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들다 힘들어,,,
뛴다는 건 이제 말인에겐 꿈같은 옛이야기일 뿐이야...
뛰어갈 수도 없어
잽싼 걸음을 옮기면서도 불안하고 미안하고....
웬 넘의 버스가 오늘따라 지각이랴?
하늘의 조화인지
업체측의 과실인지
말인이 운이 없어서인지
지각이다 지각...오늘은 지각이라구...
있을 수없는 지각...
오분 정도 늦게 도착한 팔당역마당...
산행대장을 맡은 사람이
이리 지각을 하면 되느냐고
핀잔, 눈치, 원망, 힐책,뭐..그 딴 것 줘도 찍소리 못할 판국인데
산들애님들 모두 순한 양인가? 천사인가?
뭐라하는 사람 하나 없넹...
그 먼먼 부평서 날아온 마루님은 미소짓고
그 먼먼 양평서 달려온 존재함님 방실대고
그 먼먼 광주서 뛰어온 해피지아님 환희 웃으니
미안타 말도 못히고 배짱좋게 눈 찔끔 감고 손부터 내밀어 악수를 했다.
깔딱깔딱 숨차하며 철탑능선을 올라가야지...
엊그제 마신 취기에
무릎뼈 욱신대고
허리는 쑤셔대고
가슴은 콩당대어야 정상인데
이기이기 또 어찌된 일이랴...
발에 엔진을 달았나
히프에 추진동체를 달았나
마누라가 아침 국 속에 자양강장제라도 몰래타서 줬나?
올라가는데 힘이 안드네...
정말정말 이상한 조화로다.
내 뒤를 바짝 따르는 봉순이님 숨소리가 제법 거치네...
쿤첸을 밀어내고 사장이 되신 이사장님은
여차하면 나를 추월할 기세라
우물쭈물했다간 대장 자리도 빼앗길 것 같아
용써라 죽어라 악쓰며 선두를 꽉 움켜쥐고
가파른 길을 악바리가 되어 기어 올랐갔지 뭐...
그저존재함...
세상에 존재하는 것만으로도 저리도 좋은가보다...
고만 좀 웃어라...
아 글쎄 까페에 글 올라오는 걸 보면
내일 당장이라도 세상을 하직할 것처럼 떠들더만
우수도 번민도 저 얼굴에선 찾아볼 수 없는 개뿔이네 그려...
난 이번 산행에서 해피지아님이 상당한 미모라는 걸 처음 알았다니깐...
어떻게 알았냐구?
그거야 아주 간단하지...
평소에 미녀군단을 이끌고 다니시는
눈초리 엄청 예민하신 가람길님이
해피지아님의 곁에서 1m 이상 벌어지는 걸
이번 산행에서 단 한번도 본적이 없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입증되는 것 아냐?
좌 해피지아, 우 예지.....
요런 그림으로 진행되던 가람길님의 산행....
근데
솔직히 예지님은 단 한번 1m이상 벌어진 적이 있기 때문에
해피지아님보다 한 순위 아래로 보게 됐지 뭐...ㅎㅎ
사이 벌어진 이유가
예지님이 본의 아니게 물 버리러 가는 바람이었다나 뭐라나...ㅋㅋ
웃고 떠들고 한참을 갔는데
뭐이 어떻게 된거야?..
무이님이 행불이 된거야...
셀파지기님이 욜씨미 찾아오긴 했지만....
현직 군인이다보니
저 넘의 북쪽 뭐시기들 때문에
비상근무로 피로가 겹쳐
오늘 산행을 제대로 소화해 내질 못하시는 것 같아 조금은 안타깝더라구...
앗따...
그러거나 말거나
고도를 높혀갈수록
저 아래
팔당을 흘러내려온 한강물이
산수화처럼 펼쳐져 보이네...
희뿌연 봄안갠지
찌뿌드한 공해인지
세상은 젓빛 유리조각을 통하여 보이는 것처럼
흐릿하게만 보이고
햇살은 구름에 가려 제 구실을 못하니
봄 날씨답지 않게 조금은 쌀쌀하더군...
마른 풀 사이사이로
연초록 새싹들이 삐죽삐죽 고개를 내밀며 올라와 있었고
성미 급한 진달래는 벌써 만개하여
봄을 즐기고 있더라니깐...
손에 잡힐 듯 보이는 검단산 아래
구비치는 푸른 강물을 내려다보니
세상은 녹아 해빙의 계절을 지나
이제 완연한 봄에 와 있다는 걸 느낄 수 있더군,
철문봉까지
많이 빡쎄게 올라갔지...
급경사의 철탑능선은 오르긴 힘들어도
조망하나는 끝내주는 곳이거든...
누구든 예봉산을 갈 기회가 있걸랑
요 코스를 애용해 보시라.....
철문봉의 철문은 항상 열려 있더라구...
가지수가 너무 많다보니
내 기억용량이 부족하여
누가 싸온 무슨 음식인지를 일일히 기억해 내지 못해내는 내가
원망스럽군...
오찬은 산객들을 살찌우는 시간..
돼지처럼 우겨넣고
하마처럼 부풀어 보는 시간....
아무튼 넘치고넘치고
남고남아
걷다가 먹고마시고 ,
마시고먹다 걸었는데도
다 소진시키질 못했다는 이 말씀...
먹는 재미 없으면 산행이 시시하고
산행을 아니하면
이 재미 못느낄테니
어찌하랴, 우선 저지르고
내일 부터는 또 열심히 한강둔치를 걸어가며 빼기운동을 해야지 뭐...
철문봉을 지나
꽃봉오리 몽실몽실
터지기 직전인 철쭉군락지를 지나
물푸레나무 줄줄이 서있는 고갯길을 내려서니
노랗게 피어나는 산수유꽃들이 반기고 서 있네...
까마귀는 날개펴고 하늘을 덮는다만
패러글라이딩을 즐기던 이들은 오늘은 보이지가 않는군
적갑산 표지석 끌어안고
저마다 한컽씩 사진을 박고
운길산 갈림길까지 단숨에 내려서니
새재골이 코 앞이더라...
물기도 마르고
산객들에 무수히 밟혀
가루처럼 부숴진 낙엽들이 깔려있는
푹신한 육산길...
사람도 별로없는 호젓한 길 걸어걸어
새재골 산행안내도 앞 나무벤치에서
오늘의 마지막 일잔씩을 나누고
드디어 임도로 나서니
길고긴 5시간의 산행도
어언 그 끝이 보이더라.
새재골 가든 가서
창립 일주년 행사장 예약하려 했건만
여름장사만 한다는 바람에 낭패를 보고
때마침 들어오는 99-2번 도곡리 마을버스에 올라
덕소역까지 나왔다.
역사 옆 6층건물 꼭대기 층의
가르덴비어에서
명동백작님과 조우하여
소주 탄 생맥으로 하루를 마감하니
겨우 가라앉아가던 아랫배의 높이는
또 다시 올라오고 있었다.
그런데...
이게 도대체 웬일이랴...?
힘이 남네...
여차하면
내일 용조봉에나 또 따라 나서볼까?
아니다...
내일이
부활절이지?
부활절 예배가는 마눌 대신
에구야
나는
구들장이나 지켜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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