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11월1일)
11월...
일년 전
가슴 통증으로 인하여 삼성병원 심장내과를 찾아가
4번째 심혈관 확장시술을 받은 그 후로부터
악몽처럼 따라다니던 우울증이라는 병....
이제
그 우울증으로부터 벗어나고 싶다.
참으로 지긋지긋했다.
아니야---라고 외치며
마음을 단단히 먹고
애써 유쾌해져 보려고 하면 할수록
더욱 침울해져 오기만 하던 병...
모든 고뇌로부터 벗어나고파
억지로 퍼마시던 술,
그리고 헛된 웃음들..
다른 곳에의 몰두를 통한 순간적 망각 등등..
속된 말로 별짓을 다 해도 소용없던 우울증...
가만히 앉은 채
먼 허공을 바라보며
무념의 상태로 몰입해보아도
가슴은 쿵당거리고
속은 뒤틀리며
무언가 불안하고
무언가 쫓아오는 듯 하고
무언가
나를 짓누르는 듯한 무게감 같은 게 느껴지기도 하고
몸을 심하게 흔들며
아닌 듯 몸서리를 쳐봐도
침울하고 불안하고
어두워져오는 마음을 어쩔 수 없었던 일년...
그렇게도 나를 힘들게 했던
그 우울증이
거리의 반짝이는 노오란 은행잎의 변신처럼
차차로 나로부터 멀어져 감을 느끼고 있다.
가을이 짙어가면 짙어갈수록
마음은 조금씩 가벼워졌고
밝아져 오고 있음을 느낀다.
비록
다리는 다쳐 절뚝이고 있지만
무언가 하고 싶고
어딘가 떠나고 싶고
누군가를 만나고 싶어진다.
어젠
근 10일만에 서너 잔의 술을 마셔보았다.
그리고 다음 날
너무도 평온한 내 가슴이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후끈거리고
쓰리고
무력감에 빠지게하던
음주 뒷날의 불쾌감은 온데간데 없이 사라졌고
마냥
가벼웁고 평안한 상태다.
이로써 나는
우울증으로부터 벗어나고 있다고 확신하는 것이다.
내 핸폰의 접속음악도 차분한 걸로 바꿨고
내 플래닛의 메인 음악도 절절한 걸로 바꿨다.
무언가
의욕이 넘쳐나고 있는 나를 느낀다.
날이 갈수록
금빛으로 짙어지는
가로에 늘어선 은행나무 잎새를 보며
와~!
너무도 아름답다고 감탄사를 터트리기도 한다.
노오란 잎새 위에서 부숴져 빛나는
햇살 쪼가리들을 바라보며
살아있는 것이 감사하다고 느끼기도 한다.
한창 우울증이 심할 때는
이러다 어느 순간
갑짜기 호홉이 멈추어 버릴지도 모른다는
죽음에대한 공포 속에서 살았었는데
이제는
어딘가 훨훨 날개를 달고
떠나고 싶은 마음이다.
이 아침...
맑은 공기님의 한줄 메모가
나를 설레게 하고 있다.
말인님~
가을 바다는 언제나 분단장하고 기다리고 있답니다.
그렇다,
정말로
만추의 바람이 일렁이는 바닷가로 달려가
가슴을 긁어대는 파돗소리를 듣고프다.
아~!
살아 볼만한
즐거운 세상이여~!
~~~~~~~~~~~~~~~~~~~~~~~~~~~~~~
(2006년3월13일)
다시 도진 우울증
제기럴..
또 도져버렸네..
이구..
사는 게 왜 이 이렇게 고달프기만 하지?
정초부터 뭐가 이렇게 꼬여버리는 거야?
이 모든 어려움이 어디서부터 생겨난 걸까?
그 이유를 찾자면 어거지로라도 찾겠지만
이건 분명히
이미 정해져 있었던
신의 각본에 의하여 벌어진 일일 뿐일지도 몰라.
비켜갈래야 비켜갈 수 없는 숙명..
모든 게 필연일 뿐일거야.
그렇게 치부해 버리면 마음이 편할텐데도
도무지 편해지지 않는 건 왜 일까?
마음이 편칠 않으니
몸뎅이도 자꾸 고장이 나네.
접지르고 시큰거리고 콜럭여야만 하고
두근두근 거림이 자주 반복되어지니
그야말로 포탄맞은 몰골이 되어 버린 느낌이야.
돌아가는 형상은
나만을 밀페시켜 놓은 체
모종의 음모가 진행되어 가고 있는 듯한 공포뿐.
이러다 정말로 자멸하는 건 아닐지?
자멸의 공포가 있는데
뭔들 재미있고 신통하겠어?
산행이?
까페가?
술이?
그 무엇도 만족스럽질 못하네.
믿었던 이의 작은 배신이 충격을 주고
잘 풀려가던 일이 한순간에 막혀버리고
뭐야 도대체...
심혈관 뚫어주는 스텐트 시술을
이번엔 막힌 운명에다가 시술해야 할 판이야.
정말로 힘들어..
차라리 감기가 잘 왔지 뭐.
덕분에 고꾸라진 체 잠이나 잘까?
모든 걸 포기하고
공일이라는 시간의 쓰레기 통에 틀어박혀
조용히 하루를 부식해 버릴려고 했는데
헌데 녀석이 산엘 가자네.
첫 제의인데 거절킨 그렇고..
부랴부랴 보따리 짊어메고 나갔지.
