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과 이별의 시 1

겨울 저녁 한강

末人 2021. 12. 27. 09:30

겨울 저녁 한강

                   (末人)

마른 갈대 사이를 지나는
서걱대는 바람소리
잎사귀 없는 포풀라 나무 가지 흔드는
찬 바람
강물 거죽을 출렁이게 하는 바람 위에서   
물오리때들
열심히 삶을 찾고 있는 저녁


강건너 
벌집이 된 
잿빛 아파트들의 침묵 사이로
가라앉고 있는 12월의 태양
검붉은 노을이 
수의처럼 세상을 덮으면
청담대교를 지나는 전차의 레일 밟는 소리가
심장병 환자처럼
쿵쾅쿵쾅 저승을 노크한다

저 먼 생명의 발원지 어디서부터 떠밀려 내려온 
강물같은 삶이 
마른 갈대꽃보다 더 하얀 
머릿결 날리며 서 있는 겨울강가에
이 세상에 보이지도 않을 
작은 점 하나 찍으러 온 내가
아무 생각도없이 서 있다.

태양은 사라지고 
사방에서 찾아온 불빛들이
열심히 
강물 위의 어둠을 내쫓고 있는 겨울저녁...

'사랑과 이별의 시 1' 카테고리의 다른 글

겨울비 내리는 날  (0) 2022.01.25
열대야  (0) 2018.07.25
어머니 여의고....  (0) 2016.10.01
새해인사  (0) 2015.12.30
시월에는  (0) 2014.10.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