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기 1

[스크랩] 불곡산 산행기

末人 2007. 10. 31. 20:54
★참가자★   
●남●--위원장/소설속자유인/포대능선/얼떨리우스/상운/제강/유비/말인/코알라/석천/감자바위/   
◆여◆--들국화당신/산행/사계절/마음/야생화/햇님/과꽃/부람선녀/시에나/현재/  (합 21명) 

산행지
경기도 양주군 불곡산
코스
양주시청-426봉-상봉(465)-상투봉-무덤봉-임꺽정봉-고개삼거리-부흥사-불곡산장-샘내
산행시간
4시간
날씨
쾌청


전날보다 조금은 포근해진 날씨였지만
그래도 한기가 느껴지는 추운 날씨다.
의정부 북부역에서 내려
제일 뒷쪽으로 나와 육교를 건너 버스 정류장 옆
차량정비공장 앞마당에 모인 회원들...
산행님의 예기치 않은 지각에
출발 시간을 다소 늦추다가
몇명의 회원들만 남기고 모두 양주시청을 향하여 25번 버스를 탔다.
7분만에 도착이다.
동두천 방향에서 내린 탓에 우리 일행은 횡단보도를 건너
적목리쪽으로 길따라 오르니 양주시청 옆문인 듯한 곳이 나온다.
여기서 뒤에 올 몇분의 회원들을 기다리기로 하고 햇빛 쏟아지는 풀밭에 앉아
담소를 나눈다.
뒤 떨어졌던 회원 모두랑 합류하고 산행을 시작하니 오전 11시.
양주시청 마당을 통과하여 뒷쪽 산으로 오르는 돌계단으로부터
오늘의 산행이 시작됐다.
완만한 흙길이다.
푹신거리는 듯한 가벼운 오솔길을 따라 오르는 산행은
북한산에서 느꼈던 그 맛하고는 사뭇 다른 느낌이다.
작은 소나무들,
작은 잡목들...
오솔길 가득 뿌려져 있는 마른 솔잎들이
더욱 정겨운 모습으로 밟혀온다.
이미 다 말라 비틀어진 나뭇잎들이 볼상사납게 매달려 있는 잡목 가지 사이를 뚫고
고요롭게..
따사롭게...
아늑하게...
햇살이 부숴져 내리고 있다.
채 10분도 오르지 않았는데
벌써 회원들은 겉옷들을 벗어 제끼기 시작한다,
두툼한 옷가지 속에 감추어져 뚱보처럼 보였던 회원들의 모습이
이제 진짜 날씬한 본모습으로 드러나고 있다.
조금 더 오르자 벌써 능선길로 접어든다.
사방이 탁 터 보인다.
아득히 북한산 백운대와 인수봉이 시야에 들어오고
그 옆을 따라 도봉산의 높은 봉우리들이 실루엣처럼 펼쳐져 보인다.
수락산 줄기도 보이고 감악산의 아득한 자태도 흐릿하게 보인다.
30분 이상을 오르니 드디어 작은 봉우리를 만난다.
백화사와 샘내로 내려 가는 갈림길에서 우리는 상봉쪽으로 직진을 한다.
가져온 귤도 까먹고 커피도 한잔 씩하며
쉬엄쉬엄 올라 상봉에 도달하니 1시간 30분 밖에 걸리지 않았다.
우뚝 솟은 바위 위에 걸터 앉아 온 사방을 둘러보니
모두가 예찬을 하던 불곡산의 진면목을 조금은 느낄 수 있을 것 같다.
바위를 타고 내려간 위원장의 뒤를 따라
얼떨리우스가 조심스럽게 내려가는가 싶더니
아차차
미끄러 지기 시작한다.
모두가 비명을 지른다.
절대절명의 위기...
겨우겨우 잃었던 중심을 잡아 아슬아슬하게 바위 아래에 멈춰선 얼떨리우스 때문에
우린 모두 초 긴장을 해야만 했다.
안전을 다시 한번 강조하며
쟈일을 내려 다른 회원들을 바위 아래로 안착 시킨다.
좋은 교훈을 얻는 순간이었다.
다시 산행..
양지바른 무덤봉아래 낙엽쌓인 길을 따라 내려가
점심식사 시간을 가지기로 했다.
21명의 회원이 한 자리에 둘러앉을 만한 공간이 없는 탓에
