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 하나
11년 1월17일
하나 뿐인 여동생을 폐암으로 보내고
그 충격에
과음으로 몸을 혹사했다.
구정날부터 음식이 가슴에 걸려 잘 내려가지를 않는다.
전 부터 식도에 뭔가 걸리는 듯한 느낌이 있긴 했는데
이렇게 노골적으로 음식이 하강을 거부하기는 처음이다.
낌새가 이상하여 암싸투를 샅샅이 뒤졌다.
각종 대학병원 홈피도 훑었다.
결론은 식도암... 그 것도 심각한....
암담하다..
우선 내시경을 받아보기로 했다.
연휴가 끝나가는 2월6일 삼성병원에 전화예약.
평소에 심근경색으로 다니던 심장내과 이xx 교수님의 특진신청
바로 다음 날 9시에 예약 완료.. 행운이다.
진료시 식도이상을 호소했더니 내시경및 혈액 검사를 의뢰해 준다.
내시경 예약은 오후 5시
마침 금식하고 간 터라 혈액뽑고
오후 5시에 수면내시경을 했다.
그러면 그렇지..
조직검사까지 함께했다 .
결과는 2월15일 이다.
올 것이 왔군..
소담노인님의 블러그에서 그 분의 발병싯점부터 타계하실 때까지의 모든 글들을
한자도 빠짐없이 독파했다.
100%...
이제 험난한 나의 길이 펼쳐질 것이다..
병든 노모를 모시고 있는 내가 병이 들다니...
딸내미를 보낸지 며칠이나 됐다고
아들마저 이모양인가...ㅠㅠㅠ
2002년 심근경색 발병 후
등산도 열심히 하며 나름 열심히 살아왔는데..
불안과 체념 속에서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누이동생을 보내고라는 글을 간병일기에(1월22일) 올린지 며칠이나 됐다고
내게 이런 일이 닥쳐오다니...
★이야기 둘
드디어 식도내시경 결과를 보러 가는 날이 밝아온다.
지난 일주일 동안을
온갖 싸이트를 서핑하며
앞으로 내게 닥칠 모든 경우에 대비하여
무엇을 어떻게 해야하며
또 어떤 마음의 준비를 해야하는지 알아보는데 소요했다.
식도암 판정을 받는다면?
무엇부터 해야할까..
우선 입원을 하여 보다 정밀한 검사를 할 것이고
그 검사결과에 따라 당장 수술이냐
아니면 방사선과 항암치료를 먼저 시행한 후 수술할 것인가?
아니면 아예 수술을 못할 정도까지 병기가 진행되어 있을 것인가.. 등등
마음이 실로 복잡하기 이를 데 없다.
아직
마무리 지은 것이 하나도 없는데
무엇부터 할 것인가?
나로 인하여 우리 가족들이 받을 엄청난 시련은 또 어쩌란 말인가..
나 하나 잘못되는 건 얼마던지 감당할 수 있는데
저 병약하고 노쇠한 어머니는 어쩌란 말인가..
자나깨나 자식 건강을 걱정하는 노모인데
노모가 준 이 몸둥이 하나 제대로 간수 못하고
제멋대로 굴려 몹쓸 병까지 얻고만 이 불효는 어쩌란 말인가...
아내는 ..
자식은...
아..
가슴이 쿵쾅거려 미칠지경이다.
한강을 건너는데
오늘따라 심하게 낀 운무사이로 아침 태양이 솟고 있었지만
저 태양마저도
왜 저렇게도 핏기잃은 모습처럼 힘이 없어 보이는지..
혼자 가겠다는 데에도 굳이 따라오는 아내..
그녀의 표정도 딱딱하게 굳어 보인다.
2004년
심장 스텐트 시술을 받은 이래
일년에 두번은 필히 다녔던 길..
삼성병원 정문을 걸어 들어가는데
왜 이리도 온몸이 떨리는지..
기온도 그리 낮은 편도 아닌데,
옷도 제대로 입었는데
오늘은 왜 이리도 한기를 느껴야 하는지..
집을 출발하여 병원 1층에서 에스칼레이터를 타고 2층 심장내과로 향하면서도
아내와 나는 한마디도 말을 나눈 것이 없었다.
