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상록 2

4년만의 해후

末人 2008. 1. 5. 12:07
 너무도 말라버린 몸
해골에 가깝다.
42 키로램 이쪽 저쪽 이란다.

생기넘친 여우짓으로
사람 홀리던 그 모습은 모두 어디로 가고
매마른 세월을 건너 온
매마른 모습 뿐이다.

힘든 세월이 녹아있는 듯한 눈
힘든 오늘이 베어있는 듯한 얼굴 표정..
참 안되어 보인다.
안스럽다,
마음이 편칠 않다.
괜히 왔다는 생각마저 든다.

두 마리의 강아지가 연방
그니의 가슴팍에 안겨든다.
그 두 마리의 강아지가
그니의 유일한 벗인 듯 싶다.

밀감 껍질을 벗기는 손 또한
삐쩍 말라 보였다.

금새라도 쏟아질 듯한 울음을
애써 참고 있는 게 틀림없었다.

찬바람이 들창을 흔든다.
두어컵의 맥주를 비우고 일어섰다.

잘있어...

뒤도 돌아보지 않았다.
그냥 걸었다.

밤 기온이 차다.
가슴도 시려온다.

흠....
이제
이별의 시는 끝이야..
다시는
다시는
이별의 시 나부랭이는 안 쓸 거야...
벗어날 거야...
영원히 영원히 너로부터....
이 걸로 우린 끝이야...
오늘로써
모두모두 지울 거야.


얼마나 먼 거리인지 따위는 생각하지 않았다.
이 밤의 끝까지
걷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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