허걱
안경을 빠뜨렸네,
어쩐지 모든 게 희뿌옇고 명확해 보이질 않더니
그게 빠뜨린 안경 탓이었다는 걸
마들역에 내려서야 알았지.
묻고 걸어 산 입구 마트에서
녀석이 묻고 있네.
몇통살까?를...
세 통은 사야지..
파란 거 세통 녀석의 베낭 속에 쑤셔넣고
이제 백만석 식량이나 비축해 둔 듯
마음 든든하여 발걸음 떼는데
내가 좀 빠르다고 투덜대네.
목감기가 호홉을 어렵게 했지만
죽을 만큼은 아닌 듯하여 내쳐 걸었지.
녀석의 잔등이에 실려있는 파란통이 자꾸만 얼씬거려
못내 걸음을 멈추고 작살을 내버렸지.
살맛난다살맛난다..
가슴이 전률하네.
정상언저리서 핸펀 한번 날려봤지.
그리고 찾아냈지. 일행들을..
거퍼 몇잔의 막걸리가 파상공격 당하듯
입 앞에 몰려오네.
모조리 다 목구멍으로 막아냈더니
세상이 돌아가고 있네.
이제부턴 구름위를 걸으면 돼.
몸도 마음도 구름 위에 실었지.
뒷굼치의 시큼거림이 슬슬 밀려오고
정신없던 산행도 거의 끝나가려하니
잠깐 치매 덕으로 잊었던 우울병이 도져오네.
나이가 엇비슷해 보이는 산객이 묻는다.
남자도 우울병에 걸려요?
네.
증상은 어때요?
만사가 다 귀찮고
가만있어도 가슴이 벌렁거리고
인간이 싫어지고
짜증난 것들만 자꾸 떠오르고
그러면 어지러워지고,...
뭐 대충 이정도..
아하...
산객이 느낌표를 길게 찍네.
자신도 한번 걸려보겠다는 건가?
아무나 걸리나?
우울증 걸리는 것도 쉬운 일 아니야..
선택받은 이들만 걸릴 수 있는
신이 주신 특혜야, 왜 이래..
생각하지 말자.
아무 것도..
앞에 잔이 있고
잔 속에 술이 있고
그래서 마셔대고
안주가 있고
씹고
그리고 또 마시고..
또 마시고...
일 저질렀네,
몇 시인지도 알 수 없는 시간까지
늙은 머스마 둘이서
노래방까지 가서
고래고래 소리를 질러 댔으니..
장여사가 문을 닫았네.
허전한 마음 보듬고 깊은 잠 들었다 깨니
벌컥벌컥
냉수 마실 일만 기다리고 있네 그려..
젠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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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7월11일)
요즈음
내가 왜 이러지?
죽을 맛이야.
왜 이리 꼬여만 가는가...
피할래야 피할 수 없는 숙명인련가?
젠장...
술을 마셔보려해도 술도 안넘어가네...
슬슬 어둠의 그림자처럼
가슴 한켠에 그 놈의 우울병이 드리우고 있나보다.
불안하다.
그 놈 때문에...
그 놈들 때문에...
그런 일들 때문에...
그런 현상 때문에...
모든 게 남의 탓이다.
미치겠다.
어디 도망갈 곳도 없고
어디 숨어버릴 곳도 없고
어디 가서 자폭해버릴 용기도 없다.
재발이 되려한다..
이 놈의 우울증...
죽어라죽어라....
나를 밀쳐내고 있다.
존재의 밖으로
사라지라 한다.
젠장....
바다로 바다로 달려가 꼬꾸라져 죽어버린 열차...
그리고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무심히 쳐 대는 저 파도,,,
끼륵대는 갈매기의 조소...
이 여름이 너무 건조하다...
마르고 말라 바스라질 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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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1월)
2013년 1월
떠나 보내려고 모든 걸 차단했다.
핸폰수신, 문자멧세지,카톡,
이메일,쪽지...
모두를 차단했다.
얽어매고 있던
관계의 사슬을 끊고
나는 보다 자유로운 몸이 되었다.
하나를 잊기 위해서는
또 다른 그 무엇에 심취되어야 한다.
접고,끊고,버리고,닫고,박차고,떨어뜨리고...
그리고 나는 떠날 것이다.
어린 시절
눈물겹도록 아름다운 이별을 하기 위해서
나는 그 누군가를 만나고 싶었었다.
이별이 더욱 슬프고
이별이 더욱 애절하기 위해서는
그만큼 그를 더욱 깊게 사랑해야 한다.
이별을 위한 사랑...
그것이 소망이었던 시절....
나는 그런 이별을 위해서
차단과 단절을 선택했었다.
하루가 가고 이틀이 가고
한달... 두달.....
아니다
이건 아니다.
가슴이 아프다.
가슴이 미어져 온다.
어렵게 차단시켰던 그 모든 것들을 풀기 위하여
또 어려운 절차를 밟고야 말았다.
이별도 어려운 나이
이별도 견뎌내지 못할 것 같은 나이....
시련받아 더욱 단단해졌을 것만 같았던 마음이
그 어린 시절보다 더욱 약해져 있다니....
이런 젠장.....
"나 못 떠나겠어..."
카톡을 날리고 있는
초라하고 측은한 내 모습이
내 앞에 펼쳐지고 있었다.
눈발이 거세다.
모든 걸 그만 잊어라.
덮어라....
퍼붓는 하얀 눈의 음성이
들려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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