언제나처럼 원무과에 접수하고
혈압재고 체중재고.,,
혈압은 119에 83
몸무게 77kg
정상이다.
9시10분 예약이었지만 9시쯤 호명되어 들어 갔다.
"어떻습니까?"
-언제나 제일 처음 던지는 담당 교수님의 질문이다.
다른 환자들을 대할 때도 늘 이래왔으니깐..
심장내과로 식도내시경 결과를 보러 오다니..
허지만 나는 이럴 수 밖에 없었으니깐...
지난 번 위 내시경 결과를 보러 왔는데요.-
마우스를 조작하여 화면 속 내시경 검사항목을 클릭한다.
-위염입니다.-
순간 나는 그럴리 없다는 표정으로 반문했다.
-암이 아닙니까?-
-누가 암이래요?ㅡ
-조직검사를 했다면 암이 의심되는 것 아닌가요?-
-아닙니다. 소화기내과에 가서 진단한번 받아보세요. 예약연결해 드릴게요.-
너무 싱겁게 끝난 면담이었다.
얼떨떨 했다.
지난 일주일동안
식도암이라는 전제 하에 온갖 사이트를 뒤져가며
차후 대책을 나름대로 계획해 온 모든 것들이 수포(?)로 돌아가는 순간이었다.
알지 못할 야릇한 감정이 뇌리를 덮어온다.
그러면서도 과연 아닐까? 하는 의구심을 떨칠 수가 없다.
그만큼 나는 식도암 환자라는 굴레 깊숙히 나를 처 넣고 있었던 것이다.
소화기내과 예약이 3월이나 된다하여 4층 소화기내과 원무실로 올라가
사정을 이야기하며 조르니 내일 오후로 일반 예약을 해 준다.
지난 며칠동안
인터넷 검색을 하며
60여년을 살아온 나를 도리켜보면
식도암에 걸리고도 남을 행동을 수없이도 반복하며 살아왔다.
그 중에서도 술은 폭주였다.
체질적으로 소주는 안맞고 막걸리가 맞아 늘 그 술만 마셔왔다.
등산을 가는 날이면 막걸리를 베낭 속에 두통세통 짊어지고 올라가 산행도중
쉬임없이 마시며 걸었다.
내려와서도 뒤풀이라는 명목으로
자정을 넘겨가며 까지 퍼마셔댔다.
담배는 2002년 초에 끊었다.
끊기 전날까지도 두갑씩 태워대던 나였다.
허지만 심근경색 처방을 받고 끊은지 벌써 수년이 지났다.
날 마늘을 좋아하여
날마늘과 고추장만 있으면 다른 반찬따위는 없어도 밥먹는데엔 지장이 없을 정도였다
국산마늘은 속이 안쓰리지만 중국산 마늘은 속이 쓰려
날로 먹지를 못한다.
아주 어려서부터..
그러니까 군대도 가기전 부터
과식을 하거나
음주를 한 다음 날이면 신물이 올라오고 속이 쓰리곤 했다.
그때마다 가루로 된 노루모 한봉지를 털어넣으면 금새 가라앉곤 했다.
얼마전까지도 그랬었는데
요즈음은 과음을 해도 그런 건 없었다.
이런 점들도 인터넷 검색과정에서
위산이 역류를 거듭하다보면
식도가 위처럼 변한다는 바렛식도라는 것도 알았다.
바렛식도는
식도암,그중에서도 식도 아랫부분에 일어나는 선암의 원인이 된단다..
그러나
내가 느끼는 건 식도 중간 쯤에서 음식이 걸려 안내려 간다는 거다.
구정 전까지
여동생을 잃고난 충격에서 헤어나질 못하고
날마다 퍼마시다 시피한 그 막걸리가 문제를 일으킨 거다.
식도가 막히고 가슴이 쓰리고
음식이 안내려가고 식사 후 한참 있으면
트림과 더불어 먹은 음식이 올라오고...
가슴은 늘 안개 낀 것처럼 명랑하질 못했다.
특히 과음한 다음 날은 더 심했다.
