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상록 2

눈물의 강

末人 2012. 1. 17. 19:59

털커덕....
이런 표현이 맞는지...
마땅한 표현방법이 없다.
무언가 무너지는 듯한 둔탁한 소리가 나더니
아...하는 가냘프고 흐린 비명소리가 들린다,
순간 반사적으로 그 쪽을 향하여 시선을 돌렸다.
아뿔싸...
기어코 사단이 나고야 말았다....
노모는 뒤로 넘어져 어쩌지도 못하고
혼자 일어나려고 발버둥을 쳐대고 있었지만
기운이 벅차 도저히 일어나질 못하고 있었다.

벌써 몇번째인가...
조금 나아 거동을 할만하면 혼자 움직이다가
넘어지고 자빠진게 ....
그럴 때마다 몸은 점점 더  만신창이가 되어 가고 있었다.


움직이지도 못한 채
천정만 멀뚱히 바라보고 누워만 있던 노모의 눈에서 하염없이 눈물만 흐른다.
참으려고 이를 악무는데에도
삐죽삐죽 빠져나오는 주체할 수 없는 눈물이
온 얼굴에 범벅처럼 뒤덮힌다.

"이번엔
내가 꼭 가려고 했었는데
이번에 가서 록이 앞에서 실컷 울려고 했었는데
이 모양이 되었으니..."

울면서 내 뱉는 탄식이 목구멍에 걸려 제대로 나오지도 못하고 있다.
 
일년 전
하나 밖에 없는 딸내미를 먼저 떠나보내야 했던 슬픔이
복받쳐 오른다.
졸지에 자식을 먼저 보내면서
남은 자식들에게 누가 될까봐
차마 제대로 울지도 못했던 슬픔이
이제 봇물 터지듯 홍수를 이룬다.

먼저 떠난 딸내미 기일에 맞춰
추모원에
휠체어라도 타고 가
실컷실컷 참았던 눈물 펑펑 쏟으며 울고 싶었었는데
그만 가지도 못하고 쓰러졌다며...

지나간 알년동안
얼마나 아팠을까?
지나간 삼백예순 닷세동안
아니 지나간 시간시간마다 얼마나 슬펐을까?

쇠약해질대로 쇠약해진 기력...
멀뚱멀뚱 누워서
달력만 쳐다보며 기다린 기일이 오늘인데...

어느 하늘
어느 구천을 맴돌고 있을까?

그 아이의 모든 것이 멈추어버린 시간.
그 시간부터 노모의 삶의 의욕 또한 멈추어 버렸는데....

늦게라도...
막차라도 타고 집으로 돌아올 수만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저 불쌍한 노모의
살점 저며낸 듯한 아픔이 흐르는 눈물의 강을
무엇으로 막으리..

불효한 년...
몹쓸 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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