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인의 창작 TV단막극) (창작 TV단막극 하편)
♤♤ 합승 ♤♤
#12 다방 안 (F.I)
M~빠른 팝송,--BG로....
말자와 마주 앉은 순희
말자:(심각하게)글쎄, 너라면 신경질 안나겠니? (어이 없다는 듯) 나 원 참! 살다살다 세상에 원, 그렇게 당돌한 사내는 첨 봤어. 순희:(씨익 웃으며)그럴 수도 있지 뭘 그래. 너 혹시 그 사람 맘에 있어 하는 것 아니니? 말자:(어림없다는 듯)미쳤니? 세상에 남자가 그런 사람 한명 밖에 없데두 난 절대 그런 사람 절대 싫어. 순희:그러지 말고 잘해 봐라 얘, 얼마나 멋지니. 패기있고, 뱃심좋고.... 얘,애,얘, 오히려 그런 사람이 자기 와이프 한테는 그만일 거야. 말자:(말을 막으며)얘, 농담이래두 그런 얘긴 하지 마.내가 시집을 못가 처녀귀신이 되는 한이 있어도 그런 유들유들한 사내는 필요없다구. 순희:얼씨구, 너무 큰 소리 치지마라 얘, 두고 보자. 나도 처녀 시절엔 누구못지 않게가리고 따졌던 년이야. 근데 이상과 현실은 양존할 수가 없는건가 봐. 나 좀 봐라. 네가 잘 알다시피 지금의 내 남편이 내가 꿈꿔왔던 이상형은 아니잖어. 말자:난 우리 아버지 처럼 차분하고 자상한 남편이라면 좋겠어. 말을 많이는 안하지만 그 하나하나 몸짓에서 사랑이 뚝뚝 떨어지는 그런 거 말야. 순희:글쎄. 그런 짝이 쉽게 찾아질까? 말자:찾아지고 나타날 때까지 기다려 보는 거지 뭐. 순희:뭐,뭐라고? 너 어떻게 된 거 아니니? 맨 날 상한가 치는 줄 아니? 너는 이미 하향곡선을 그리기 시작했다는 사실을 잊지마. 이 맹추야~ 얘. 시간 늦겠다. 연극이나 보고나서 좀 더 얘기하자.
(일어나는 두 사람)
M~UP되면서~~~F.O
#13, 말자네 대문 앞(저녁)
대문 앞, 벨을 누르고 서 있는 말자. 외출에서 돌아오는 차림이다. (사이)명자가 대문을 열고 나타 난다.
명자:(놀리 듯)(혼자 킥킥 웃는다.)언니야~ 말자:(영문을 몰라)얘,명자야,허파에 선풍기 틀어놨니? 웬 웃음? (하며 대문을 들어 선다)
(직결)
#14, 거실
명자랑 말자, 마당을 통과해서 거실로 올라서며
명자:(놀리 듯) 그러지 마 언니~ 말자:(어안이 벙벙) 뭘? 아버지:(화면 밖에서) 말자 왔냐? 왔으면 이리 좀 들어 오거라. 말자:(명자에게)뭔 일이 있었니? 명자:들어가 보면 알게 될거야. (정색) 다 알면서 이거 왜 이러실까? 다 언니가 짜서 실행시킨 각본이면서.... 말자:(모르겠다는듯) 각본? 짜? 뭐를? 명자:(안방 문을 열어주며) 어서 들어가서 낱낱이 이실 직고나 하셔...
(직결)
#15, 안방
자뭇 엄숙한 분위기... 정자세로 앉아 있는 아버지.그 옆에 어머니 들어와 멀거니 서 있는 말자 명자는 귀추가 주목 되느 듯 어머니 옆에 찰싹 붙어앉아 말자의 표정을 살피고 있다.
