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기 1

도봉산행 후기

末人 2008. 10. 28. 18:46

산행지  도봉산-사패능선
산행일  2004년 11월14일 일요일
날씨      쾌청,따사로운...
코스   호돌이만남의 광장-도봉매표소-다락능선-포대능선우회
          산불감시초소-사패능선-회룡사-회룡역 (5시간)
참가자   상운,제강,야생화,솔개,유비,이슬,여울,동주,말인,
             뒤푸리참가-위원장


과연 산을 탈 수 있을까?
한시간 빠르게 집을 나서서
전철 계단을 올라가는데 숨이 차다.
그래,
천천히... 아주 천천히... 내 페이스대로 호홉조절하며
심장 다스리며 아주 천천히 올라봐야지...

오늘의 하산 코스인 회룡역 범골 쪽으로부터 올라갈까 하다가
막상 전철을 타고 가는 동안
잘하면 올라갈 것도 같다는 생각이 들어
그냥 도봉매표소로 오르기로 했다.

회원들보다 좀 일찍 출발하여
쉬엄쉬엄 가다보면 만나겠지...

10시 집결이었지만
나는 9시20분에 도봉매표소를 통과하여
혼자 산행을 시작했다.

몇발자욱 걷지도 않았는데 숨이차다,
뿌리는 심장약 isoker을 입안에 뿌리고
가다쉬다를 반복하며 힘겹게 걸음을 옮겨갔다.

숨이 차 오를만 하면 쉬었고
잠시 쉬고나면 다시 용기를 얻어 걸었다.

한시간 이상을 걸어 겨우 다락능선에 이른다.

정 못가면 하산하리라 마음먹고 걷다보니
조금씩 자신감이 들어 계속 앞으로 나아갔다.

포대능선을 우회하여 사패산 쪽으로가는 주능선에 이르르니
시간은 벌써 11시30분이다.

엄청 느리게 왔다.
허지만 어쩔 수 없쟎은가?

능선 옆 양지바른 너른 바위 위에 자리를 잡고
뒤늦게 출발한 회원들을 기다리기로 했다.

컵라면에 뜨건 물을 부어놓고
김밥을 꺼내 우물우물 씹고 있노라니
산행을 시작한 지난 일여년 이래
혼자 해본 적이 없던 점심인지라
처량하기가 그지없다.

흡사 집나온 어린 아이처럼
내가 나를 생각하기에도
가엾고 측은하기가 이를 데 없다.

어울린다는 것이
이렇게 중요하고
보람되고
사람 사는 진정한 모습임을 절감한 순간이었다.

30여분을 기다려도
나타나지 않는 회원들이다.

핸펀을 날리니
제강이 아직도 주능선에 이르지 못했다는 전갈..

잠시 후
야생화로부터
산불감시초소에서 기다리라는 문자멧세지가 들어왔다.

어라?
벌써 여기를 통과했나?
내가 눈이 뚫어져라 보고 있었는데
어디 사잇길로 지나간 것일까?

부지런히 걸음을 옮겼다.
우회길로
힘들어하는 심장을 부여잡고
부지런히 걸었다.

호젓한 우회도로엔 낙엽이 발목까지 쌓여있었다.

다 시든 단풍잎들이
말라비틀어져 매달려 있는 모습이
흉물스럽게 보인다.

찬란하던 그 모습은 간곳이 없고
저런 비참한 모습만이 남아있다니..

세월무상이다...

산불감시초소에 이르러
사방을 둘러보아도 아무도 없다.
아니 이럴 수가...

도대체 어찌된 건가?

잠시 혼란에 빠져 있을 때
저 앞 능선 쪽에서
일행들이 보이기 시작한다.

오랫만에 산행에 참가한 상운님의 모습과
빈라덴처럼 모자를 둘러(?)쓰고
짙은 색안경을 낀 체
손을 흔들어 보이는 이슬님~!(나중에 그가 이슬인지 알았지만...)

뒤이어 제강,솔개,야생화님등등이 나타난다.
다리를 다쳤다는 유비도
스틱에 의지한 체
절뚝이며 나타난다.

양지바른 공터에 자리를 잡고
오찬 시작...

이미 벌써 해결한 나는 멀뚱히 그들의 오찬모습을 지켜보아야했다.

상운님의
국적불명(?^^*)의 술을 한잔 받아마시니
오그라 들었던 심혈관이 넓혀지는 듯 편안하다.

언제나처럼
오찬 시간은 즐겁기 그지없는 시간..
동주님의 아기자기한 점심메뉴...
이슬님의 야물딱져 보이는 등산팻션...
제강의 작업이야기..
야생화님의 깔끔병 등등을 화제삼으며
오찬을 마치고...

산행을 별로 한 것 같지도 않은데
시간은 꽤나 많이 흘러갔다.

계획했던 사패산은 포기한체
회룡골로 하산을 서둘렀다.
그렇게 서둘었던 것에
유비의 부상도
나의 힘들어 함도 한몫을 했다.

하산 길은 마냥 한가하기만 하다.

늦가을의 햇살이
수북히 쌓인 낙엽 위에
흡사 봄볕처럼 따사롭게 내리 쏟아지고 있었다.

쫄쫄거리는 계곡물에
아직은 그렇게 차지않아
발들을 담그며
오늘의 산행을 대충 마무리 지어갔다.

회룡역엔
일이 있어 산행엔 참가치 못했던 위원장이
뒤푸리에나마 참가코자
벌써 와서 기다리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