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9월10일 산행기
산행지 북한산 인수봉
산행코스 옛그린파크앞-개울길-능선길-깔딱고개-
하루재-인수봉 매만지며--숨은벽정상-위문-
용암문-대동문-아카데미하우스-419탑 총소요시간(6시간)
날씨 햇빛없는 서늘한 날
참가자 말인/위원장/짱볕/짱볕1/짱볕2/세상의다리/
강카수/민선생/일산/편안/산나드리/임형/
뒤풀이-초록별/들장미/단풍
인수봉, 백운대를 휘감고 있는 나무들은
이제 진초록 옷을 벗을 준비를 하고 있었다.
아직은 청초했지만
이제 그들은 숙명적인 이별을 준비하고 있었다.
햇빛은 꿀랍 때문에 잿빛 구름 저편에서 낮잠을 자고 있었지만
불어오는 서늘한 가을바람에
시야는 맑게 틔어 온사방을 조망하기엔 더없이 좋은 날씨였다.
명절 밑이라 산길은 한산하기 그지없다.
한적했기에 더욱 즐거울 수 있었던 하루였다.
함께한 분들의 컨디션도 비교적 좋아 보였다.
발걸음도 가벼워 웬만한 급경사 길도
거뜬거뜬 소화해 내는 걸 보고
오늘 산행은 처음 계획했던대로 시행키로 마음먹고
길게길게 걸었다.
오랫만에 선택한 집결지엔 그린파크는 없었다.
반가운 얼굴들,처음 보는 얼굴들...
모두모두 제 시간에 도착했기에
출발은 10시가 조금 넘어 시작되었다.
도선사 주차장까지 가는 길은 지루한 아스팔트길로 되어있다.
우리는 그 길을 피하여 NEPA매장 옆의 산길로 들었다.
태풍 꿀랍의 영향 탓인지
햇살도 없는데다 서늘한 바람마저 불어주어
산행하기엔 최적의 날씨였다.
헉헉 대며 오른 잠깐의 산행 끝에
넓다란 능선 길 한 모퉁이에서 인사들을 나누었다.
영업마저 포기하고 나온 코스모스 같은 여인 짱볕님...
하늘하늘 허공에 날리는 미소가 오늘 따라 더욱 곱다.
코스모스 옆에는 짱볕1 들국화도 피어있다.
몇발자국 떼는 모습에서 나는 벌써 그가
대단한 산꾼임을 느낄 수 있었다.
이왕 꽃에 비유했으니 내친 김에 계속 가볼까?
싱그러운 향기 폴폴나는 들국화 옆엔 또 한그루의
짱볕2 셀비아도 피어있다.
모두모두 훤출한 가을 꽃이다.
목이 긴 꽃은 모두 가을 꽃이라더니
짱볕 삼총사는 모두 목이 길었다 ^^*
도선사 주차장까지 택시타고 올라오신 산나드리님.
그 분과 늘 동행하신다는 임형...
베낭을 걸머맨 모습이 야무져 보이시고 틀이 딱 잡혀있어
이분들 또한 산과 엄청 친하신 분들임을 느낄 수 있었다.
임형은 혼자서도 다서여섯시간씩 산길을 다니신다는 분이었다.
온화한 모습의 산나드리님과 어딘가 듬직해 보이는 임형 두분은
환상의 짝궁이지만
앞으로 우리들 모임에 자주 참가해 주시겠다는 약속을 주셨다.
편안님...
6년 전에 술과 담배를 모두 끊어버린 대단한 결심의 소유자다.
탄탄한 골격, 힘께나 쓸 체격,,,
덕분에 깔딱고개에서 짱볕님은 모든 짐을 편안님께 맡기시니
베낭 두 개를 걸머매고도
한마리 치타가 되어 깔딱을 안깔딱거리며 ㅎㅎ 힘치게 달려올라 간다.
편안~! 이 분이 막걸리 한잔 못하는 맹물(?)임을
이번 산길에서 발견해낸 말인이다 ㅎㅎ
건설업자 세상의다리님..
현장 사정 때문에 겨우 짬을 내어 산행에 오셨지만
못내 걱정이 되셨는지
인수봉까지만 찍고 오찬 후 서둘러 하산을 했다.
말썽을 일으킨 말인의 카메라 대신
세상의 다리님 카메라가 멋진 장면을 담아냈다.
소통과 교류,정과 사랑의 상징, 다리..
거창한 세상의 다리의 소중함까지는 모르겠지만
걸상 다리의 소중함 만큼은 나도 늘 느끼고 산다 ㅎㅎ
강카수와 위원장...
위원장 완장 떼어 버렸으니 동해로 불러달란다.
노래방엘 가서 한마당 펼쳐놓으면
위원장은 폭팔하는 다이나마이트같은 가창력으로
좌중을 사로 잡는다.
언제나 힘이 넘치는 그이기에 산길을 오르는 그의 몸은
언제나 가볍게만 보인다.
위원장은 폭팔하는 강력파워의 소지자라면
강카수는 사람의 가슴을 훑어내리게 하는 감미로운 목소리의 소유자다.
전국대회 노래자랑에서 상을 받을 정도의 실력파다.
온종일이라도 노래를 부를 수 있는 그다
불과 일주일 전 백두산을 8시간이나 종주하고 왔기에
오늘 산행정도는 동네한바퀴 도는 수준이란다...
벅차하는 두 사람 ..
일산과 민형 두 분은 산행포기 하산...
온종일 울려대는 핸펀..
산에 못 온 시에라님의 몸살이다.ㅎㅎ
직원들 보너스 푹푹 안겨주려니 올 수가 없었겠지 ㅎㅎ
불랙님도 초록별님도 무수히도 전화를 날려오지만
산길이라 통화가 쉽지가 않았다.
먼길까지 뒤풀이에 참가해 주신
초록별,들장미,단풍님 고맙기 이를데가 없다.
가을은 남자의 계절이라나?
어느 무명 시인처럼
유독 가을을 많이 타는 그는
가을의 외로움을 이겨내기 위해서라도
소주 한박스를 들여 놓아야 겠다는데
나는 소주는 못마시니
그냥 외로울 때면 산길이나 걸어야겠다.
간만에 걸어 본 북한산길은 과연 북한산길이었다.
웅장함과 기인 코스...
숨쉬기가 그렇게 편할 수 없는 싱그러움이 존재하는 곳..
북한산에서 가장 먼저 단풍이 드는 곳 숨은벽과 인수봉...
오랫만에 어루만져보는 인수봉의 체온은 따사롭기 그지없다.
나뭇가지에 가려져 있던 하얀 속살을 만져본 순간
헤어졌던 옛애인을 다시만나
그 보드랍던 육신을 오랫만에 더듬어보는 듯
가슴은 벅차오르고 숨은 가빠져온다.
내 손길에 인수의 심장도 팔딱거리고 있다.
우리들의 재회를 가져다 준 이 가을...
이제 길을 뚫어놓고 왔으니
곧 불타오를 그 날
우리는 그 불길 속으로 모두 함께 뛰이들어
가을의 한가운데로 분신해 들어갈 것을 약속했다.
그리하여
이토록 나를 옥죄어오던
이 가을의 외로움으로부터
멋지게 벗어날 것이다.
그 날이 오면 나는
숨은벽 정상에 앉아
폭죽처럼 터져나는 국화꽃향을 발라
오랫동안 잊고 살았던
그리운 그니에게 엽서를 날릴 것이다..
지금도 사랑하고 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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