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기 1

[스크랩] 설악산 무박 산행기

末人 2007. 10. 31. 21:01
참가자
◆인왕산/산꾼/상운/산행/귀천/사계절/파라오/포대능선/
유비/부람선녀/야생화/마음/말인/제강/
수리산/감자바위/김정식/옛길 회원 7명 (합 24명)   

코스
한계령-끝청-중청-대청봉-설악폭포-오색약수(약 14 km)

산행시간
2004년 2월15일 새벽 3시40분 출발
낮 11시40분 하산(총 8시간산행)

산행지 날씨
바람 초속 30미터도 더 될듯..


자고 깨 일어나
아침식사하고 출근하고
이렇게 컴 앞에 앉았건만
온몸은 천근만근....
다리는 후들후들...
어깨는 뻑쩍지근....
옆구리는 욱씬욱씬...

과연 되긴 된 산행을 한 것만은 틀림없는 것 같다.
말로만 들어왔고
상상으로만 짐작해 왔던
무박산행이 이런거로구나...
장장 8시간여에 걸친 산행을 마치고
오색 주차장으로 내려왔을 때
녹초가 되어 핏기마저 파리해진 회원이 몇명이나 되었다.
시쳇말로 혀를 내두른다고나 할까?
두번 다시
이런 무모하고 고된 산행은 하지 않겠노라는 회원도 있었고...
허지만
눈보라 몰아치는 새벽
깜깜한 설악의 산 속을
해드랜턴 불빛 하나에 의존한 체
고행과도 같은 산행을 하고 난 뒤의 성취감은
그 무엇으로도 대신할 수 없는 환희로 다가왔다.
흡사 포탄이 사정없이 퍼붓는 전장터에서
용케도 살아 돌아온 듯한 뿌듯함과 대견함,
그리고 용맹함...
함께한 모든 회원들에게 무한한 축하의 박수를 보내고 싶다.

저녁 10시
조금은 쌀쌀한 날씨다.
오늘따라 바람이 거세었고
그러했기에
대 장정을 앞둔 우리에게 조금은 걱정을 안겨주는 날씨였다.
유비와 인왕산과 최종 통화...
우리의 대장정이 시작되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강남역에 정확히 도착한 대명관광 고속버스...
산꾼 일행 6명과
우리 회원 5명이 탑승했음을 확인했다.
천호역 6번 출구 아래서 바람을 피해 기다리는 사이
천호역 탑승예정자들이 속속 도착했다.
베낭외에도 보따리 하나씩을 들고 나오는 폼이
흡사 집 나온 이들의 모습이다.
코펠, 버너, 기타 먹을거리들을 챙기느라
따로 보따리를 아니들고 나올 수가 없었지만
일찌기 보지 못했던 회원들의 모습이라 재미있어 보였다.
한사람씩 짝지어 새 살림 차리자는 둥
환희 웃으며 악수들을 나누고 지하도 계단을 올랐다.

마지막까지 참가를 희망했던 숨비님의 멧세지는 불참통보..
아쉽지만 다음 기회로 돌리고
우린 10시 30분에 버스에 올랐다.
반가운 인사들...
잠시 침묵하는 사이 최종적으로 인원확인,
버스는 서울을 벗어나 어둠이 짙게깔린 경강국도로 접어든다.
오늘의 안내를 책임지운 산꾼님의 인사로부터
우리의 공식일정을 열어갔다.
산꾼님의 장황한 코스 설명과
산행시의 주의할 점
기타 여러가지 이야기가 있었고
말인도 한마디...