아버지:게 앉거라. 말자:(조심스럽게 앉는다. 그리고 아버지의 표정을 조심스럽게 살핀다.) 아버지:(심각하게)이 애비는 말자 너를 이십 칠년 간 키워 오는 동안 오늘 처음으로 너에게서 섭섭함을 느꼈다.
M~서정적인 것 S.I~~~~~~~B.G로
아버지:부모가 자식을 낳아 가르치고 길러 출가 시키는 일만큼 더 중요한 게 어디 있겠니. 헌데, 말자 너는 네가 알다시피 이 애비애미가 너에 대해서 얼마나 걱정하는 줄 잘 알잖아. 그 사람과 하루 이틀도 아니고 8개월 씩이나 사귀어 오면서 그래 한마디라도 좀 해 줬으면 안될 무슨 말못할 사연이라도 있었느냐? 물론 그 사람의 속 깊은 마음에서 그랬다고는 하지만 그래도 부모 마음은 그런게 아니야. 말자:(울상이 되어 무언가 변명하려는 듯) 아버지~. 그게 아니고.. 아버지:(말을 막으며) 안다 알어. 그 젊은 친구의 뜻이라는 걸. 그만하자. 아무튼 일이 잘 진행 된다니 다행이다. 나이들도 이제 찰 만큼 찼으니깐 잘들 알아서 하려무나. 내가 보기엔 사람은 괜찮아 보이더군. 항상 이 부모에게 신뢰를 주고 자란 말자이기에 너만 믿겠다 네가 어련히 알아서 선택하고 사귀었으리라 믿는다. 말자:(당혹)아버지~.지금 무슨 말씀을 하고 계신거예요? 명자:(놀리 듯 웃으며)언니,그 분 청계천에서 자동차 부속품 상회를 한다면서? 잘 하면 언니는 아빠가 30년도 더 공직에 계시면서 못타보신 자가용 정도 쯤은 타고 다닐 수 있겠우? 요즘은 뭐니뭐니 해도 장사가 제일 빠르다는데..... 어머니:(걱정된 듯)오늘 잠깐 얘기는 나눠 봤다만 양친 부모도 안계신대구. 마음씨는 어떻니? 아버지:앗따 임자두, 제가 어련히 알아서 교제했을라고... 말자:(할 말을 잊은 체 분노에 찬 얼굴)왔었군요.... 명자:(생글생글 웃으며)괜찮아 언니, 언니가 어디 한두 살 먹은 어린애우? 솔직히 확 풀어 놓아 봐. 부끄럽고 쑥스러울 게 뭐가 있겠어? 어차피 아빠 엄마가 궁금해 하시기도 하고 알고 넘어가야 할 사항 아니야? 말자:(분함을 못참는 듯 입술에 힘을 주며)명자야,그 부속품 상회가 어디있데? 명자:(재미있다는 듯 한바탕 크게 웃고는)꼭 내 입에서 그 소릴 들어야 겠우? (정색하며) 좋아, 말해 보지. 맞나 틀리나 잘 들어봐. 그러니까 우리 언니의 남편.... 아니아니 키키... 우리 형부의 직장은 청계천 3가 하고도 만수상회라던가? 만수상회 사장님이시다 이 말씀...(다시 호들갑 스럽게 웃는다) 이제 됐우? 맞지? 응? 맞아 안맞아?
(입술에 힘을 주고 알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는 말자의 얼굴에 카메라 D.I)
M~경쾌한것 고조되면서..... (DIS)
#16, 청계천 도로(F.S)
M~계속되며
멀리 삼일빌딩과 고가도로가 보인다 카메라 PAN-DOWN 하면 상점이 즐비한 청계천 상가 전경 카메라 D.I 하면 인파 속에 상점간판을 두리번 거리며 걷고 있는 청바지 차림의 말자
#17, 만수상회
만수상회앞 작업복 차림의 만수가 쭈그리고 앉아 자동차 부속을 열심히 만지고 고치고 있다. 이 때 화면 안으로 들어오는 말자. 힐끗 간판을 올려다 본다. 카메라 따라서 간판에... 말자에게 DOWN 하면 만수를 발견하곤 물끄러미 내려다 보는 말자. (사이)만수의 옆으로 길게 드리워지는 말자의 그림자에 카메라 DOWN 만수, 작업을 하다간 그림자를 보고는 이상한 듯 고개를 돌린다. 기름에 얼룩진 얼굴, 말자를 발견한 만수, 흠칫 놀라다 금새 입을 크게 벌려 웃는다.
