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기 1

[스크랩] 기차로 간 강촌 검봉산 산행기

末人 2008. 10. 28. 18:51

산행지   춘천 강촌 검봉산
산행일   2005년 1월16일 
코   스    청량리역(9시50분발)-강촌역(11시30분착)-강선사입구-바위전망대-
             (강선봉485m)-관망대-철탑-삼거리-검봉정상-문배마을 우회-구곡폭포-주차장
날   씨     쾌청,푸르디 푸른하늘, 뭉게구름 두둥실. 봄날처럼 포근했던 정상.
참가자   말인/제강/야생화/유비/양파/여울/정돌이/꿈수레/위원장/
                솔/트레비스/솔개/불곡산장/가빈/물안개/소설속자유인/
                감자바위/노병장(첫참가)/해오름(첫참가)/혁거세1/-2/-3/-4/-5/
                그린/빠삐용/오비/광장/  
                                 (총  28명)
기차여행은 
언제나 우리를 설레이게 한다. 
어릴 적 
증기기관차의 목쉰 기적소리를 기억하고 있는 
우리들 4~50대에겐 특히 더하리라. 
젊은 시절 
무슨 낭만인지 청승인지 나도 모르게 
만취만 되면 
서울역 찌든 나무벤치를 찾아가 앉아 
가장 먼곳으로 떠나는 열차의 시간표를 읽다가 
결코 
떠나보지도 못하고 
돌아서 오곤 하던 추억이 떠 오른다. 
청량리역은 
나에겐 특히 잊지못할 추억이 서려 있는 곳이기도 하다. 
내가 유년 시절을 보냈던  강릉을 떠나 살다 (말인고향-평양)
실로 10여년만에  고향처럼 되어버린 강릉을
처음 찾아갈 때도 이 역을 거쳐서 갔었고 
흔히 말하는 데이트를 위해서도 
나는 늘 청량리 역전의 
시계탑을 즐겨찾곤 했었다. 
산행공지를 올리던 날 
야생화님에게 20매의 왕복열차표를 구입케했다. 
춘천행은 언제나 인기있는 열차라 
언제 어느 때 좌석표가 매진 될 지도 모르기 때문에.. 
설레이는 가슴들을 안고 
하나 둘 모여준 회원님들과 
춘천행 열차에 올랐다. 
많은 젊은이들이 여행의 기쁨에 취해 
내뱉는 웃음소리가 
여기저기서 들려온다. 
차창 밖으로 흘러가는 눈 쌓인 겨울정취를 감상하며 
한 시간 반 가량을 달려온 열차가 
겨울답지 않게
부드러운  강바람이 불어대는 강촌역에 이른다. 
소양호를 거쳐 의암댐을 지나 
삼악산 줄기를 휘돌아 곡선을 그리듯 
뒤틀리며 흘러온 강물은 
잠시 강촌교에 이르러서 숨고르기를 하는 듯 
잔잔한 모습으로 유유하기만 하다. 
절벽 위에 길게 매달려 있는 듯한 
꿈의 기차역을 만나게 되니 
이 곳이 강촌 역이다. 
청량리서 한시간 반 가량을 달려온 기차는 
겨울 바람이 휑하니 불고 있는 강촌역에 
우리 일행을 쏟아 붓고는 
기적만을 남긴 체 어디론가 사라져 간다. 
젊은 청춘의 영혼들이 서려있는 이 곳, 
조금은 누그러진 겨울의 쏴한 공기를 뚫고 
들머리를 찾아 발길을 옮긴다. 
서울엔
하이얀 눈이 내렸는데
이 곳 강촌엔 눈 한 송이 내리지 않은 듯 
포장도로며 산허리들이 자연 그대로다. 
겨울은 
모든 사물들을 투명하게 보이게 하는 
맑은 눈을 우리에게 준다. 
했기에 
하늘은 더욱 푸르고 청아하게 보이고
푸른 하늘 바다엔 뭉게구름마저 유유히 떠 있고 
솔나무도 더욱 짙은 초록색으로 보인다. 
음지진 강안 곳곳마다 
흐르던 물들도 동작을 멈춘 채 
하이얀 고체덩어리로 멈춰서 있다. 
우리네 세월도 
가다가 지치면 저렇게 쉬었다 가면 좋으련만 
