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
末人
비가 내린다.
바람이 분다.
세상은 젖고
나는 흔들린다.
어제와
별빛과
따사롭던 눈빛과
악수하고 돌아왔다.
허망으로 바뀐 시간들이
갈갈이 찢어져 먼지처럼 날린다.
텅 비어버린 대지 위
바람이 불어오는 북쪽 끝에서
핏기잃은 태양이 붉은 눈물을 쏟고 있다.
부도난 사랑이
낙엽되어 딩구는 가슴
미아가 된 열정은
이제 어디로 가야 하는가...
몸부림치던 미련도
마지막 숨을 할딱거리며
망각의 저 깊고깊은 무덤 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다시 돌아갈 열차도 없는
삶의 비 내리는 종착역에서
나는 식어가는
당신의 손을 놓았다.
바람이 불고
비는 그침이 없다.
후드득..
썪은 이파리들이 떨어져 내린다.
시작도 끝도 알수 없는
뒤엉켜버린 혼미
소금물처럼 저며드는 회한에
서러움으로 마취되어 가는
영혼
서서히 빠져나가는 촉촉했던 당신의 사랑
나는
마를대로 말라가다
바스라지는 삭정이가 되어 간다.
내리는 비에
세상은 젖어 갔고
나는 자꾸만
말라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