만수:오~! 말자씨~~~~~ 말자:(분노를 못삭이는 듯)...(잠시 침묵) 만수:(일어서며 기름 장갑으로 얼굴의 땀을 훔쳐낸다. 또 묻는 기름..) (능청스럽게 웃으며)오실 줄 알았습니다. 아무튼 또 뵙게 되어 방갑습니다. 하하하 말자:(아니꼽다는 듯) 그러시겠죠 만수:(가게 안을 가르키며)좌우지간 이렇게 오셨으니 안으로 들어갑시다.
가게 안으로 들어가 쇼파에 앉는 만수. 따라 들어오는 말자. 만수, 자기 옆 빈 자리를 가르키며
만수:자 , 앉으십시요. 말자:(퉁명스럽게)난 그렇게 한가한 사람이 못되요. 만수:(뻣뻣이 서 있는 말자의 팔을 기름장갑 낀 손으로 끌어 앉히려는듯한 몸짓으로) 안 앉으시면 이 기름장갑으로 끌어 앉히겠습니다.하하 말자:(어이 없다는 듯)참 나 원(하며 할 수 없다는 듯 앉는다.) 피차 바쁘니깐 용건만 말씀드리고 갈게요. 대체 어쩌자고 이러는 거예요? 만수:(시치미떼고)뭘요? 말자:(화난듯)지금 몰라서 그래요? 만수:네 말자:네~에? 모른다고요? 대체 왜그러는 거예요? 만수:(웃기만)차 한잔 하실래요? 말자:차 나부랭이나 얻어 먹자고 온 난 줄 아세요? 도대체 어쩔 참이예요? 어쩌자고 이러는 거예요? 뭐 땜에 남의 집은 함부로 방문해서 어른들을 놀리는 거예요? 나, 오늘 댁과 결판을 내러 회사고 뭐고 다 때려 치고 왔느니깐 정신적 물질적 피해도 보상하려니와 인격을 무시당한 거에 대한 법적인 책임도 물을 겁니다. 만수:아하, 고작 고 말씀을 하시려고 오셨군. 그렇다면 다, 다 해드려야죠.정신적, 물질적, 그리고 또 뭐요? 말자씨가 원하는 것 이상으로 보상해 드려야죠. 음... 잠깐만 기다려주실래요?
벌떡 일어나는 만수.그리고 가게 밖으로 나간다. 가게 안을 두리번 거리는 말자. 카메라 말자의 시선을 쫓는다. 부속품들이 진열된 벽면,벽면을 따라도는 카메라... 구석진 곳 진열대 위의 조그만 꽃병하나.. 그 꽃병 옆에 놓인 익살스런 꼬마인형 한쌍 , 그것을 보고 짧게 미소짓는 말자, 그러다 만수가 나타나자 얼른 정색을 하는 말자. 세숫대야에 물을 떠 갖고 가게 안으로 들어오는 만수.
만수:숙녀 앞에서 이 기름 낀 더러운 얼굴로 마주앉아 있는 것두 실례일 것 같아 우선 세수부터 하고 얘기합시다. (세수를 시작하는 만수) 말자:이봐요! 누가 지금 댁 선보러 온 줄 아세요? 지금 뭐 하는 거예요? 만수:아무캐나 생각하십쇼, 나는 세수는 좀 해야 겠으니...