차츰 분위기에 익숙해져 가는 회원들...
보따리를 끌러 술,안주, 과일들을 꺼내
잠시나마 긴장을 푸는 시간을 갖는다.
산꾼님이 주의사항을 통하여
산행전 음주를 그렇게 말렸지만 좋아하는 걸 어쩌리...
벌써 도가 넘쳐 혀꼬부라진 이까지 나왔으니 ^^* 걱정이다.
출발하면서부터 소화불량에 애를 먹는 야생화님에게
휴게소에 잠시 들러 소화제를 사서 복용케하고
다시 출발...
산꾼님의 오만잡탕(? ㅋㅋ) 너스레가 이어지는 동안
새벽 한시 버스는 한계령 입구의 인제 휴게소에 도착했다.
새벽 공기가 찼다.
바람도 불었다.
매점에 들러 뜨끈한 우동국물에 시장기를 달래고
최종 점검을 하는 사이 3시가 되었다.
버스 출발...
3시 30분-
짙은 어둠이 깔린 한계령 휴게소에 도착했다.
텅빈 휴게소 마당에 베낭을 걸머메고 내려서니
바람이 불었다.
무박산행은 거의 대부분의 회원들이 처음 경험해 보는 것이라
일순 그들의 얼굴 가득 긴장감마저 돌았다.
한계령 휴게소 바로 뒷편
나무계단을 오르는 것으로부터 오늘의 산행이 시작되었다.
그때까지 산행을 결심못했던 나는
에라~! 한번 죽어보자라는 배짱으로 합류키로 했고
다리를 다쳐 정상이 아닌 제강도 합류...
소화불량에 몸 상태가 엉망인 야생화님도
몇몇 회원들의 설득에 용단을 내려 합류...
그 누구도 불참하는 이 없이 전원 산행을 시작했다.
해드랜턴의 불을 밝히고
처음부터 시작되는 가파른 경사에
조금은 두렵기까지 했지만
늘 겪는 일이라고 치부해 버리며 몇몇 그룹으로 나누어져 어둠 속의 걸음을 옮겼다.
채 10분도 오르기 전
벌써부터 눈길이 시작됐다.
부지런히 아이젠들을 장착했다.
나는 선두그룹에 합류하여 앞으로 나아갔다.
후미 쪽에 붙어서 앞쪽을 따라가야 한다는 부담이 있다면
도저히 완주할 것 같지가 않았기 때문이었다.
나 나름대로의 작전(?)인 것이었다.
뒤를 내려다보니
길게 늘어선 해드랜턴의 불빛만이 흡사 뱀처럼 길게 늘어져 따라오고 있었다.
그런 모습도 잠깐,
고개를 넘고 다시 내리막을 타고
눈 위에 찍힌 발자욱만 따라 걷다보니 우리의 5~6명의 선두그룹만 보였다.
쉬임없는 오르막 산행이 그로부터 1시간 가량 이어졌다.
얼마를 걸었을까?
넓은 능선길이 나왔다,
간간히 저 멀리 산아래
어느 마을인지는 모르겠지만 불빛들이 시야에 들어왔다.
깨어질 듯 차갑고 맑은 하늘엔
미인의 눈섭같은 음력 스무닷세의 그믐에 가까운 조각달이 따라오고 있었고
그 주변으로
금시라도 쏟아져 내릴 것같은 총명한 별빛들이 반짝이고 있었다.
하얀 눈위엔
우리들로부터 발산되는 랜턴 불빛이 부딪쳐 반사되는 탓에
생각보다 어둡지는 않았다.
군대에서의 훈련을 빼곤
난생처음 해보는 야간산행이었기에 흥미로왔고
유쾌했다.
기분은 업되어 콧노래라도 부르고 싶을 정도였다.
얼마를 걸었을까?
워낙 장거리 산행이다 보니 무리지어 움직일 수는 없었다
각자의 체력이 다른 탓에 자기 페이스대로 움직이다보니
방금 전까지도 바로 앞뒤에 있었던 일행이 보이지 않기도 했고
우리 일행말고도 산행을 즐기는 다른 팀들의 일행들과 만나고 헤어지고...
야간 산길이었지만
설악이라는 원체 유명한 산이다 보니
이 밤중에 우리와 똑 같은 코스를 가는 이들이 있어
두렵지가 않았다.
점차로 고도가 높아짐을 느낄 수 있었던 것은
윙윙대는 바람소리가 점점 거세어 지고
눈발이 바람에 날려 얼굴을 때려오는 강도가 쎄지는 것으로부터 알 수 있었다.
힘들어도 쉴 수가 없었다.
등줄기 가득 땀은 흘러 내리고 있었고
물 한모금 마시려고 멈추어서면
바람이 얼마나 쎈지 빨리 움직이고만 싶어진다.
산을 가르고 나무들을 가르는 포효하는 밤바람소리가
조금은 공포스럽ㄱ게까지 느껴진다.
날아갈 듯 거센 바람 앞에서
흡사 이것이 우리에게 주는 시련인냥 겸허히 받아드리고 싶었던 것은
결국 내가 선택한 나의 업보였기에 가능했던 것이다.
바람이 거셀수록 맞서는 나의 각오또한 단단해져 버린다.
좋은 경험이다.
강한 내가 이렇게 만들어져 간다고 느끼니
한면으로 뿌듯함까지 온다.
산행시작하고 3시간을 넘기는 싯점
하늘이 조금은 밝아져 옴을 느낄 수 있었다.
그때까지도 혼자 산길을 가던 내가
어디쯤에서 혼자가던 수리산님을 만났다,
방금전 헤어진 님이었는데 왜 이리 반가운 것일까?
그와 단둘이 바위사이를 오르며 내리며 한참을 갔는데
또 다시 이별을 하고야 말았다.
워낙 빠른 그를 따라 갈 수가 없어 멈츳하는 사이 어디론가 사라져 버린 것이다.
함께 했던 귀천님과 포대능선님,산행님은 도대체 어디쯤 가고 있는 것일까?
그렇게 또다시 혼자 한참을 가고 있는 사이
능선길 어디쯤에서 뒷쪽에서 귀천님과 산행님이 나타난다.
이런 나보다 더 쳐져 있었다니..
웃음이 나온다.
추측컨데 제일 선두 쪽으로 김정식님과 수리산님이 나간 것 같았고
바로 뒤에서 우리 일행이 그룹을 이루며 가고 있었고
그 나머지 뒷편의 소식은 알수가 없었다.
새벽이 다가오고 온 사방이 훤해져 온다.
동편 하늘이 벌겋게 달아오르고 있다.
곧 새날의 태양이 솟으려나 보다.
앞에 우뚝 솟은 끝청...
그 끝청의 능선 위로 벌겋게 늘어져 있는 여명,,,
우린 부지런히 끝청을 올랐다.
7시 21분,,,
끝청....
서서히 모습을 나타내는 태양~!!!
음악은 없었지만
대 설악의 한가운데서
바람소리가 주는 장엄한 음악을 배경으로
일출의 위대하고도 신비로운 장관을 대할 수 있다는게
너무도 가슴 벅차다.
카메라를 꺼내 몇번이고 그 모습을 담았다.
찰라에 가까운 순간이었다.
생각 같아서는
이러한 엄청난 모습이 한동안이고 계속되었으면 했지만
자연의 섭리를 어찌 거역하리오.
일출의 신비에 빠져 혼자 넋을 잃고 있는 동안
일행은 또 언제 사라졌는지..
나는 또 혼자가 되어 걸었다.
끝청을 내려오는 구간에서 이번엔 화려한 눈꽃지대와 만났다.
우와 하는 감탄사가 절로 나온다.
바람과 추위때문에 조금은 귀찮았지만
다시 카메라를 꺼내 들었다.
몇 커트를 담고 있는 사이 상운님이 혼자 나타났다.
끝청에 올라 일출을 보려고 부지런히 독파를 하셨단다.
눈꽃을 배경으로 상운님을 한커트 사진 속에 담고 다시 걸었다.
금방 중청이다.
저 아래 내려다 보이는 중청대피소가 눈보라에 휩싸여 날아갈 것같이 보인다.
8시가 조금 넘어
아이젠을 벗어야 출입을 허가하는 중청대피소에 이르니
귀천님,김정식님,수리산님,산행님,등등이 가벼운 간식을 하고 있었다.
추위와 바람으로부터 격리된 공간 속에서
잠시 몸을 녹이고 이제 마지막 우리의 최종 목적지인 대청봉에 오른다.
중청대피소에서 내려다 보이는 설악의 전경을 카메라에 담고 싶었지만
잠시잠깐 균형을 잃기라도 하면 저 멀리 날아갈 것같은
설악의 거센 바람 때문에 포기할 수 밖에 없었다.
비록 사진기에 담는 것은 포기했지만
소중한 기억속에라도 간직하고자 한동안 아래를 넋을 잃고 내려다 봤다.
소청봉을 따라 시선을 아래로 돌리니
마등령으로부터 타고 내려오는 공룡능선이 화려하게 펼쳐져 있었고
그 옆으로 망경대의 오묘한 자태가 불뚝불뚝 솟아 있었다.
천불동 계곡 너머 머얼리 울산바위가 보였고
왼편으로 화채능선이 저 멀리 속초 쪽으로 빠져 흘르고 있다.
가야할 길이 아직도 멀었다.
대청봉을 오르는 바위길
양옆으로 쇠줄이 쳐져 있었기 망정이지
너무도 거센 바람에 몸이 붕붕 날린다.
바람은 나하나의 몸을 날려 보내려는 게 목적이 아닌냥 싶다.
온 설악을 통채로 날려 보내려는 듯 하다.
천년만년을 두고 그 목적을 향하여
이렇게 거센 바람을 오늘도 어제도 계속 불어보내는 것만 같다.
얼마나 바람이 쎈지
대청봉 표시석을 배경으로 일행들의 사진이라도 한장 담고 싶었지만
도저히 그것이 불가능했다.
찍는 사진사도 카메라 들고 서 있기도 힘들었지만
서서 찍힘을 당할 저들도 도저히 1~2분을 버틸 수 없을 것 같았다.
날릴까봐 표시석을 부등켜안고 있어 보았지만
표시석마저 뿌리채 뽑힐 것 같은 기세다.
장장 5시간 반만에 정복한 정상~!
그런 곳,대청봉....
시간은 9시를 넘어서고 있었다.
아쉬웠지만 배짱 두둑한 산행님을 겨우 한커트 담는 것으로 만족해야 했다.
그로부터 이어지는 오색약수를 향한 지루한 하산길 5 KM....
계단의 연속이다.
정말로 다리가 후들거린다.
소진될대로 소진된 체력,,,
몇개(?) 안남은 여력으로 내려가야 할 길이
이렇게 진부하고 피로하고 짜증나는 계단길의 연속이라니...

