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기 1

[스크랩] (마지막 산행記)     산행이여~! 이제 안녕~!

末人 2007. 10. 31. 20:55
2003년 ~!
도리켜 생각해 보면 실로 감개무량한 한 해가 아닐 수 없다.
기억 속에서 조차 잊혀져가던
산행의 즐거움을 다시 찾은 한 해 이기에
그 어느 해 보다 잊을 수 없는 한 해가 되어진 것이다.
오늘
뜻 맞는 몇몇 분들과 마지막 산행을 하며
나는 가슴 미어오는 감격에 한동안 멍하니 하늘을 봤다.
낯선 산~~!
13년 만에 다시 올라와 보는 산의 꼭대기 한 가운데에서
마지막 정상주를 마시고
다시는 맛 볼 수조차 없을지도 모를 이 느낌을 오래 간직하고자
조용히, 그리고 찬찬히 사방을 휘둘러 보았다.
희뿌연 안개 속에 묻혀있는 계곡을 내려다 보며
S양과 Y군,J군과 B양, 그리고 나는 단촐한 오찬을 했다.
저 안개 속에
즐거웠고 의미로왔던 어제들을 묻어 버리고
조용히 일기의 뒤안 길로 물러 나려 하니
가슴이 울컥 미어 온다.
네명의 눈물 겨운 온정을 마음껏 느끼며
중도 하산을 감행했다.
등허리를 뒤집어 씌워오는 땀을 하나 가득 질머지고 내려오는 하산길은
멀고 멀고 멀기만 하다.
울퉁불퉁한 돌들을 피하며
조심조심 한발한발
고통을 즈려밟으며 아래로 향했다.
길고 깨끗한 포장도로 위에 내려섰을 때
비로서 나는 안도의 한숨을 내리 쉴 수 있었다.
마중 나온 그의 차에 몸을 던지 듯 밀어 넣고
한적한 교외의 포장국도를 달린다.
조금은 피로한 탓인지 S양은 고개를 뒤로 젖혀 시트에 기댄 채
가볍게 눈을 감고 살풋한 잠에 든다.
평화스럽게 잠든 그니의 옆모습을 보며
얼마 전까지만 해도 낯설던 우리가
이렇게 믿음이라는 울타리 속에 자기자신을
무방비로 내던져놓고
잠까지 들 수 있다는 것이 신기롭게까지 느껴져 온다.
눈을 뜨면 호수처럼 맑은 S양의 눈,
까아만 속눈섭이 아름다운 그,
계란처럼 매끈하고 갸름한 얼굴..
홍조 띤 양볼...
관록이 넘쳐날것만 같은 시원한 이마...
아~!
평화롭다...

근교의 작지만은 않은 도회지로 접어들어
넓고 환한 모처에 들르니
그동안의 긴장이 풀려버리는 듯 나른함이 밀려온다.
풀어진 근육을 탱탱하게 붙들어 매고
다시 하산주의 투명하고 찰찰넘치는 잔을 받으니
행복 그 자체다.
금방이라도 쓰러질 듯 쓰러질 듯 하면서도
그 힘든 산행을 무사히 마쳐준 B양,
돌발 상황 하에선
그 나약함은 어디로 사라졌는지
한거름에 산을 내달리던 강인한 여인..
미소가 아름다운 B양...
그니를 홀로 떨어뜨리고 우린 서울로 들어서고 있었다.
어두워진 사방,
겨울 하루는 정말로 짧기만 했다.
얼마 함께 하지도 못한 듯 한데
벌써 하루가 다 가고 있다니...
어둠이 짙게 깔린
방배동의 어느 한 지점에 S양마저 내려놓고
아쉬운 손을 흔든다.
그니의 나뭇잎처럼 작은 손이 어둠 속에서 흔들리고 있다.
흔드는 손을 뒤로뒤로 남긴 채 우리는 다시 달렸다.
한강 물 깊숙히 처 박혀 흔들리고 있는
서울 다리의 야경을 내려다 보며
한강을 건넌 우리도
서로 아쉬운 작별 인사만을 남긴 채 헤어졌다.

말인의 마지막 산행을 아름답게 만들어준
S양,
B양~!
Y군,
그리고 J군-,
마음 깊은 곳으로부터 우러나오는 큰 감사를 드린다.
2003년의 마지막 산행이면서
말인의 마지막 산행일지도 모를 오늘..
하루를 뒤로 보내는 말인의 귓전에
은은히 밀려오는 성탄 캐롤...
기쁘다 구주 오셨네....
만백성 맞으리....

모두모두 안녕...


출처 : 도봉에서 관악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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