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지 관악산-삼성산 종주
산행일 2월10일 목요일
날 씨 찬바람 몰아치는 능선...부딪쳐오는 찬바람에
얼굴을 감싸고.. 귀만 시리나? 코도,뺨도,손도,목도...
햇살이 드는 곳은 그래도 포근.. 모자의 귀마개를 내렸다 올렸다...
코 스 낙성대역2번출구-마을버스-서울대공학관-학능선-오봉과 팔봉사이의 계곡길-
-용상바위-팔봉삼거리-육봉갈림길-외팔봉능선-서울대수목원-포장도로-철다리-
-삼성산들머리-능선-천진암-삼막사갈림길-삼성산정상-국기봉-서울대입구
(총 7시간 20분)
참가자 말인/서래옥/오크/솔개/버들피리/위원장/파랑새/동주/햅번/-(9명)
가야하나 말아야 하나?
밤새도록 고민하고도 결론을 못얻었다.
도시락을 싸라고 안식구에게 부탁을 하고 베낭을 챙기면서도
갈지말지 결단을 못내렸다.
간밤 내내 잠도 제대로 못이루고 해댄 기침..
어제보다 한결 더 내려간 쌀쌀한 날씨인데
과연 견뎌낼 수 있을까?
그리고
오늘 산행 리더를 서래옥님이 한다는데
결코 짧게 하지는 않으리라는 불안감에 망서림은 더욱 커진다.
딸 아이의 남자친구가 인사를 온다는 5시까지
귀가할 수 있을지도 의문인데다가
장딴지의 근육도 가끔씩 쑤셔대니 불안하기가 그지없었다.
시간은 다가오고
지금 출발하지 않으면 약속시간까지 집결지에 갈수 없는 막바지에 이르러
무조건 집을 나선다.
방향을 틀어서 혼자 적당히 오르다가 와?
컨디션에 따라 산행량도 조절하고
귀가시간도 맞출 수 있을 뿐더러
모처럼 혼자 산행을 하며 겨울산의 정취에 빠져들어
사색에 잠겨보고픈 마음이 발걸음을 무겁게 한다.
그때 핸펀이 울린다.
위원장이다.
형님, 나 지금 출발합니다.
그 순간 이제까지의 갈등은 일순에 사라지고
발길은 어느새 낙성대를 향하는
2호선 전철에 오르고 있었다.
영국의 등산가 조지 휜치는(George Finch)
"등산은 스포츠가 아니라 삶의 방법"이라고 했다.
내적으로는 그자체가 인생이며.
높은 목표를 세우고 그것을 향하여
스스로 노력하며 고생하는 그과정은 인생과 같다 라고 했다,
등산의 가장 중요한 본질은
정상에 오르는데 있는것이 아니라
고난과 싸우고 그것을 극복하는데 있는 것이라면
오늘 우리가 가진 7시간 20분간의 산행은
바로 그러한 자기극복의 행위였다고 말하고 싶다.
결코 순탄치 않은 차가운 겨울 날씨를 뚫고
여느 때보다 한결 빠른 산행속도를 내며
결코 짧지 않은 관악산의 한 코스를 주파했다.
여느 때 같으면 하루 산행량을 채우고도 남는
그러한 길이였고 시간이었다.
허지만
거기서 그치지를 못했다,
서래옥님의 꼬드김과
버들피리님과 솔개님의 은근한 부추김에 현혹되어
유혹에 쉽사리 빠져든 햅번님의 순진함 때문에
우린 바닥까지 내려온 뒤에
또다시 삼성산 정복을 결단하게 된다.
그까짓것
못해낼 게 무어랴...
가자..
오르고 보자였다.
모두모두 묵묵히 서래옥님과 햅번님의 뒤를 따라 삼성산 들머리를 오르기 시작했다.
오후 3 시가 가까오는 무렵이었다.
환상의 산행이 될거라는 서래옥님의 유혹은
어디까지나 유혹 그자체였을 뿐
환상이라는 그 단어의 의미는 어디까지나 주관적 의미일 뿐
그 어떠한 실체의 모습으로 우리에게 다가와 주진 못했다.
허지만
꼬드김으로부터 저지른 제2차 오름이었지만 누구하나
유혹에 빠져 속임을 당했다고는 생각치 않았다.
바로 자신이 스스로 세운 목표에 도전하고 극복하여
보다 멋지고 통쾌한 성취감을 이루려는 마음 뿐이었으리라.
능선마다 몰아치던 찬바람을 맞으며
차라리 보다 거칠고 쎈 눈보라이길 바랬던 것은
결코 만용이 아닌
자기 극복을 통한
원대한 성취감을 맛보려는 순수한 도전 정신에서 였을 거다.
무엇 때문에 산을 오르려 하는가?
그 누가 내게 이런 질문을 한다면
나는 기꺼이 말하리라.
하산 뒤에 들이키는 한잔 막걸리의
가슴을 타고 내리는 촉촉함을 맛보기 위해서라고..
오늘처럼 추운 날
오랜 산행 끝에 들른
포장마차집에서
따끈한 어묵 국물을 곁들여 드리키는 한잔 막걸리의 시원함이야 말로
매마른 삶의 감로수이며
삭막한 영혼을 적셔주는 생명수가 아니고 그 무엇이겠는가?
연휴가 계속되는 이번 주
하루걸러 오른 산행이 벌써 3번 째이다.
아직도 두어번 더 오르고 내려야
이번 한주가 다 갈 것 같다.출처 : 도봉에서 관악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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