탄색빛이었지만
서편은 작은 조개구름 사이사이로 엷은 햇빛을 뿜어내고 있다.
해는 져서 어두운데...
동무생각을 읊조리며 송긍송글 맺혀오는 땀을 훔치며 산을 오른다.
능선길엔 저녁 산행을 즐기는 이들이 군데군데 눈에 띤다.
나뭇가지를 사정없이 흔들어대는 바람을 뚫고 걷는다.
하나 둘 도회지의 널부러진 모자이크 속에서
불빛이 터져 나온다.
서편 하늘 저 멀리엔 타는 듯한 붉은 노을이 걸려있고
반대편 동편하늘엔 쌍무지개가 떴다.
아! 쉽게 접할 수 없는 장관이 바로 내 눈 앞에 펼쳐져 있다.
문득 그니가 생각난다.
이 황홀한 풍경을 그니와 함께 볼수 있었으면 얼마나 좋을까...
유유한 한강수...
시련과도 같은 바람 속에서 울부짖는 듯한 나무가지들의 몸부림...
그러는 사이 산에는 어느덧 어둠이 깔렸다.
보름달이라도 떠 올라야 할 팔월 한가위인데
아쉽다.
짙게 깔려오는 어둠을 타고
어느 산사(山寺)에서 들려오는 저녁 예불을 알리는 범종소리가 그윽하기 이를데 없다.
앞을 분간하기가 어려워 온다.
서둘러야겠다.
보폭을 넓히며 하산을 재촉한다.
참았던 하늘은 다시 비를 뿌리기 시작한다.
산길인지 풀숲인지 분간키 어렵다.
그래도 평소 익힌 길이라 직감적으로 더듬거리며 내려온다.
문득
이 세상에 단지 나 하나로 분리된 듯한 고독감이 밀려온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서둔 덕에 다시 도회지의 풍광속으로 회귀한 몸은
안도의 한숨은 몰아 쉴 수 있었지만
등줄기를 타고 흐르던 땀을 날려주던 바람은 간곳이 없었다.
출처 : 도봉에서 관악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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