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저녁 한강
(末人)
마른 갈대 사이를 지나는
서걱대는 바람소리
잎사귀 없는 포풀라 나무 가지 흔드는
찬 바람
강물 거죽을 출렁이게 하는 바람 위에서
물오리때들
열심히 삶을 찾고 있는 저녁
강건너
벌집이 된
잿빛 아파트들의 침묵 사이로
가라앉고 있는 12월의 태양
검붉은 노을이
수의처럼 세상을 덮으면
청담대교를 지나는 전차의 레일 밟는 소리가
심장병 환자처럼
쿵쾅쿵쾅 저승을 노크한다
저 먼 생명의 발원지 어디서부터 떠밀려 내려온
강물같은 삶이
마른 갈대꽃보다 더 하얀
머릿결 날리며 서 있는 겨울강가에
이 세상에 보이지도 않을
작은 점 하나 찍으러 온 내가
아무 생각도없이 서 있다.
태양은 사라지고
사방에서 찾아온 불빛들이
열심히
강물 위의 어둠을 내쫓고 있는 겨울저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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