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춘선 열차의 출발점이
청량리에서 상봉역으로 바뀐 이래
이 놈의 열차는 엄청 복잡해졌다.
그래서
언제부터인가 나는
이 경춘선을 별로 좋아하지 않았다.
산행 며칠 전
문안산 정보를 캐러 다니던 중
잠실에서 출발하는 직행버스가 있다는 걸 발견하곤
쾌재를 불렀다.
그래 바로 요놈이야....
8002번~!!
너 딱 걸렸쓰...
경사랑님이 내 산행에 따라 붙는다하여 상봉역으로 오라 하긴 했는데...
문자를 날렸다.
이 몸은 버스로 가니 그 몸은 마석으로 오라고...
버스정보 엡에서 8002번 요 녀석이
9시25분경 잠실역 6번 출구에 도착한다는 정보를 입수하고
부랴부랴 그곳으로 갔는데
올커니 때맞춰 요놈이 정류장 안으로 미끌어져 들어온다.
한무리의 승객들이 내린 텅빈 버스로 올라서려는 순간...
여기서 타면 안됩니다.
9번 출구로 가세요...
우라질 넘의 기사...
좀 태우고 가면 안되나?
지하 속으로 다시 기어들어가 헤매고 더듬거리고 헷갈려하며
겨우 9번 출구로 갔건만
모든 버스들의 팻말은 다 있는데
요넘의 8002번 팻말은 보이질 않네 그려..
팻말도 없는 긴 줄이 8002번을 기다리는 무리라는 건
그 줄 끝에 서 있던 어떤 분에게 묻고 나서야 알았다.
9시 37분에 출발한 버스는 올림픽대로로 올라서더니
그냥 쏜살같은 속도로 경춘 고속도로로 접어들더니
마석의 화개 톨게이트까지 단숨에 달려갔다.
마석에 들어서서
다섯정거장만에 마석역 하차...
시계를 보니 10시 11분
34분만에 와버린 마석역은 적막강산...
타는 갈증에
우유 한병 사서 물고
역사 안을 기웃대는데
전봇대만한 레서드님이 눈에 띈다.
한두마디 나누는 사이 10시30분 열차가 들어오고
회원들이 모여드는데
아뿔싸....
따라붙게다던 지인 뒤에
세명이나 더 덜래덜래 달고 나타나는 것이 아닌가...
큰일이다....
이 동포들을 어찌 감당하랴......
때마춤
30-9번 문안산행 버스가 10시35분에 출발한다기에
우선 우리 다섯명은 그 차에 올라탔다.
다음 버스는 11시20분에나 있다하니
괜히 50분동안이나 마석역 안에서 웅성거리긴 싫었다.
가람길님에게 먼저 간다고 알리고
래서드님에게도 폰으로 알렸다.
문안산 오르기전
그랜드 피아노 화장실이 있는
공원처럼 꾸며놓은 화도 하수처리장 안을 한바퀴 둘러 보았다.
그래도 아직 뒷차가 도착할 시간이 안되었다.
날은 춥고
거처할 공간도 없고
에라 우선 산을 타고보자....
sk주유소 뒷켠으로부터 시작되는 문안산행......
고도를 높혀가자 북한강이 조망되기 시작한다.
마른 나무 가지 사이로
희푸른 강물이 침묵처럼 누워있다.
인적없는 고요한 산길...
낙엽 밟히는 소리만 귓전을 간지른다.
바위를 돌아 전망대 아래서 우선
탁배기를 한잔씩 들이켰다.
걸으면 덥고 멈추면 추워오는 날씨....
걸었다.
능선길은 완만하고 편안한 낙엽길이었다.
간간히 녹지 않은 눈들이 발아래 밟혀왔다.
8부 능선쯤 올라서자
그제부터 눈밭이었다.
아이젠을 장착하고 걸었다.
그래 정상 부근에서 머물다보면 합류할 수 있겠지...
정상을 찍었다.
문안석 표지석 앞에서 한커트 찰칵...
순간을 영원으로.....담는 요식행위...
그리고 문안산에게 문안인사를 정식으로 드렸다.
문안드리러 말인이
이 세상 곳곳을 돌아
육십여년만에
이제서야 왔노라고...
오늘은
원치않은 개인산행이 되어버린 꼴이었다.
일행을 기다리기엔 멈추면 추웠다.
바람없고 양지바른 곳에다
일행이 가져온 코펠을 펼쳤다.
라면 국물에 막걸리는 술술 잘도 넘어간다.
어차피 합류하기엔
오늘은 틀린 것 같았다
이제 도를 넘게 마신 취기가
다리를,온몸을,아니 영혼까지도 흔들리게 하고 있다.
능선을 따라 걸으며
이제는 왼쪽 하산로만 찾으면 된다.
장현리로 빠지는 오른쪽 길목은 많건만
왼쪽 45번 국도 쪽으로 내려가는 곳은 좀처럼 나타나지 않았다.
고래산 쪽으로 능선을 오르내리는 동안
인적은 끊겼다 이어졌다를 반복했고
희미한 등로는 산객이 그만큼 뜯하다는 걸 말해주고 있었다.
이정표는 군데군데 많기도 하다만
북한강 쪽으로 내려 가는 곳은 없었다.
그래
없으면 말라지 뭐..
저 앞에 보이는 능선을 따라
알바라도 해서 내려갈 각오로 계속 걸었다
고래산도 3키로 정도 밖에 안남았다는 이정표...
예측대로
좌측으로 내리 뻗은 산줄기 머리에서 드디어
유기농 연구소로 가는 이정표가 나왔다.
허지만
인적이 희미하다.
다니는 사람들이 별로 없는 길인가보다.
수북히 쌓인 낙엽을 헤치며
한참을 내려서자
나무가지 사이로
저 아래 연초록빛 지붕의 건물 모습이 들어왔다.
그 곳을 목표로 희미한 등로를 따라 하산....
드넓은 주차장이 시야에 들어왔고
무수히 많은 차량들이 그 곳에 있었다.
그 곳이 영화촬영소라는 건
포장된 도로 위에까지 내려서고서야 알 수 있었다..
56번 버스에 올라
회탄색 구름사이로 숨어든
희미한 태양의 흔적을 바라보며
결국 함께 하지 못한 미안함과 아쉬움이
밀려옴을 느꼈다.
감회의 끝에
대롱대롱 매달려 따라오는 또 하나의 감정...
나는 오늘 모든 회원들을 잃어버리고
미아가 되어
혼자 헤매다 온 꼴이 아니던가?
아
슬픈 마린아..슬픈 영혼이여~!!
눈물을 쏟게나...
펑펑 쏟게나....
5시38분 운길산발 용산행 열차에 올라타며
한적하고 좋은 하루 산행을 즐길 수 있었음에 감사하며
우리는 눈 내리는 회기역 갈매기살집 창가에 앉아
내일울 위하여
건강을 위하여
사랑을 위하여....
위하여...위하여...
위하여를 연방 외쳐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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