진열대 아래 탁자 서랍에서 비누를 꺼내 얼굴 가득히 비누 칠을 한다. 말자:( 어이 없는 웃음)
이때 테이블 위의 전화밸이 요란스럽게 울린다.
만수:(얼굴에 비누를 칠 한 채)거,멀뚱멀뚱 앉아 있지만 말고 전화 좀 받아주슈.
계속 울려대는 벨 소리 난감해 하는 말자.
만수:뭐 해요? 전화 받을 줄 몰라요? 말자:( 망서리다가 할 수 없이 수화기를 집어 든다) 네, 여보세요? 네, 만수상회 맞아요.(상냥하게) 네, 네, 사장님요? 잠시 나가셨는데... 뭐라고 전해 드릴까요? (사이) 알겠습니다. 네네. 감사합니다.
그러는 사이 세수를 마친 만수, 수건을 찾아 얼굴을 닦으며
만수:(비식 웃으며)전화도 잘 받으시누만. 여하튼 고맙습니다. 이거 아주 큰 신세를 졌군요(웃음) 말자:(퉁명스럽게)그럼 전화도 못 받는 바보인 줄 알았어요? 서울상회라던가? 지난 번 주문한 거 토요일까지 꼭 좀 보내 달래요. 그리고 지난번 대금은 방금 전 송금했데요, 만수:(반색)그래요? 하! 이거 말자씨에게 피해만 입힌 게 아니라 신세까지 지게 됐군요. 이 은혜를 어떻게 갚지? (너털 웃음) 이왕 신세 지는 거 조금만 더 져야겠습니다. 저.. 요 앞 창고에 가서 옷 좀 갈아 입고 올테니 잠시만 더 좀 봐 주십시요. (독백처럼)업무는 똑 소리 나게 잘 보겠군 흐흐 (하며 밖으로 나간다.) 말자:(당황하여)저,저 여보세요? 여....(벌써 나갔다)
M~짧고 명쾌한 음악 카메라 난감해 하며 서 있는 말자 얼굴에 C.U
(DIS) 다른 앵글에서의 말자 모습, 손목시계를 연방 들여다 본다 (DIS) 또다른 앵글에서의 말자. 쇼파 끝에 겨우 엉거주춤 걸터 앉아 있다.
만수:(말끔한 옷차림, 바뀐 헤어스타일의 모습, 들어오며 유쾌 한듯) 아 이거 무지무지 죄송합니다. 오래 기다리셨져? 어디 전화 온데는 없었어요? 말자:정말 댁은 무례하기도 하지만 못말리는 사람이군요? 누굴 아예 점원 취급까지 하는군 ... 만수:(겸연쩍은 표정)세탁소로 해서 이발소까지 좀 들려오느라고 그랬습니다 바쁘시면 그냥 가시지 그랬어요? 하하 말자:(놀라)네? 그냥가요? 그냥 갔다가 뭐라도 없어졌으면 또 누굴 도둑으로 몰아 얼마나 길길이 뛰고 난리를 치려고요? 만수:아뭏든 당신은 보기와는 다르게 책임감 있는 여자군. 됐습니다. 말자:되다니요? 뭐가 되요? 만수:네? 아! 하하, 아뭏든 당신은 믿음직한 여성이라고요. 좋습니다. 이왕 오셨고 저도 옷도 갈아 입었으니깐 지난 번 일도 사과 드릴 겸 오늘 제가 한턱 내죠. 말자:(비웃 듯)계획적 이시군 만수:편할 대로 생각하십시요. 갈래요? 안 갈래요? 말자:가요? 가긴 어딜 가요? 만수:드라이브요. 그래도 시원하고 공기 좋은 곳으로 나가 뭘 대접해 드려도 드려야지요. 말자:(어이가 없다는듯)참 나 원 만수:내가 오늘 장사까지 포기하고 말씀드리는 거니깐 알아서 하세요. 앞으로 나로부터 시달림을 계속 받고 싶으면 안 가셔도 되고.... 말자:이젠 아주 협박 공갈까지 치시는군요? 만수:갈래요? 안갈래요? 말자:(마지못해 못이기는 척)가긴 어디로 가요? 만수:어디로 가는지 그게 그리도 궁금하면 따라만 오면 알게 되요. 말자:뭐 어디 외딴 곳으로 끌고가 나를 어쩌자는 건 아니죠? 만수:못 믿겠으면 그냥 돌아 가세요. 나 하루 장사 못하면 손해가 얼마인지나 알아요? 그리고 시시하게 당신 같은 사람 어째갖고 내 인생 망치고 싶지는 않으니깐 말자:누가 죽어도 죽어야겠군... 해 지기 전까진 돌아온다고 약속해 주며는요. 만수:(웃으며)햐, 그렇게나 오래? 당근이죠. 사나이의 자존심을 걸고 약속 합니다. 말자:(독백처럼)내가 어쩌다 이렇게 됐지?
