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상록 2

재회...

末人 2004. 2. 4. 10:08
눈에는
눈물이 가득 고여 있었다.
금시라도 펑펑 쏟아져 내릴 듯
하나 가득 고여 있었다.
그 것을 참느라고
무지 힘들어 했다.
얼굴이 부어 있었다.
오랜만에 본 그였지만
결코 오랜만이라는 생각이 들지 않는 건 왜일까?
연방 맥주를 비워 갔다.
간간히
씁쓰레한 미소를 띄워주며
나를 정면으로 보지도 못하고
허공을 보곤 했다.
사랑하기에
떠나려 했다고 말했다.
사랑하기에
사랑하는 사람을 편하게 해 주고 싶었었다고 말했다.
그 말을 하면서
울컥 목이 메어오는 그를 봤다.
바보두....
내가 한 말이었다.
그가 바보처럼 느껴졌다.
누가 자기 떠나면 편하다고 했다구....
바보두...
.....
한동안 말을 잇지 못했다.
함께 한 세월이
어디 하루 이틀이랴...
그가 말했다.
그러기에 쉽게 떠나 지지가 않았다고 말은 하면서도
이제는 모두 잊었노라고 말했다.
잊었기에 편하다고 말했다.
그것이 다시
마지막이 될지는 모르겠지만
우린
악수를 했다.
잘가라는 말은 결코 하진 않았다.
총총히 버스에 오르는 그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나는
한동안 그 자리에 서 있었다.
그가 사라지고 난 자리에
또 다른 버스들이 와서 멈췄고
나는 그가 이미 사라졌다는 사실도 잊은 체
한참동안 그 자리에 서 있었다.
바람이 찼다.
외롭다는 생각이 울컥 가슴을 치고 올랐다.
어디 가서 한잔 하고 싶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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