그런 날은 산을 찾아가
한 삽십분 쉬지않고 땀을 빼가며 숨차게 산을 오르고 나면
언제 그랬냐는 듯이 가슴이 편안해 지곤 했었다.
아직도 믿을 수 없는 식도염이라는 판결 앞에서
나는 기쁨을 느낄 수가 없다.
심장내과 의사의 10년째 거듭되는 충고..
-술 끊으십시요.-
그래,
그것만은 지켜야 겠다.
아니 이제는 마실 자신도 없다.
소담어르신의 투병기를 눈물로 읽으며 느낀 그 감정을
언제까지고 간직하며
앞으로 내가 살아가는데에 있어
많은 것들을 조심하고 자제하며 살아야겠다.
-아빠가 암은 아니란다...-
아들 딸에게 전화를 급하게 해대는 아내를 보며
나 하나의 불행이 결코
나 하나의 것이 아님을 뼈저리게 느꼈다.
소중한 나의 가족들을 위해서라도
착한 마음으로 나를 통제하며 살아야 겠고
남에게는 너그럽게 양보하고 베풀며 살아야 하겠다.
더욱 중요한 것은
이제
주위의 친구들이 그렇게도 잡아끌었던..
내 가족들이 그렇게도 목마르게 기도했던
신앙의 길을 가기로 했다.
믿음 있는 삶을 살면서
다시 얻은 이 덤의 인생을
무언가 아름답게 꾸며가고 싶다.
남몰래 밤잠을 잃고
혼자 뒤돌아 누워
겉으로 울음조차 터트리지 못하고
안으로안으로 오열을 하며
자식의 무병무탈을 갈구한
노모의 간절한 기도에 응답해 주신 하느님께...
아주버니..
기도하고 있습니다.
너무 염려 마세요..
괜찮을 거예요..
라던 제수씨의 믿음에...
말은 안했지만
속으로 가슴이 콩알만해졌었을
두 자식에게...
어멋님도 같은 증상인데 식도염 진단을 받으셨다면서
괜찮을 거라며
좋은 결과 있기를 끝까지 빌어주신
페어레이디님께..
안도의 답변을 줄 수 있어
너무도 감사하다...
★이야기 셋
오늘도 삼성병원 소화기내과 진료 받고 왔다.
식도 전문의의 특진이었다.
식도 내시경 사진을 면밀히 들여다 보더니
"염증도 아니고 식도 협착도 아닙니다.
단지 기능장애입니다."
두달치 처방을 받았다.
두달 뒤 식도투시경 검사도 예약했다.
"특별히 조심해야할 건 없습니까?"
"과식.야식을 하지 마세요"
어쭈구리 술 이야기는 없네..
내친 김에 더 물어댔다.
술은? 마셔도 되나요?
술요? 그건 백해무익입니다..
한마디에 넉다운...
그래도 한켠으로는 맘이 좀 놓인다. 마셔도 될 듯한 내 생각...
그래..
예전처럼 들이 붓지말고
정 마시고 싶을 때 몇모금 홀짝거리자..
말인의 삶에서 술을 빼버린다는 건 그야말로 살아도 죽음아닌가..
각설하고..
지지난주 또 지지지난주 화요일에
백주년기념교회에서 초심자들을 위한 성경공부를 들었다
뭐가 뭔지는 모르나 들을만은 했다.
하니님과 예수님이 같은 존재라는 것.
우리 죄를 위하여 대신 죽었다는 것..
죽었지만 부활하여 영생을 얻었다는 것..
뭐 이런 내용에대한 공감은 안가지만
믿음이 생기고 주를 영접하게 된다면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
발을 들여놓은 김에
신자가 채 열명도 안되는 조그마한 개척교회를 지난 주일에 갔다.
나에겐 믿음이 안 생길 거라는 말에
일단 한번 교회에 나가보라던
아우와 제수씨..
친구 K목사,JN장로,그리고 장로가 된 문우 J의 이야기를 가슴에 새기고
과연 그렇게 될까를 시험해 보고 싶어서였다.