(DIS)
#18, 한적한 시골길(F.S)
M~경쾌한 음악, 화면 가득히 깔리고
도로를 달리고 있는 얼핏 보아도 낡은 소형차 카메라 앞까지 왔다가 다시 멀어져 가고....
(DIS)
#19, 다른 길 (F.S)
달리는 자동차(트럭킹 쇼트)
(DIS)
#20, 달리는 자동차 안
M~ 경쾌한 카셋트 음악 운전하는 만수의 옆자리에 앉아 외면하고 가는 말자 만수, 힐끗 말자를 쳐다보며
만수:무슨 재미나는 얘기 없어요? 말자:....... 만수:싸움만 잘하시나? 싸울 때 보다는 재미가 없네요? 말자:(무 반응).... 만수:이 봐요. 나좀 봐봐요. 뭔 아가씨가 죽은 나무토막 같아요? 말자:(고개를 돌린다) 운전이나 똑 바로 하세요. 귀하고 아릿다운 청춘에 요절하고 싶지는 않으니깐. 그리고 댁하고 싸우는 것두 이젠 신물이 날 지경이니깐 말 좀 제발 시키지 말아요. 만수:(웃으며)그래요? 그럼 음악이나 들으세요(하면서 볼륨을 높인다)
순간 푸르륵 하며 시동이 꺼진다. 만수와 말자, 놀란다. 만수:이런, 자동차도 재미가 없다구 심통을 부리는군.
그러면서 이곳 저곳을 점검하는 만수
만수:말자씨, 힘 좀 써 주셔야 할 것 같네요. 말자:힘요? 만수:네, 미안하지만 내려서 차 좀 밀어 주실래요? 조금만 움직이면 시동이 걸릴 거예요.(웃음) 말자:(기가찬 듯)참 나 원.... (할 수 없다는 듯 내린다.) 만수:젖먹던 힘까지 몽땅 넣어서 밀어 보세요. 말자:(죽을 힘을 다해 민다.) 만수:조금만 더. 조금만 더.... 말자:(힘을 쓰느라 이그러진 얼굴) (차가 조금씩 움직인다, 터지는 시동) (갑짜기 밀려나가는 자동차, 순간 앞으로 넘어지는 말자,) 만수:(허겁지겁 차에서 내려 말자의 가슴을 두 팔로 끼고 일으켜 세운다.) 어디 다치신데는 없어요? 말자:(더러워진 옷을 털며)도대체 이거 뭐하는 짓이예요? 만수:그러기 말입니다. 이 놈의 고물 차 진작 갖다 버려야 하는건데,,,(웃음) (그러면서 말자의 옷에 묻은 먼지를 털어준다.) 말자:(뿌리치며)(퉁명스럽게)됐어요. 정말 정말 내가 어쩌다 이렇게 됐지? 만수 :(웃으며)여간해선 이러진 않았는데 사람을 알아 보나봐요. 말자:뭐라고요? 그럼 시동꺼지는 것두 내 탓이란 말이예요? 만수:(능청스럽게)그럴 수도 있죠. 이 차도 부드러운 사람을 좋아하거든요.하하 말자:.... 만수:앞으로도 계속 뻣뻣하게 있으면 또 고장 날지도 모르니 이제부턴 좀 부드러워 지셔야 할거예요. 말자:별 해괴한 자동차구만요. 만수:자,자,어서 갑시다. 배 고프지도 않아요? 힘도 잔뜩 썼는데, 근데 그런 힘은 어디서 나왔을까? (하며 말자의 아래 위를 찬찬히 살핀다.)
