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기 1

[스크랩] 도봉산행記

末人 2007. 10. 31. 21:02
★참가자   
파라오/상운/귀천/귀천앤/돌멩이/김정식/해송/감자바위
산타/산행/말인/유비/야생화/사계절/소설속자유인/
뒤풀이참가
포대능선/인왕산/아이비

코스
도봉산매표소-우측능선-다락능선-포대능선-사패능선-망월사역(5시간)

날씨
화창



이병원 저병원
이 약방문 저 약방문 다써봐도 영 낫질 않는 감기
뜨건 콩나물 국에 고추가루 찐하게 타서 먹어봐도
배에 꿀넣고 달여 마셔봐도 낫지 않는 감기..
이럴 때
에라 산에나 올라
땀이나 한 줄기 쭈~악 뽑고나면 나을 것 같은 생각이 드는 건
왜일까?
나도 산꾼이 다 된걸까?
비단 감기 뿐인가?
정신모르도록 퍼마셔 덜 깬 숙취 뒤에도
산에 오르면 해결될 것 같다던가
무릎이 폭폭 쑤신다던가
뒷골이 띵하다던가 할 때도
산에 오르면 다 해결 될 것 같은 생각이 들 때가 한 두번이 아니다.
나만 이런 생각이 드는 게 아니라
산을 좋아하고
산께나 탄다는 이들 모두가 다
한결같은 해결책으로 산에 오르는 걸 말하곤 한다.
의학적인 상식이나 전문적 지식은 고사하고라도
감으로 이런 처방을 내릴 수 있다는 것은
산이 우리에게 주는 마력에 푹 빠진 탓이 아닐런지..

정말로
어제의 도봉산행은 나에게 이런 치유를 선물해 준 하루였다.
아침까지도
산을 가야하나 말아야 하나
과연 이런 몸상태로 오를 수 있을까라는 의구심을
내 스스로에게 내가 가지고 있었는데
용단을 내려 산행을 결심하고 집을 나섰다.
보고픈 이들을 만난다는 것만으로도
반쯤은 치유되는 효과를 거둔 상태였는데
감기로 기도에 이상이 생겨 호홉상태도 좋지않은 상황에서
가파른 고개를 헐떡거리고 기를 쓰고 오르며
땀을 한등짐 가득 흘리고 나니
몸이 한결 가벼워지는 느낌이다.
맞아... 바로 이거야!
감탄사가 절로 나온다.
이틀동안 꼼짝도 못하고 비실댔던 내가
왜 진작 이 좋은 산행의 치료법을 실천하지 못했을까 하는 자괴심에
미련스럽게까지 느껴진다.
뒤풀이라는 미명아래
새벽까지 퍼마신 취기가 아직도 뒷골에 남아
몸과 마음을 천근만근 누르고 있건만
전날 기를 쓰고 오른 산행 덕에
감기도 반쯤은 달아나 버렸고
기분은 그런대로 유쾌해져
새로 시작된 일주일을 잘 견딜 것만 같은 자신감(?ㅎ)이 든다.
산행이 주는 매력? 아니 마력은 정말 놀라울 정도다.
산을 오를 수 있는 힘과 능력이
내게 있다는 것만으로도 나는 행복하다.

군데군데 쌓인 눈이 빙판을 만들어
아이젠을 장착했다 풀었다를 거듭하며
산을 탄 하루였다.
생각보다 바람도 없었고 날씨도 화창하여
흡사 봄날 속에 와있는 듯한 착각마저 든 하루였다.
모처럼
도봉산입구 포돌이 만남의 광장에서 집결하여
다락능선을 타고 올라
포대능선을 넘어 망월사로 하산한 단촐하면서도
가벼운 산행이었다.
늘 힘들어하던 한 회원조차
오늘 산행이 조금은 부족하다고 말할 정도로
비교적 쉬운 5시간의 산행이었다.

거의다 내려온 지점 한 구간에
사람들의 발자욱에 다져진 눈길 때문에
아이젠을 다시 하기도 그렇고하여
그냥들 내려오다
산행도사들인 사계절,소설속자유인,산행님등등이
엉덩방아를 찧는 이변도 만들었지만
큰 부상없이 웃어넘길 수 있는 무사한 산행을 가진 하루였다.

15명이 산행을 하였고
3명의 회원이 뒤풀이에 달려와 주시어 뜻깊은 시간을 함께 나누었다.

모든 분들 수고 많으셨습니다.
출처 : 도봉에서 관악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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