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바랜 앨범
뽀오얗게 먼지 앉은 앨범을 연다.
은은한 달빛을 받아 희미하게 바위섬이 떠오른다.
구름속의 달이 보일듯말듯 하던 밤
보라빛 물망초 한그루가 환희 핀 무인도..
물안개 자욱한 밤바다가 내다보이는
바다로 향한 미니쓰리 룸엔
그녀의 초연이 꿈결처럼 흘렀고
우유빛 샹데리아는
잊혀져가던 어제들을 밝혀주고 있었다.
시간은 여울지고
식어간 커피가 빈 테이블 위에서 증류될 즈음
한사랑에 목숨을 걸었던 청춘또한
훨훨 허공 속으로 한마리 유비처럼 날아갔다
유능했던 날들의 열정은
추억이라는 열차를 타고 떠났고
우리들은
텅 빈 간이역에서
떠나간 열차의 기적소리만
언제까지고 가슴에 쓸어안고
서성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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