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기 1

[스크랩] 비 오던 날의 감자탕과 도봉산행

末人 2008. 10. 28. 18:39


뽀글뽀글 방울을 만들며 부풀어 오른다.
그러다간 팽창된 방울이 퍽하고 터지면
끓어오르던 수면은
한참을 내려간다,.
버얼건 고추 조각들이 온몸에 부딪껴오고
둥근 바위만한 감자녀석이
이리저리 뜨거워 몸을 비틀자
억센 뼈다귀에 붙어있던 살점들이
흐물거리기 시작한다.

버얼건 고추 조각들과
뼛사이를 훑고 나온 찐한 국물과
바위 덩어리같은 감자의 속살로부터 빠져나온
찐한 엑기스로 인하여
탕안은 벌거죽죽하게
혼탁한 용암을 이룬 듯
뽈록뽈록 뜨건 김을 연방 토해낸다.

좀체로 부숴질 것 같지 않던 누우런 감자 덩어리도
푸실푸실
맥없이 갈라져 버린다

저들은
억센 두 가닥의 송곳으로
연방 뼈의 송송 난 구멍 틈바귀를 쑤셔대어
이어 빛바랜 쵸코렛빛 살점들을 푹푹 떨어뜨리더니
면도를 하지 않았으면
구렛나루 턱수염이 가득했을
턱주거니 위의
뻥 뚫린 입속으로
그 용암 구덩이서 퍼올린
온갖 잡동사니들을 밀어넣는다.

입천장이 뜨거웠는지
잠시 넓적한 스푼 삽을 내려놓고
허연 쐐주잔이라 칭하는 항아리 가득
찰찰 넘치는 옥수를
캬~! 하는 소리를 남기며 목구멍에 부어 넘긴다.

먼저 와
이런 과정을 다 밟았을
몇 패거리의 손님들이
썰물처럼 빠져나간 감자탕집 지하엔
이제 우리 일행 뿐이었다.

노시개나가 튀어나오고  (註: 노시개나=노xx 시xx 개xx 나xx )
장중은 한바탕 뻑적지근한 소란이 오간다.

그러는 사이
그렇게 뜨겁던 감자탕도
어느덧 바닥이 나고
우리네에게 주어진 시간조차도
바닥이 났다.


창밖엔
굵어진 빗줄기가 하염없이 뿌려대고
영혼까지 젖어들던 찐한 시간은
멈춤없이 흘러흘러 어제로 만들고,
우리는
그 날의 주인공들이 되어
하나하나 사라져 갔다.

모두 돌아간
텅빈 뒤안 길...

그들이 만들어 준 하루가 나라타쥬 되 온다.

30 분 지각 끝에 나타난 서래옥
20분 더 자기 시간을 가졌던 햅번
불광동에서의 우연한 만남을 계기로 인하여
오늘 함께 하여 준 여울...
모든 인과관계를
애정어린 눈길로 보아주는 오랜지..
그침없는 산행회원 포섭작전의 대가 오크,
그의 작전에 휘말려
처음 참가한 강미녀와 그 일행...
하니핀의 꽃송이처럼 화니핀 김밥하며
쟈스민의 웃음...

모두가 돌아간 뒷자리에
고명처럼 남아 떠도는 어제들..

식어진 찬 가슴에
뜨거운 온기로 다가와 안겨주던 감자탕만큼이나
따스한 마음들을 가진 분들과의 하루가

비에 잠겨가면서도
몽실몽실 피어오르던 도봉산 자락의 비안개처럼
아름다운 추억으로 피어나고 있다.

더러는 세찬 비바람으로
날릴 듯 다가와 바위에 온몸을 달라붙게 하고
더러는 해조음처럼 고즈녁한 소리로
우리를 산과 하나가 되게 만들던 날씨...

바지가랭이에
자꾸만 달라붙던 황톳방울처럼
산을 벗어난 지금도
기억 속에 달라붙어 있는 그날..

산에 들어 황홀했던
꿈 같던 하루...

햅번은
이 날을 생각하며
어떤 노래를 골라 올릴까?.....

생화
보라향기
공기
돌이
그린
감자
가빈
안개
에구 다 적을라니 끝도 없겠기에...
그리고
모든 우리방 님들...
모두모두
얼마나 함께 하고 팠을까...
출처 : 도봉에서 관악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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