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기 1

[스크랩] 2004년 송년산행기-북한산 횡주

末人 2008. 10. 28. 18:49
산행지 북한산 횡주
산행일 2004년 12월26일
날 씨 영하 6도
참가자(총21명)
말인/유비/솔개/햇님/양파/제강/하니핀/자스민/빠삐용/
여울/야생화/낙타바위/인왕산/가빈/물안개/은재/그림자/이슬(18명)
디푸리 참가
위원장/하늘/아이비/

태워도태워도
사그라질 줄 모르는 연정...
그 넘의 가슴 안 쪽 생김새는 어케 생겼길래
세월이 가도
나이를 더해가도 식을 줄을 모르는지...
오늘도 예외없이 제강은
난공불락의 옛 크레무린 궁전같은
도관 여인네들의 심장부에 집중포화를 퍼붓는다.
나타난 양파님을 밀어 모두에게 악수를 시켜
그니와 다른 이의 손을 통한 피부접촉에
짜릿한 대리만족을 느끼는 제강이
야생화님이라고 예외 시킬리는 만무다.

개콘(개그콘서트의 약자)의 세바스찬보다 더하면 더했지
조금도 빠지지 않을
청결제일주의를 모토로 살고잇는 그니에게
모두의 손을 잡으라하니 잡겠는가?

나가있어~! 불결해!!!
불태워 버려~! 천박해천박해천박해~!!!
꼭 그니의 입으로부터 세바스챤의 절규가 나와야 직성이 풀릴건가?
"유츄프라 카치아"의 결벽증 수준 쯤은
수단계 아래로 치부해 버릴 그니에게
백주 대낮에
지하철 역사 안에서 3류 멜로영화의 재회 장면같은
싸구려 스킨십을 강요하다니...

명박님이 면박 받으며
어렵사리 서울시 대중교통 체계를 혁신하는 바람에
지하철 타고와 공짜로 버스까지 타게 해 놨건만
넘 일찍 집결지에 오는 바람에
유효시간 30분을 훌쩍 넘겨
환승혜택은 애저녁에 물건너 갔고
도착한 정릉매표소에서
배추잎보다 더 짙은 초록빛 지전들을 한장씩 적선받아
뇌물 퍼 먹이듯 매표소에 디리밀고
국립공원 입장허가를 득하니
시간은 10시 30분을 넘어서고 잇었다.

군대시절
겨울 행군하듯
일렬로 쭈욱 늘어서서 20도나 될라나?
경사진 산길에
제멋대로 널부라져 있는 모서리 투성이의 돌들을 피하여 오르니
추위에 맞서 중무장으로 꽁꽁 감싸고 나선 몸둥아리가
못내 땀을 뽈뽈 토해낸다.

베낭이 메어져라
추위와 자신을 격리시켜 놓았던 쟈켓이란 장벽을 철수시켜 구겨넣고
수없는 발자욱에
짓이겨 지도록 짓밟힌 마른 나뭇잎들을 우리도 또 밟으며 오르니
길은 한적하고 햇살은 그윽히 뿌려대고 있고
바람은 간간히 나무가지를 흔들고 지나간다.

여차하면
봉오리를 당장 만들어 터트려 버릴 것만 같은 진달래 가지가
푸릇푸릇 물머금은 자태로
지나는 산행인의 어깨를 친다.

몇분을 헐떡이며
급경사를 박차고 오르자
저멀리 희뿌연 매연 속에
뿌옇게 모습을 흐린 시가지의 모습이
아련하게 들어온다.

속세를 버리고 불가에 드는 심정이 이러 했던가?
모든 것 팽개치고
주일이면 산을 찾아 숨어드는 하루의 삶이
너무도 행복하다.
다만
힘에 겨워 콩닥거리고 있는 심장이
혹시라도 발작이라도 일으킬까봐
불안한 마음 뿐이다.

보수한 산성의 희멀건 돌들 위에
한 겨울의 하이얀 햇살이 눈부시게 쏟아져 내리고 있다.

시야 가득 차오르는 시가지의 아련한 풍경을
머릿 속에 담으며
저 복잡한 구조물들 어딘가에
지난 일년간 나를 스쳐간 삶들이
고단하게 딩굴고 있을 것이란 생각을 해본다.

두번씩이나
막힌 심장을 뚫었던 나에겐
2004년 이후의 삶은
여벌의 삶이리라.

얻은 건
아직은 나로부터 멀리 있을 줄만 알았던 죽음이
여차하면
바로 문 밖에서 현관을 박차고 뛰쳐 들어 올지도 모른다는 사실이다.

얼마남지 않았을 것만 같은 생을
어떻게 마무리 지으며 갈 것인가?

저무는 한 해의 끄트머리에서
찬 바람 일렁이는 산정에 올라
잠시나마 나를 돌아 볼 수 있음이 너무도 의미롭다.

보국문을 지나 대남문을 거쳐 나한봉에 오른다.
의상능선의 수려한 암벽들이
마음을 즐겁게 해 준다.

타고넘는 바위마다
수없이 스쳐간 인적이 새겨져 있다.

도읍이 정해진 그 이래로
수없이 스쳐갔을 나 이전의 저들...

흔적없이 사라져간 어제들...

그렇게
2004년도 저물고 있다.
멀리 문수사에서 퍼져나오는
스님의 독경소리가
북악의 골짜기마다에 메아리가 되어 고고하게 흐른다.

햇살은 여전히 포근하고
삼천사의
오래된 추녀 끝에선
세월무상을 말하려는 듯
풍경이 흔들리고 있다.

풍경을 건들고 바람은
북악을 향하여
바쁘게 내 닫는다.

오후 3시...
우리의 그림자도 꾀나 많이 길어져 있다.
겨울 한낮이 벌써
기울고 있다.




출처 : 도봉에서 관악까지
글쓴이 : 末人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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