다시 차에 오르는 두 사람. 출발하는 자동차.
(DIS)
#21. 식당
마주 앉아 식사를 하는 두 사람. 허겁지겁 먹어대는 만수. 그 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보는 말자. 그러다 눈이 마주치자 서로보고 쑷스러운 듯 웃는 두 사람
(DIS)
#22, 산길
산을 오르는 두 사람 뒤에서 말자를 밀면서 올라가는 만수. 미안해서 뿌리치려 하면 다시 잡아다 밀어 주는 만수.
#23, 어느 쌍무덤 앞
힘 겨운 듯 가쁜 숨을 몰아쉬며 올라온 두 사람. 무덤앞에 쓰러질 듯 풀썩 주저 앉는다. 이마에 땀을 훔치는 만수.
만수:말자씨. 손수건 좀 없어요? 말자:뭐요? 손수건요? 만수:한국사람이 한국 말을 못알아 들으시나? 말자:그러는 댁은 손수건 하나 안 갖고 다녀요? 신사가 되긴 애저녁에 글렀군요? 만수:신사의 기준이 겨우 손수건 하나예요? 주기 싫으면 말아요. (하면서 웃 옷으로 얼굴의 땀을 닥는다.) 말자:(안되 보였는지 백에서 수건을 꺼내 준다) 여깄어요. 내가 보이는 처음이자 마지막 호의이니깐 오해는 말아요. 만수:(받아서 닦으며) 감사합니다. 진작에 이럴 것이지. 돌아가는 길엔 자동차 고장은 안나겠구만. (다 닦고 수건을 돌려주려는 만수) 말자:(주는 수건을 만수 앞으로 밀며) 됐네요. 아주 가져요. 댁의 땀을 내가 빨아 낼 이유도 없고 보아하니 손수건 같은 게 없으신 모양같은데 내가 특별히 선물하죠. 만수:(환히 웃으며)하~! 그래요? 정말 이 손수건 저 주시는 겁니까? (가슴에 껴 안 듯 쓸어 안으며) 감사 감사 감사해요. 이 손수건 두고두고 영원히 기념으로 간직하겠습니다. 말자씨의 크낙한 사랑의 선물이라 생각하겠습니다. 말자:( 포기한 듯)편할대로 생각하세요. 난 단지 손수건 없는 중생 구원해 주는 마음으로 준 것 뿐이니깐 만수:끝까지 한 번도 안지려 하시는군. 뭔 고집이 그리 쎄요? 그 고집 고쳐 볼 생각은 없어요? 내가 한 달이면 확실히 고쳐 줄 자신 있는데.... 나 자동차만 잘 고치는 건 아니예요. 말자:그나 저나 여긴 왜 올라 온 거예요? 허구 많은 곳 놔 두고 하필이면 남의 무덤으로 온 건 또 무슨 끙끙이 속이예요? 만수:아~! 그렇군요. ( 산아래를 가르키며) 저기 좀 봐요. 경치가 그런대로 좋잖아요. 저 앞에 흐르는 시냇물... 그리고 저 싱그런 들판... 누구 산소인지는 몰라도 명당같죠? 좌청룡 우백호에.... 말자:아예 지관으로 나가시지.... 만수:(생각난 듯)아 참, 우리 이러고 있지 말고 들꽃이라도 꺽어다 이곳에 올려 드립시다. 말자:(영문을 몰라)꽃을요? 이 무덤에? 만수:그래요. 이왕 이렇게 앉아있는데 꽃이라도 꺽어다 바치고 앉아 있으면 여기 잠드신 분들이 이러실것 같아요. 정말 마음씨도 고운 한쌍의 연인이라고...하하하 말자:뭐요? 연인? 만수:(말자의 팔을 잡아끌다시피 일으킨다.) (마지 못해 일어나는 말자.) 놀면 뭐해요. 꽃 향도 맡을 겸 꽃이나 꺽어 오자고요.