아까부터 계속 후미 그룹과 교신을 시도하던 상운대장님
드디어 교신에 성공,
저들도 이제 끝청을 내려와 중청쪽으로 이동 중이란다,
들려오는 소식에 의하면
야생화님은 눈길위에 스무번도 더 넘어지면 오고 있단다.
그녀의 베낭은 감자바위님이 처음부터 계속 책임지고 걸메매고 온단다.
사계절님은 나무와 연방 박치를 해대며 오고 있단다.
대단한 장사,사계절님, ㅋㅋ
염려걱정했던 제강의 다리도 조금은 안좋았지만
그런대로 잘 버티고 따라오고 있단다.
마음이 조금은 놓인다.
하얀 백설의 눈밭위에
도봉에서 관악까지라는 설필을 남기며
조금은 여유로와진 산행을 한다.
귀천님의 아기자기한 먹을거리는 끝도없이 그의 베낭에서 나와준다.
남쪽 능선이라 그런지
바람조차 없는 봄날의 햇볕 쏟아지는 바위위에 걸터앉아
지난 해 산행님이 직접 채취하여 담갔다는 더덕주를 음미하며
이제 얼마 안남은 하산 후를 상상하며
자만의 기쁨에 성급히 취해본다.
지금은 물이 말라 그 동작을 멈춘 설악폭포를 거쳐
계곡길을 따라 하산을 계속했다.
드디어 나타나는 흙길...
얼마만인가?
아이젠을 풀고 좀더 편한한 자세로 걸으니 살만하다.
어느새 우리일행에게 따라와 붙은 산꾼님,,,
내려오며 새 먹이로 좁쌀을 준비해온 산꾼님이
군데군데 먹이를 놓아준다.
역시 산꾼은 어딘가 달라도 다르다.
드디어
오색매표소를 빠져 나와 매표소 앞 길고 넓은 벤치 위에
베낭을 벗어 내려 놓으니
오늘의 대 장정이 종지부 되는 순간이었다.
11시40분..
정확하게 8시간의 산행이 끝나는 순간이었다.
보람과 성취감...
나를 극복해 냈다는 자신감...
어렵고 힘들었던 순간순긴들은 어느새 잊어지고
기쁨과 만족만이 가슴을 뒤덮어온다.
해냈다~!
나는 해냈다...
서로가 서로에게 축하의 악수를 해주며
작은 감동에 심장이 울컥거림을 느꼈다.

