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명콘도 731호와 733호
바다가 내려다 보이는 전망좋은 방을
산꾼님의 예약으로 두 개를 잡았다.
아늑한 온기가 방안 가득하다.
불야성을 이룬 속초 시내가 한눈에 펼쳐져 보이고
그 너머
검은 물체덩어리로 밖에 안보이는 밤바다가 있었다.
전날 이미벌써 실력을 보여준 회원들이 요리를 시작한다.
대 대명콘도의 기획담당자답게
산꾼은 여기서도 매사를 주도해 간다.
빈 그릇들을 한군데로 합치고
설겆이를 깔끔히 하고...
유비의 실력발휘...
밥을 앉히고 양미리 요리를 준비하는 동안
감자바위의 오징어와 삼겹살을 주제로 하는 오삼불고기 요리....
산꾼이 픽업해 온
수랏간 궁녀 연생이도 일어나 얼씬(?)댄다.
주제는 없었지만 이곳저곳 이것저것 그도 그 나름대로 마냥 바쁘다.
연생이와 더불어 산꾼에게 픽업되 온
수랏간 궁녀 장금이도 바쁘다.
유비와 손을 맞춘 그의 요리솜씨도 일품이다.
김치를 썰고
콩나물 국을 끓이고
이곳 저곳 간을 보고...
햄을 굽고 계란을 펼쳐 굽고...
황태덕장에서 어느새 구입했는지
대장님의 냉동황태회도 기가막혔다.
껍질을 벗겨내고 뼈를 발라낸후
소주한잔에 초고추장 발라 먹는 냉동황태회가
이렇게 일미일 줄이야 내 평생 오늘 처음 아는 순간이었다.
비록 콘도는 두 군데를 잡았지만 모두 한곳에 모여 만찬을 준비했다.
북석북석,...
사람사는 집 같았다.
누군가 말했다.
도관식구들이 모두 한군데 모여 살면 좋겠다고...
각자 재산 다 처분하고
3집이 한군데로 합쳐살면
두 집 팔은 엄청난 돈으로는 그저 맨날
이렇게 여행이나 다니고 살아도 충분할 거라며...
이러는 사이 마음이 한구석 허전해 오는건 어인 일일까?
어느 한곳에 빈 것만 같다.
끝까지 함께 하지 못하고
급작스런 집안 일로 인하여
방금 전 홀로 고속버스를 태워보낸 한상궁이 자꾸만 걸렸다.
산꾼이 특별 픽업한 3명의 수랏간 직원들이었는데..
앞으로 우리 도관 식구가 되겠다고 약속한 그들이었는데...
돌아서는 한상궁의 발길도 무거웠겠지만
보내는 우리들의 마음또한 아쉽고 안타까왔다.
연생이는 한상궁의 떠나는 모습조차 보질 못했다,
눈물이 난다는 거다.
삐리릭...
문자 좀 날려봐봐...
거의거의 서울도착이 가깝단다..
차가 밀리지 않아 예상보다 빠르단다...
간 이는 간 거고...
우리는 이번 여행에서
그동안 감춰져 있었던 산꾼의 중대 질환을 발견해 낼 수 있었다.
고칠 수 없는 불치의 병 같았다.
핸드펀 벨 소리만 나면
온몸을 비틀어대고 바들바들 떨며
몸서리에 가까운 몸부림을 쳐댄다는 사실이었다.
이후로 서울 도착하는 그 순간까지도 산꾼은 핸폰 착신 벨소리가 날적마다
환희에 가까운 몸서리를 쳐대곤 했다.
때마침 소설속자유인과
장금이 수행비서의 생일이었다.
전날 산골마을이라 쵸코파이에 성냥꼽고 변칙 축하를 해 준 걸
이번에 정식으로 하기로 하고 케익과 샴페인, 그리고 폭죽을 준비했다.
멋진 우리들의 입 빵빠레가 울리고 요란한 박수와
축하송 속에서 그들의 생일은
마냥 축복받는 날로 변신되어 가고 있었다.
이어서 축하 땐스가 펼쳐진다.
홀로무용,듀엣, 트리오까지...
축제의 분위기는 여기서 멈추질 못하고
나이트로 옮겨가기로 하고 모두 방을 나섰다.
허지만 이게 웬일인가?
콘도 건물 밖으로 나서는 순간
집채마저 날릴 듯한 광풍이 몰아치고 있었던 것이 아닌가...
설악을 돌아 나오는 광풍이라 그런지
숨조차 쉬기 힘들다.
심장을 멈춰버리게 할 것같은 바람 때문에
우린 할 수 없이 나이트 행을 포기하고
같은 건물 안에 있는 단란주점으로 향했다.