(직결)
#24, 산
각기 떨어져서 꽃을 찾아 꺽는 두 사람 말자, 꽃향도 우아하게 맡아보기도 하며...
(직결)
#25, 쌍무덤 앞
제단 앞에 조심스럽게 꽃을 놓는 만수,
만수:(웃으며)말자씨, 이왕 꽃도 바쳤으니깐 기왕지사 절이라도 하고 앉아 있자구요. 말자:(황당)뭐요? 절을? 미쳤어요? 만수:미치긴요. 우리가 절을 올리면 여기 잠드신 망인께서 얼마나 기뻐하시겠어요? 아름다운 젊은 한 쌍이 아름다운 꽃을 바치고 절까지 올려주니 여기 잠드신 분께서 우리에게 큰 복이라도 내려주실지 모르잖아요. 말자:댁이나 절하고 실컷 복받으세요. 난 복 없어도 잘 살수 있으니깐.... 만수:(닥아와 말자를 강제로 허리를 굽히고 절을 시킨다) 말자:어머머머. 왜 이래요? (그러면서 엉겁결에 절을 하는 말자) 만수:(따라서 절을 하고는 일어서서 묵념하며 독백처럼) 아버지,어머니,저 왔습니다. 만수가 왔어요. 그동안 편히 주무셨는지요. 오늘에서야 부모님의 며느리 감을 데리고 왔어요. 말자:(놀라 휘둥그래지는 눈, 당황,어쩔 줄 모른다.) 만수:아직은 내 사람이 되기엔 많이 거칠어요. 하지만 자신있어요. 아버지 어머니. 결코 부모님을 실망시켜주지 않을 며느리감이라고 저는 확신합니다. 고집은 좀 쎄지만 마음씨는 비단이예요. 저는 처음 보는 순간 아! 이 사람이구나 하는 맘이 생겼어요. 말자:(소리 지른다)지금 뭐하는 거야? 뭐 이런 개 떡 같은 경우가... (하면서) 나 갈꺼야. 도저히 눈뜨고는 못보겠어. 무슨 이리 치졸하고 유치한 행동을 하다니... (산을 뛰어 내려가는 말자) 만수:(그러거나 말거나 독백은 이어지고)저것 좀 보세요. 아버지 어머니 아직은 많이 거칠죠? 그러나 자신 있어요. 가까운 시일 안에 보다 부드러운 모습으로 만들어 다시 찾아 올게요 그럼 편히 쉬세요. 저 이만 갈게요.
(만수, 말자가 뛰어 내려간 산 아래를 본다. 넘어지고 뒤뚱거리며 도망치듯 산을 내려가는 말자. 그 모습을 보며 미소짓는 만수,)
(DIS)
#26, 산 아래
거의 다 내려온 말자. 뒤에서 헐레벌떡 따라 내려오는 만수, 만수, 뒤에 따라와 말자를 잡는다.