한참을 기다리니
후미구룹의 회원들이 하나둘 하산을 해온다.
더러는 절뚝이며
더러는 안색이 사색이되어...
더러는 자기만족에 기뻐하며....

봄볕 쏟아지는 주차장 넓은 곳 한켠에
버너를 걸고 라면을 끓이고 찌게를 만들고 고기를 구우며
자축의 술 한잔들을 드니
이 보다 더 기쁠 수가 어디 있으랴...

서울 근교산행하고는 질적으로 틀린
이번 무박 원정 산행을 마치고 느낀 점은
철저한 준비를 하므로써
안전이 지켜지고
마음먹기에 따라 삶이 달라질 수 있다는
아주 평범한 진리를 다시금 느낄 수 있었다.

이렇듯 어렵고 힘든 산행이었지만
마냥 연약하게만 느껴졌던 우리 회원들이
이렇게 장한 산행을 할수 있으리만치 성장했다는 것에 대하여
아낌없는 찬사의 박수를 보내 드린다.

비록 이번 산행에 동참치는 못했지만
마음으로나마 우리의 안전을 빌어준 모든 회원님들에게도
감사드린다.
참가했던 모든 회원들과도 약속드렸지만
우리
도봉에서 관악까지는 이제
한달에 한번정도는 필히
원정산행을 실시할까 한다.
언제나처럼
우리 까페 사랑하는 마음으로
늘 함께하는 우리가 되었으면 좋겠다.

수고하신 여러님들의 이름을 다시한번 부르며
산행기를 마친다.....

(말인)
출처 : 도봉에서 관악까지
글쓴이 : 末人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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