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상록 2

해후-9718

末人 2009. 7. 22. 20:04

빛바랜 앨범

뽀오얗게 먼지 앉은 앨범을 연다.

은은한 달빛을 받아 희미하게 바위섬이 떠오른다.

구름속의 달이 보일듯말듯 하던 밤

보라빛 물망초 한그루가 환희 핀 무인도..

물안개 자욱한 밤바다가 내다보이는

바다로 향한 미니쓰리 룸엔

그녀의 초연이 꿈결처럼 흘렀고

우유빛 샹데리아는

잊혀져가던 어제들을 밝혀주고 있었다.

시간은 여울지고

식어간 커피가 빈 테이블 위에서 증류될 즈음

한사랑에 목숨을 걸었던 청춘또한

훨훨 허공 속으로 한마리  유비처럼 날아갔다

유능했던 날들의 열정은

추억이라는 열차를 타고 떠났고

우리들은

텅 빈 간이역에서

떠나간 열차의 기적소리만

언제까지고 가슴에 쓸어안고

서성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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