인정없는 삶의 호된 매몰참이 쉴사이도 주지않고 
어언 예순을 바라보게하는 삶의 벼랑끝으로 나를 내몰고 왔다. 
아스라이 내려다 보이는 겨울 강의 정취에 젖어보고자 
이렇게 힘든 고개를 올라왔다. 
바라보고 느끼는 것만으로도 만족하다. 
한 시간을 낑낑대며
경사가 엄청 심한 깔딱길을 올라오니 
485미터의 강선봉에 이른다.
강을 타고 그림처럼 펼쳐져 있는 경춘가도가 
꿈길처럼 아련하게 시야에 들어온다.
산 정상인데도 오히려 날씨는 봄날처럼 마냥 포근하기만 하다.
한동안 땀을 식히며
저 멀리 발 아래 펼쳐져보이는 
북한강의 유유한 자태를 내려다 본다.
검봉을 향하여 가는 길은 부드러운 흙길이었다.
조금 전까지의 가파른 깔딱은 간데없고
내리막으로 시작되는 검봉을 가는 능선 길은 편하기 그지없다.
40분 가량을 가니
먼저 출발한 유비 일행이 라면을 끓이기 위하여 
버너에 불을 지피고 있었다.
거기에 멈춰서
한참을 기다렸는데도 뒤에 쳐져 오던 18명의 회원들이 
올 시간이 지났는데도 오지를 안는다.
나중에 이유를 알아본즉
길을 잘못들어 하산코스로 들어 서서
한참을 내려가다가 다시 올라왔다는 거다.
그 바람에 산행시간이 예상보다 1시간이나 더 걸려야 했다.
오늘 산행을 위하여
맛갈스런 찌게거리를 한짐 가득 준비해 온 
물안개님의 야망의 대작도 감상치 못하고 하산해야 했다.
예약된 기차 시간에 늦을쎄라
모두가 서둘러 하산한 탓에
얼굴 가득 땀방울들이 보송보송 했다.
구곡폭포의 장대한 빙벽도 감상하는 둥 마는 둥
주차장에 이르니 벌써 시간이 오후 4시다.
버스를 기다리기엔 시간이 없었다.
모두 강촌역까지 걷기로 했다.
젊은이들의 자전거 하이킹 도로를 따라 40분 가량을 걸어
강촌역에 도착하고 나서야 안도의 한숨을 쉴 수 있었다.
예약된 자리를 찾아 앉아
미리 구입한 시원한 맥주로 산행의 피로를 씻어내리며
웃고 즐기는 사이
열차는 어둠이 내리깔린 밤공기를 뚫고 
우리를 서울까지 실어다 준다.
정확히 6시45분 이었다.
집찰구를 빠져나와 역전 광장에 모여 
오늘 산행을 마무리 지으니 시간은 7시를 넘어서고 있었다.
영동지방과 영남지방에 폭설이 내렸다는 사실도
집에 와 뉴스를 접하고서야 알 수 있었으리만치
검봉산은 맑고 쾌청한 이른 봄 날씨였었다.
산행하기엔 더없이 좋은 날이었고
또한 부드러운 흙길은 
많은 눈이 쌓여도 걷기좋을 거라는 느낌을 주었다.
길지만 
결코 힘들지 않았던 산행을 마치고 
어둠이 내리깔리던 강촌역을 떠날 때 
문득 
정호승님의 시가 생각났었기에 
여기에 옮기며 산행기를 마친다.
수고하신 28명의 모든 분께
감사드린다. 
강변역에서(정호승) 
강변역에서 
너를 기다리다가 
오늘 하루도 마지막날처럼 지나갔다 
너를 기다리다가 
사랑도 인생이라는 것을 깨닫지 못했다 
바람은 불고 강물은 흐르고 
어느새 강변의 불빛마저 꺼져버린 뒤 
너를 기다리다가 
열차는 또다시 내 가슴 위로 소리없이 지나갔다 
우리가 만남이라고 불렀던 
첫눈 내리는 강변역에서 
내가 아직도 너를 기다리고 있는 것은 
나의 운명보다 언제나 
너의 운명을 더 슬퍼하기 때문이다 
그 언젠가 겨울산에서 
저녁별들이 흘리는 눈물을 보며 
우리가 사랑이라고 불렀던 
바람 부는 강변역에서 
나는 오늘도 
우리가 물결처럼 
다시 만나야 할 날들을 생각했다
출처 : 도봉에서 관악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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