산꾼의 중재하에 모든 준비를 마치고
우리만을 위한 파티는 열려갔다.
맨먼저 생일 축하 빵빠레가 온 실내가 떠날 갈 듯 요란하게 울렸다.
폭죽이 터지고 스폿라이트가 오늘의 두 주인공을 클로즈업 시킨다.
축제는 금새 절정에 이르고
여흥은 계속된다.
산꾼의 독특한 괴성과 몸서리 춤과 언변이 뒤섞인 사회로
드넓은 단란주점을 통채로 전세 낸 우리들의 무대는
시간 가는 줄도 모르고 계속되고 있었다.
좀처럼 식지않는 우리 모두의 자축 열기는
숙소로 돌아온 늦은 밤임에도 불구하고 계속 이글거리고 타고 있어
뜨겁게 달아 오르고 있었다.
광란(?)의 밤은 가고
콘도의 새벽이 오고 있었다.
붉게 열려오는 아침....
7시 35 분 경..
엷은 구름을 찢으며
태양이 붉게붉게 솟고 있었다.
장엄한 대자연의 일출이 연출되는 순간이었다.
눈부시도록 퍼져나는 갓 피어난 햇살이 가슴에 부딪쳐 올 때
일탈의 아침은 무섭도록 편해온다.
모두를 버리고 왔는 듯
지금 나에겐 오직 나 밖에 없다.
이 무서운 평온...!
이러한 생각이 드는 내가 두렵다,
일찍 눈을 뜬 감자바위가 식도를 잡아들고
두부도 썰고 무.파.등등을 썰고 마늘을 다지며
아침 식사 준비에 여념이 없다.
대명의 자연 냉장고에서
시원하게 냉장된 콩나물 국을 곁드린 조찬을 마치고
우린 설악산 등반에 나섰다.
나서기만 하면 몰아치는 바람...
강원도 바람이라 했던가?
이런 급강하 된 기온 덕에
오히려 한산한 설악산 입구였다.
무슨 말인지 알아 들을 수 없이
쏴알라 대는 동양 관광객들로 붐비는 주차장을 통과하여 신흥사 정문 통과..
야간 등반을 마친 이들이 저마다
한짐씩의 베낭을 둘러메고 하산하고 있었다.
빙판진 산길을 조심조심 걸어 올라갔다.
입구에서 들여다 보는 눈에 덮힌 설악의 자태가
신비롭고 아름답기 그지 없다.
찬찬히 발길을 옮겨 설악의 중심부로 들면 들수록
이번 여행이 주는 의미는 그만큼 더욱 깊어져 가는 것만 같다.
꿈같이 흘러간 이틀이 너무도 짧고 아쉽게만 느껴진다.
윙윙대는 바람을 뚫고 올라 비선대에서 우린 두패로 갈라졌다.
금강굴로 오를 팀과 동동주에 몸을 녹일 팀으로...
감자전에 동동주로 목을 추기는 동안 저들은
1시간이 넘는 산행을 마치고 돌아왔다.
유명 손두부 집에서 순두부로 점심을 마치고
이제 울산바위 뒷편을 돌아 미시령을 넘는다.
이상하리만치 지나는 차량이 드문 연휴의 마지막 날
모든 시간들을 추억이라는 기억 속에 간직한 체
속초를 벗어나니 감회가 새롭다.
짧았지만 하나가 되었던 시간들..
모두 나름대로 복잡한 사회 구성인 임에도 불구하고 함께해 준 회원및
수랏간 사람들에게도 한없는 감사의 마음이 복받쳐 오른다.
서울 진입을 얼마 앞 둔
경기도의 어느 휴게소의 어두운 마당에서
즐거웠노라며 손을 내밀어 악수를 하고
저마다 뿔뿔히 돌아서는 순간
다시 산행에서 만날 것을 기약은 했지만서도
울컥 석별의 아쉬움에 눈물이 나려하던 것은
쌓은 정 나눈 정이 깊어서 일 것임엔 틀림없다.
이 추운 계절
인간의 포근함이
그 어떤 온방장치보다도 따사롭고
오래간다는 걸 느끼게 해 준 회원 여러분께 감사드린다.
도봉에서 관악까지가 있는 한
우리네 끈끈한 정도
질기도록 따라 다닐 것은 의심할 여지가 조금도 없을 것이다.
여러분들의 만수무강을 빈다.
만수무강하여야
이런 뜨거운 정을 언제까지고
많이많이 느낄 수 있지 않겠는가?
출처 : 도봉에서 관악까지
글쓴이 : 末人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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