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과 이별의 시 2

불당골에서의 하루

末人 2005. 12. 15. 10:23
불당골에서의 하루

말못할 한을 안고
옛길을 왔다.

길섶마다
망초꽃으로 피어나고 있던
당신을 보았다.

아직도
떠나지 못하고
나무가지 끝에서
대롱거리고 있는 이슬

이슬같은 당신을 느끼며
꺼억꺼억 오열하고 있는 나의 울음을 들었다.

불당의 바람은 바람이 아니었다.
빛바랜 일기장을 뒤집어
어제를 끄집어 올리는
설컹대는 그리움이었다.

골을 타고 흘러내리는
재잘거리는 당신의 음성이
아직도 청명했다.

어제는 흘러가지 못하고
내 앞에
떡하니 버티고 서 있었다.

가슴이 녹아내린다.
당신에대한 그리움이
소금물처럼 가슴 안에서 녹아 내리고 있다.

달려갈 수도
허우적일 수도 없는
안타까운 세월의 강물 앞에서
잡힐듯 어른거리는
당신을 만났다.

우리를 묻어둔 계곡 쪽에서
자꾸만 뿜어져 나오는
우리들의 내음새에

나는
아물었던 가슴이
또 다시 찢어지고 있는
고통을 느껴야 했다.

있어도 사라진
회한의 땅, 불당!

이제
두번 다시
올 일은 없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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