만수:말자씨~~! 말자:(화가 단단히 나서 소리지르 듯) 뭐 하는거야? 지금 뭐 애들 데리고 장난하는 거예요? 뭐예요? 만수:(진지한 눈빛)말자씨~! (사이)(자뭇 심각한 표정)내 사람이 돼줘요. 말자:(놀라) 뭐요? 뭐라구?(하며 다시 뿌리치고 달아나려는데) 만수:(붙잡고 안놔주며)말자야~~~! 나 한테 시집 좀 와 줘~!(하면서 포옹하려 하자) 말자:(만수의 뺨을 후려 갈긴다.) 뭐야! 이 치한~! 만수:(맞은 뺨을 감싸쥐자, 달아나는 말자, 멍하니 바라만 볼 뿐) 말자:(자동차 옆을 지나 뛰어서 달아나는 말자,) 만수:(뺨을 어루 만지며 천천히 자동차로 걸어가 올라 탄다,) (저 멀리로 계속 뛰어서 달아나는 말자) (시동을 걸고 천천히 움직인다) (뛰어 가는 말자 옆까지 와서 속도를 맞춰가는 자동차)
만수:(앞만 보고 뛰는 말자에게) 말자씨~! 어서 타요. 말자:(뛰기만) 만수:어서 타라니깐요. 말자:(들은 척 만척) 만수:역시 고집이 쎄구먼. 진짜 안타요? 여기는 차도 없고 집도 없어요. 마을에 차 타는 곳 까지 가려면 깜깜해 져요. 괜히 고집부리다 도깨비에에 잡혀가지 말구 타는 게 좋을 걸요. 말자:(지친 듯 뛰기를 멈추고 걷는다.) 만수: 어서 타시라니깐 말자:........ 만수: 진짜 안타면 나 혼자 가버려요? 말자:(잠시 만수를 노려본다) 만수:타요. 얼릉~~. 안타? 안타요? 진짜? 그럼 나 혼자 가버린다. 말자:.... 만수:진짜 가 버립니다. 후회 말아요.? 만수. 속력을 급작히 높혀 달아난다. 말자:(멀어지는 자동차)(말자.당황해서 소리친다)김,만,수~~~!
(직결)
#27, 자동차 안
(만수, 백 밀러로 뒤를 보며 미소를 지으며 급 브레이크를 잡는다)
(직결)
#28, 도로
(제 자리에 우뚝 멈춰 선 말자.) ( 후진으로 오는 자동차를 멍하니 바라본다) (다가와 멈추는 자동차. 만수 차창 밖으로 고개를 내 밀며)
만수:(손가락으로 타라는 시늉) 말자:( 잠시 망서리는 척 하다가 올라타는 말자) 만수:(만족한 미소) 말자:(한풀 꺽인 듯) 만수:(조수석에 오르는 말자의 손을 잡아 주려하자 팔을 내밀어 그 손을 잡고 타는 말자.) 말자:(기어 들어가는 소리로) 진짜 혼자 가려고 했어요? 만수:아니(도리질), 내 사람을 도깨비에게 잡혀먹히게 하고 갈 수는 없지.(미소) 말자씨는 내가 영원히 책임져야 할 사람인데... 말자:도깨비가 따로 있는 게 아냐.당신이 도깨비야. 아무래도 내가 지금 뭐 한테 홀린 기분이예요. 만수:도깨비래도 좋고 방아깨비래도 좋아요. 말자씨만 옆에 있어 준다면....난 뭐가 돼도 좋아요. 나, 말자씨 인생을 책임지고 운전해 주는 기사가 되 줄게요 말자:당신의 눈꺼풀에 뭐가 씌운건지 내 눈꺼풀에 뭐가 낀 건지....
마주보고 웃는 두사람 출발하는 자동차 카메라 pan-up 하면 멀어져 가는 자동차
만수;(소리)이제 우리는 인생을 합승하는 거야. 알았지? 말자:(소리)합승은 좋지만 차나 똑바른 거나 태워 줘요. 만수:알았습니다. 김만수 사모님~~~! (웃음소리 멀어지며)
M~경쾌한 음악 고조되며
바람에 나부끼는 가로수 잎새들 그 위에 떠오르는 캐스트, 스탭, 자막.......
(F.O)
.........................(끝).......................
***(2001년 3월 22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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