삼삼오오 몇개의 파트로 나누어 오찬을 시작했다.
저 머언 발 아래 국도를 따라 이동하는 자동차의 모습들...
북한산, 도봉산의 모습을 바라보며 갖는 오찬은
흡사 초등학교 때
소풍와서 갖는 점심시간 같은 착각을 갖게 했다.
산행 코스가 짧은 탓에
여느 때 보다 좀 느긋하게 오찬을 즐기고
담소를 나눈 우리 일행은
다시 마지막 남은 봉우리인 임꺽정봉을 향한다.
가파른 바위산...
매듭진 로프에 매달려 오르고 내리며 임꺽정봉마저 정복하니 이내 하산길이다.
인적이 뜸한 부흥사쪽 하신길을 선택하고 내려오다
우리가 예정했던 청업굴 고개에서의 하산은
가로막아 쳐 놓은 군부대의 철조망에 막혀 바꿔야 했다.
부흥사 쪽으로 막바로 하산을 할수 밖에 없었다.
인적이 정말 없는 듯한 길이다.
발목까지 쌓인 무수한 낙엽 밭을 밟고 내려오는 느낌이란
정말로 모두를 쎈치한 20대의 소년소녀로 만들어 간다.
사각사각 거리는 낙엽밟는 소리...
밟아도 밟아도 끝이 없을 듯한 낙엽들...
그렇게 20여분을 내려오니 부흥사가 나온다.
작지만 조용하고 깨끗한 사찰이다.
부흥사 앞마당을 통과하여 조금 더 내려오니
예전에나 보았던 밥짓는 듯한 연기가 모락모락 오르는 게 보였다.
문득
지나칠 수 없어 발길을 돌려 연기나는 쪽으로 가보니
통나무 장작으로 모닥불을 피워놓고
한 옆에는 숯불 바베큐를 만들어 파는 산장식당이었다.
주인의 안내로 20여명이 함께 할 수 있는 잔디 밭으로 가보니
뒤푸리 장소로는 이보다 더 좋은 곳을 예전에 미처 본적이 없는
아주 좋은 곳이었는데
다수 회원들의 의견을 따라
여느 팀들이 선점한
모닥불 바로 옆에서의 뒤푸리를 갖기로 하고
서둘러 자리를 잡았다.
숯불이 피워지고
철망이 올려지고
차돌 조가리들이 깔려지고
넙적넙적한 돼지 목살이 올려지니
그제야 들려오는 지글지글 고기 익는 소리...
한웅큼의 웃음과 한 보따리의 담소와
한가득의 기쁨을 한잔 술에 타서 마시니
이 또한 오늘 산행의 짙은 의미가 아니겠는가?
하얀 동동주 위에
향기롭게 떠있는 허브의 붉고 노오란 꽃잎만큼
우리네 모습도 지금 이 순간은 아름답기만 하다.
아쉬움을 접은 채
다시 산을 내려오다 보니
낙엽속에 고풍스럽게 잠겨있는 낡은 목조건물의 불곡산장이 나타난다.
그냥 지나치려는데
소설속의 자유인 님이
커피를 한잔 하고 내려 가잔다.
삐걱이는 나무다리를 건너
온통 통나무로 장식된 산장 안으로 들어서서
몇군데로 나눠 자리를 잡고 앉아
진한 허브즐렛 커피 한잔 씩을 마신다.
하루는 그렇게 그렇게 저물어 가고 있었고
그 후로도 뒤푸리는 의정부 북부역에서도
동대문 시장안에서도
끼리끼리 따로따로 나누어져 계속되어 지고 있었다.

하루를 함께 해준 모든 회원님께 감사드리며
불곡산장에서의 커피맛을 보여준
소설속의 자유인님에게도 감사드리고,
모처럼 산행을 함께해 준 시에나님,
불충분한 준비임에도 어려운 코스를 완주해 주신 과꽃님,
새 신발에 저려오는 고통을 참고 산행을 마쳐준 사계절님,
모두모두 일일이 거명치는 못하지만
나름대로 수고해 주신 하루였습니다.
감사합니다.
출처 : 도봉에서 관악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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