찍새처럼
어디가서 남의 집 규수 폰번은 잘도 주워오는 마누라
연락을 하고 만나보라고 아가씨 폰번을
아들녀석에게 던져주면
만나는 건 커녕 연락도 안할 뿐더러
건네 준 폰번 적힌 메모장조차 들여다 보지 않는 아들녀석...
장가엔 도무지 취미가 없는 모양이다.
나이는 속된 말로
처 먹을대로 처먹어
혼기가 차고도 넘쳐 폐적장으로 가기 일보 직전이건만
애타는 부모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새벽 출근에 심야 귀가
쉬는 주말 이틀 동안은
야구다 축구다 친구놈 결혼이다 친구아들 돐이다...
초상집 예식장 야구장 축구장...
오만군데 다 쫓아다니느라고 공사가 다망하니
어디
아가씨와 연을 맺을 시간이나 있겠는가?
이번 주 산행하던 날 아침에도
지 에미가 폰번 하나 던져 주었는데
국세청 다니는 아가씨니 연락하고 만나 봐라 했건만
오늘 책상 위를 들여다보니
했는지 안했는지
메모쪽지가 그대로 있는 거다
마누라도 일요일에 모처럼 한마디 했단다.
야 아들아,
제발 좀 장가 좀 가라....
그런데 지금나이 쯤이면 나가도 많이 나아가고 있어야할
결혼 진도가 도무지 하나도 없으니
애가 타고 뒤가 타고
답답안타깝에 미치고팔딱에 자다가도 심장 뛰어 벌떡 일어날 마누라...
나 보고도 아직도 퇴근 전인 아들에게 연락해 보라는 뜻으로
당신이 좀 전화 좀 해 봐요
요런다.
응? 내가? 아가씨에게?
나는 능청스럽게 그렇게 받아쳐 버렸다.
내가 아가씨에게 연락해서 만나자고 할까?
만나서
내가 좀 나이가 있어 보여도 아직 칠십은 안넘었으니
결혼 생활하는 데엔 큰 지장은 없을테니 어떠냐?
뭐 요렇게 말 할까?
울 마누라도 이혼해 주겠다고 했으니
둘이 만나 살면 당신이 국세청 나가서 돈 벌어 오고
나는 밥하고 빨래하고 청소하고 있을게여,,,
이럴까?
출산 계획도 의논해야지
자녀는 딸만 하나 낳고
아들은 절대 낳지말자고 말해야지...
아들은 낳아서 키워 놓으면
장가 안간다고 디립다 버티며 우리 속을 썩일 테니깐....
에이구 이 정신 넋빠진 영감탱이야....
그래 아가씨가 눈이 멀었어?정신이 나갔겟어?
말같은 말을 해야지.
아들 장가 보내려다 당신까지 뭐 어떻게 되는 거 아냐?
비아냥인가 힐책인가.울마누라 화났나? 목소리가 좀 커져 있넹....
앗따....
증말 힘들어
요 놈의 아들 장가만 보내 놓으면
세상 걱정할 게 없겠다만..
아는지 모르는지
갈건지 안갈건지
아직도 알 수 없는
아들 녀석의 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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