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간문 )
딸과 나누는 편지
(아빠에게)
아빠 양지예여...
왠 편지인가 싶으시겠지만여...드릴 말씀이 있어서여..
어제 성경을 보다가 이런 말씀이 있었어여.
"자녀들아 너희 부모를 주 안에서 순종하라
이것이 옳으니라 네 아버지와 어머니를 공경하라
이것이 약속있는 첫 계명이니"
라는 말씀이었어여..
그래서 한참 생각을 했어여...나는 어떠한 사람이었나....싶었거든여..
예전에는 아빠랑 참 잘 지내고 그랬던 거 같은데
한살한살 나이가 들어가면서
아빠랑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이 별로 없었던 거 같아여..
(어디서 부터 이야기를 꺼내야 할지는 모르겠지만)
부모가 되어 보지 않아서 그런지
엄마 아빠의 마음을 모두 이해할 수는 없지만...
그래도 내가 무슨 일을 하든지 어떠한 모습의 사람이 되든지
부모님은 나를 누구보다도 이해하고 사랑해 주시리라 믿습니다.
예전에 아빠랑 결혼이나 학교문제로 이야기했을 때는
아빠의 마음을 헤아리지 못했어여...
그렇다고 지금 모두 다 이해하지는 못하지만...
아빠가 이때까지 고생하신 모습에서
'아 내가 아빠에게 짐이 되고 있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어여.
그 짐을 덜어드리지는 못할망정
더 많은 짐이 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자식이 나쁜 짓을 해도 부모는 용서 할 수 있지만...
부모의 약한 모습을 자식은
부모보다 이해하지 못할 꺼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제가 무슨 말씀을 드리고 싶은지 아시져?)
아빠에게 실망하고 그랬던 부분도 있었겠지만...
그래도 아빠가 우리 아빠이기 때문에 아빠를 믿습니다...
세상에 어떤 누구보다 저와 율찬이를 아끼신다는 거를 알아여...
부모님의 마음을 헤아리지 못했던
철 없었던 딸을 용서하시구여..
돌아가서는 어쩌면 또 같은 모습의 삶일 수 도 있겠지만....
그래도 처음으로 가족과 떨어져서 살았던 시간들 속에서
조금은 달라진 모습을 보여드리려고 노력하겠습니다.
엄마아빠를 너무나 사랑하는 양지올림
ps.아빠 같이 교회 다녀여...같이 천국 가야져..!!히~
(아빠는 사랑받기 위해 태어난 사람입니다...)

(딸에게)
양지야,
네가 어학연수를 떠난지도 벌써 넉 달이 가까와 오는구나.
이곳 서울은 30도를 넘나드는 더운 여름이 와 있단다.
기후와 음식과 생활 풍습들이 다른 낯선 땅에서
살아가기란 여간 고생이 아닐텐데
그래도 잘 적응하고 있다니 여간 다행이 아니구나.
오늘 네가 보내준 메일 속에
인용해 보내준 성경 말씀은 인륜의 가장 기본됨을 가르치는
엄숙하면서도 너무도 당연한 교훈일거다
"자녀들아 너희부모를 주 안에서 순종하라.
이것이 옳으니라. 네 아버지와 어머니를 공경하라
이것이 약속 있는 첫 계명이니"
이러한 깊은 의미의 말씀을 이해했다니 너무도 고맙구나.
네가 한 부모의 자식이듯이
이 아빠 또한 한 부모의 자식으로 태어나
소위 일컫는 효라는 것을 제대로 다 하지 못하고 살아가고 있단다.
효는 못할 망정 순종조차도 못하니
나 또한 네게 무엇을 원할 수 있겠는가마는
그래도
그 말씀을 느껴주고 조금은 이해 할 수 있었다니 고마울 뿐이다.
언젠가 우린 너의 장래에 대해서 얘기한 적이 있었지?
사람은 때가 되면 가야 할 길이 있다고...
그래서 학문을 익히고 닦을 땐 그 일을 해야하고
또 나이가 들어 출가를 할 때가 되면 또한 그 길을 가야 한다고...
그런데도 너는 그 길을 거부한다고 하므로써
이 아빠를 얼마나 당혹스럽게 만들었었니?
