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기 2

구봉도

末人 2015. 12. 14. 06:23

 

 

보따리를 줄여라...
출발 직전의 난리......
1인분 취소......

일어낫.....늦지마라...!!! 알써알써....로 응답하더니...
출발한다.....
웅......
왜 벌써 나왔어?
나오다보니 너무 빠른가?


제강은?
난 사당으로 갈게....
동대문이 아니고 동대문 역사공원이야....
웅.....
잘 됐다....
14분 당겨서 출발이야.....

동작 들어 간다....
이수 통과야....
구다시 이야
구다시 이... 일본 말이 아니고,,,
타는 곳 9-2라구....

노랑아...
뭐가 춥다고 털모자까지 쓰고 왔니?
어쭈구리... 제강,,,, 일찍 잘도 나왔네..
멀다... 한참 가야해....
한시간 20분은 가야 해...

그래... 스도쿠나 하고 가자...
스도쿠.....
가도가도 계속 가는 듯....
이 정도 시간이면
열찻길 새로 열리면 강릉도 갈 시간인데...
그래도 여유 있어 좋네....

5, 2, 도 역....
마자...
지도를 보면 말야....
서울서 서남쪽으로 딱 52도 방향에 있다구.,...
그래서 오이도야...
그래? 정말?
순진한 노랑아 ...
말인 뻥을 믿니?
캬캬캬캬..
믿는 척 해주는 거지뭐....

바로 앞에 배차되었던
한시간마다 오는 790번 영흥도행 버스가
고장났데...
그래? 그러면 앞차 손님까지 몽땅 태우고 온다면?
아뿔싸....
대만원이겠네?

그러거나 말거나 30분만 낑겨 가면 구봉도 입구야...
그래
고생하다 내리니 세상이 다 시원하게 느껴지는군...

오모낫...
저저저저 배터지는 국수집 수리중이네...
동동주는 공짜로 주는 집인데 말이야.....
그것참 낭패일쎄....
말인....
저 앞에 봐봐
저 국수집도 동동주 공짜로 준다는데?
그래?
좋아써....
오늘 뒤푸리는 저 집이닷.....


갈대인지 억새인지
말라빠진 소금밭엔 그 놈들이 볼상사납게 우거져있다....
비좁은 찻길엔 왜 이리 오고가는 차가 많은지.....
대부도답게
포도상자들을 잔뜩 쌓아놓은 거리의 판매상들......
고압선 저너머로
여객기와 패러글라이딩이 금방이라도 엉켜버릴 듯 날고 있다.
 
소금내음이 난다...
물이 가득한 제법 넓은 낙시터..

이 세상에 자가용 없는 딱 세사람이 무거운 보따리 하나씩 메고
서글프게 차도를 걸어가고 있다..
쓍쓍 달리는 자가용들.....
에라이....
이 불쌍한 중생들에게 같이 타고 가자고 온정의 손 내미는 인간
하나도 없네....
명색이 가난한 사람 돌아본다는 불우이웃돕기의 계절인데 말이야....

끼륵끼륵 갈매기 좀 날아주고
뱃고동 소리도 좀 울리고
철썩철썩 파돗소리도 들려와야 할텐데....
개뿔.....
한옆으로 비켜달라는 자동차 경적소리만 울려오네....

영상 십도가 뭐야...20도도 더 넘을 것 같군...
걸었더니 땀도 나고
어깨도 무겁다....
웃옷을 하나씩 벗어 베낭 속에 쑤셔도 넣고
거죽에 매어달기도 하곤 드디어 산길로 들어섰다.....

이거 솔직히 등뒤가 너무 무겁다
뭘 먹어 치우던지 해야 할 것 같다....
그래그래...
저 저...멋진 바닷가 바위 곁으로 내려가 앉아
편하게 해결하고 가자....
십여분 산길 걷고 퍼져앉은 세사람.....
등짐 무게 덜자고 마구 입으로 집어넣기 시작.....

자자자...
열거해 볼게...
우선 미굥표 크로네 통밀 샌드위치....
크로네 자연발효 100%호밀빵
미굥표 양파 통밀 베이글....
제강표 수제편강...
제강표 호박고구마찐말림과자
대봉갈라말림 곶감분 감말랭이
무농약모과 잘라 자연건조차
말인표 수제 30분쪼림 도토리묵
쌀 생막걸리
헤즐러향 커피....
기타등등에..

바로 발아래 지천인 자연산 석굴을 안주 삼아
세상을 들이키 듯...
엄마젖빛 막걸리 잔을 비우며...
쏟아지는 초겨울 햇살을 온몸에 바르며...
따사로운 봄같은 12월을 즐겼지....

융단같이 깔린 해솔잎새들....
바람마저 집어삼킨 고요로움....

노랑아...제강아...
태클 걸지마.....
내 감정 내멋대로 내 방식대로 표하고 있으니...
단어 하나
글자 한자 ...
너무 따지지마...
그냥 전체적인 분위기만 느끼라구....

인간이 만들어낸 개미허리다리.....
인공테크 위의 낙조전망대의 조형물 "석양을 담다"

파편처럼 부숴지는 햇살 속
은빛으로 빛나는 조개껍질
그 것을 돗자리 삼고 앉아
광주역 장미뇨관의 실상을 공개하는 제강 앞에서
연방 남은 막걸리를 다 비워가던 노랑이와 말인....

수많은 그림들로 이뤄진 내 삶
오늘은 이들과 더불어
이런 그림을 그려 보았다.

사람들이 만드는 부질없는 인연들 때문에
상처받는 일...
실종된 아우를 찾지 못하고
마음 조아리며 이 길을 걸었던 2년전 그날의 암담함...
오늘은
그런 것이 없어 편했다...

자자...
아까 보아 둔
동동주 무한정 공짜로 준다는 그 바지락 국수집으로 가서
우리
찌그러진 양은 잔 부딪치며
우리들의 아름다운 종말을 위하여를 외쳐 보세나.....
혹시
내가 먼저 죽어버리면
자네들에게 아무 말도 못해줄 것 같아
지금 미리 해 놓겠네...

아무튼 죽어서
좋은 데 가게나.....
그리고 죽기 직전에
오늘 우리 셋이 만들었던 이 즐거운 일 회상하며
한번 씨익 웃고 죽게나.....

 
 

 

 

 

 

 

 

 

 

 

 

 

 

 

 

 

 

 

 

 

 

 

 

 

 

 

 

 

 

 

 

 

 

 

[배경음악: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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