아직 뭐 그런 마음이 생기겠는가마는
저렇듯 수많은 사람들이
주일이면 교회당으로 몰려가고
지하철 계단 입구에서 미친듯 예수를 믿으라고 외치는 사람들이 있는가하면
날로 더욱더욱 늘어만가는 교회당을 보아서라도
무언가 그 안에 있는 것 같은데
나만 모르는 것일까라는 의구심을 떨칠 수가 없기에
일단 한번 부딪쳐 보기로 한 것이다.
아니 그보다는
지난 번 여동생의 장례 때
그렇듯 많은 교인들이 참가해주어
동생의 가는 길을 초라하지 않게 해준 데에 대한 보답에서라도
한번 쯤은 가 보아야 겠다는 생각이 더 컸는지도 모른다.
아무튼
내 딛은 걸음이다.
그 길을 내가 쭈욱 한눈 팔지않고 갈 자신은 솔직히 없다.
그러나
도대체 그 것이 무언지는 알고 싶어졌다.
그래..
가보자..
언젠가 딸내미가 중국 어학연수시절 내게 보낸 편지 속에
아빠.. 예수 믿고 함께 천국 가요..
라고 한 말에 대한
아빠로써의 최소한의 답변이라도 해 주고 싶어진다...
아직은
그 천국이 뭔지는 모르지만....
★이야기 넷
토요일 온종일
새로 이사갈 동생네 집을 손보는데에
내 일손을 보태고 왔다
집에 와 시원한 캔맥을 한통 따서 마시고
티비를 보는데
우연찮게 만진 아랫배 옆구리 쪽이 아프다.
이건 또 뭐야?
만져보고 눌러보니 통증이 온다.
아뿔싸..
뭐가 또 왔군....
나이가 나이니 만큼
불현듯 찾아 올 병마라는 손님에 대한 불안함은 떨칠 수가 없었다..
후닥딱.... 인터넷을 뒤져댔다.
옆구리 통증
왼쪽 아랫배 통증....
신장결석이 의심된다는 결론에 접하고
황급히 병원예약을 했다...
오늘이 토요일
예약은 화요일....
일요일 산행에 나서면서도 불안함을 버릴 수가 없었다..
걷다가 이거 산속에서 쓰러지는 건 아닐까?
그러나 아니 가긴 싫었다.
아무리 아파도 하던 버릇이 있으니
딥따 큰 (?)
이동막걸리 한통과 도토리묵 한통을 넣고 나섰다. 내가 미쳤지 원...ㅋㅋ
산행하면서
술을 마시면서도 내내 불안하긴 그지없었다.
신장? 요로? 결석이라....
돌멩이 하나 매달고 걷는다 생각되니 발거름은 더욱 무거웠다.
권해오는 술 사양도 못하고 넙죽넙죽 받아는 마셨지만 술맛도 안난다.
다음날 동네병원에서 소견서 써 달래서
대학병원엘 갔다.
그런데 이상할 노릇이었다
만지면 아파야할 아랫배가 멀쩡한 거다.
이러면 안되는데
이러면 병원갈 일 없어지는 건데....
별 걱정 다하며 진찰실로....
씨티를 찍어야 정확하다는데
그런건 삼성병원에서 이미 지난봄에 다 받아본 결과라니까
그냥 소변검사에 엑스레이만 찍으라 한다
아무리 전화를 걸어도 받지 않던 마누라가
병원다녀와 한참 있으려니 응답이 왔다.
뭐래요?
암것도 아니래....
정말?
참말....
정말이래여?
깨끗하데.... 당뇨도 없고 결석도 아니고 이무튼 이상 징후를 찾아보려해도 없단다..
인터넷이 만들어낸 돌파리 의사 말인.....
나는 번번히 오진을 하면서도
인터넷에 올라온 단면적인 내용만 믿고 내 자신을 진단해 왔다...
어떤 때는 맞기도 했지만
생각보다 결과는 항상 좋았다..
건강을 위하여
긴장하는 것도 좋지만
나처럼 인터넷을 맹신하고 오진하는 일은 없어야 하지 않을까?
예라이.....
돌파리 말인 같으니라구......
★추신
교회 나가는 일??
그 때 잠깐 뿐이었슴....
절박함이 사라지니 마음은 다시 간사해 짐을.....
에라이~~말인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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