다행스럽게도 그로부터 오래지 않은 사이에
너는 그 맘을 고쳐먹고 아빠의 말을 이해한다고 했었지?
그래,
양지야,
너를 사랑하는 맘이라면 언제까지고 내 아래에 두고
항상 보살피며, 항상 함께하며, 항상 인도하는 그런 내가 되어야겠지만
그것은 나 하나의 과욕일 뿐이야.
가야할 때를 알아, 가야 할 곳을 가주는 것이 오히려 더
이 아빠의 마음을 편안케 해주는 것임을 알아야 한다.
노자가 그랬던가?
모든 인과관계는 자신의 이기주의로부터 시작 된다고....
공부잘해라. 차 조심해라,출세하라....
이 모든 바램은 상대가 잘 되주길 바라는 뜻도 있겠지만
그 밑바탕에는 자신의 이기주의가 깔려있다는 거다.
자식이 잘돼야 부모가 편해질 수 있는 것 아니니?
자식이 출세를 해야
그 부모또한 융숭한 대접을 받고 살 수 있음이 아니냐?
아무튼 나의 이기주의적인 생각이래도 좋다.
너의 앞길이 늘 순탄하고 막힘이 없었으면 좋겠다.
그리고,
교회말이다.
우리집은 너의 할머니를 비롯해서
너의 엄마,율찬이,네 작은집 식구들 모두모두 믿음의 삶을 사는데
왜 아빠만 외톨박이로 사느냐는 얘기말이야.
그건 이 아빠의 고집스런 마음 때문이야.
예전에 네가 태어나기도 훨씬 전,
나는 집사의 자격으로 신앙생활을 하시다 돌아가신 너의 할아버지 권유에
할아버지가 나가시던 교회를 한번 나간 적이 있었다.
집사님의 자제분이 처음 나왔다고 목사님을 비롯해서
모든 교회식구들이
방가와해주고 축복의 기도와 찬송을 불러 주셨었다.
가슴이 찡해오더구나.
악기를 조금 다룰 줄 알고
글쓰기를 좋아하는 걸 익히 알고 있었던 교회식구들은
내가 교회를 나오게 됐다고 무척이나 좋아하셨었다.
예배가 끝나고
나는 교회를 잽싸게 빠져나와
교회를 감싸고 도는 담도 미처 벗어나지도 못한 체
참았던 흡연을 시작했던 거야.
조금 전까지의 그 찡했던 마음도
흡연 앞에서는 아무 느낌으로도 남아주질 못했어.
그로부터
아빠는 담배와 술을 끊기 전까지는
교회를 안나가리라 결심했었다.
믿음을 가질 수 있는 순수한 마음부터 만들어 놓고
시작하려고 했었던건데...
그로부터 삼십 오 년이란 세월이 지났다.
우리 집은 설이고 추석, 할아버지 제삿날이면
꽃한송이로 제수를 대신하고
절 대신에 찬송과 기도로써
우리는 돌아가신 할아버지를 회고하는 자리를 갖곤 하잖니?
그 때마다 우리집 식구들의 기도 내용은
주님 안에서 믿음갖고 사는 이 아빠가 되게 해 달라는 것 아니였더냐?
그래, 양지야,
오늘따라
네가 메일의 끝에 추신으로 던진 한마디가 아빠의 마음을 흔드는구나
----아빠같이 교회 다녀여...같이천국 가야져----
양지야,
조금만 더 기다려줘.
아직도 이 아빠는 술을 좋아하고
담배의 지독한 연기 속에서 헤어나질 못하고 있단다.
조금만더...
조금만더....
결코 너무 늦지는 않을게.
보고싶다. 양지야~
돌아오는 날까지 항상 웃음 잃지말고
최선을 다하는 모습으로 있다가 오길 바란다.
너는 늘 믿음을 주는 딸이 아니었더냐?
전교생을 통솔하던 학생회 간부다운 듬직했던 너의 모습이
멀리 너를 떨어뜨려 놓은 이 아빠에게
크낙한 위안으로 다가오는 아침이다.
자주 소식 좀 줘.
이 것만이 너의 숨소리를 느낄 수 있는 유일한 거니깐.... 이천일년
유월 오일 아침에...
아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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