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듯 아니온 듯
까페에 조용히 머물며
아름다운 글 한편씩을 남기고 가는 여인.
그런 모습에서
한번도 본 적은
없었지만
너무도 차분하고 조용하며
신앙심 깊은 여인일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평화와 평강
정의와 질서
그리고
조화...
그 뜻을 찾으니 이리도 좋은 의미가 담긴 말~!
샬롬~~~!!!!..
언제나 샬롬이라는 끝 인사를 남겨주는
그..
아빠 함께 천국가요..라고 말하던
우리 딸의 모습을 사랑한다던 여인..
지아비 섬기기를 하늘 같이 하는
여인.
자신의 모든 걸 던져
하늘같은 지아비 뒷바라지를 이루는 여인
비록
온통 회색빛의
생명력없는
도회지이지만
도회지 곳곳 마다
하얗게 벙그라진 목련꽃을 볼 수 있는 봄이다.
목련의 계절이면
한결 더 그녀가 떠오르곤
한다.
어느 해 이른 봄
산제를 지내는 장소에 그녀가 나타났다.
돼지머리를 놓고
향을 피우고 절을 해대는 그런 장소에
그녀가
나타난 것이다.
주님 이외엔 그 무엇도 섬겨서는 안된다는 교리에 충실한 그녀가
이율배반적 장소에
나타나리라곤 상상조차 할 수
없었던 일이었다.
그러나 그녀가 와 준 것이었다.
그것은 단 하나의 이유 때문이었다.
도관방을 사랑하니깐..
사랑하는 도관방의
축제일이니깐
함께 기뻐해 주고 함께 즐거워 해주려고 왔다는 것이었다.
숨이 막힐 듯한 감동이 왔다.
그야말로 목련꽃보다 더 화사한 웃음을
얼굴 가득 만들어 보이는 모습이
너무도
밝았다.
만나서 반갑습니다.
상상대로 모든 분들이 다 정감 넘치는 모습들이네요..
짧은 멘트였지만
말 그대로 반가운 마음이 절절히 흘러내리는 표정이었다.
30분도 안되는 짧은 만남이었지만
오랜 시간동안 그녀를 보고파 했던 소원이 풀리는
가슴 벅찬
시간이었다.
우직스러우리만치
묵묵히 행하는 그녀의 도관방 사랑은 그 전부터
그리고 그 후로도 변함없이 계속되어져 왔다.
어느 날 우연히
나는 그녀와 컴에서 만나 많은 대화를 나누는 시간을 가졌다.
까페에 얽힌 이런 저런 대화하며
그동안 함께했던 시간들에 대한 회상을 대화로 이어가던 그녀가
잠시 정색을 하더니 무겁게 입을
떼었다.
제가 말인님께 꼭 드릴 말씀이 하나 있습니다.
갑작스런 그녀의 말에 순간 나에게
알지못할 긴장감이 돌았다.
무슨 심오한 이야기가 나올 것 같은 불안함과 긴장감...
바로 이어지는 그녀의 이야기...
(그녀) 말인님,
가족
모두 교회에 열심이시지요?
(나) 네...
(그녀) 실은 전도라는 게 참
어렵쟎아요.
(나) 맞는 것 같습니다
(그녀) 도관방에 글을 처음 올리기 시작할
때부터
말인님을 염두에 두고 올렸습니다
(나) ...
(그녀) 전도하고픈
욕심이었거든요
(나) 에구
(그녀) 그런데
(나)
클 난네
(그녀) 아직 말씀을 드리지 못했어요
(나) 에구...
(그녀) 오늘 기회가
되었네요
(그녀) 전도는 거래가 되어서는 안되겠기에
(나) 네
(그녀) 그저 묵묵히 글을
올리고 있었습니다
(그녀) 제가
(그녀) 도관방에서 얼마나 더 있을 지 모르겠으나
(그녀) 말인님을 위해
(그녀)
일년간 기도하던 사람이 있었다는 것을 기억해 주셨으면 합니다
(그녀) 교회에 등록하셨다는 기쁜 소식이 들릴때까지
(그녀) 기도는
계속 하겠습니다
(나) 감사합니다
(그녀) 마음의 부담이 되시면 안되구요 편하게 생각하세요^^
(나) 눈물이 나려하네...
(그녀) 가족의 기도가 더 크실겁니다
(나) 감사합니다
(그녀) 약속한 딱 일년이 다가오는데
(나) 기억할게요
(그녀) 아직 말을 하지 못하여 마음에 큰 응어리가 있었는데
(그녀)
오늘 기회가 되어 얼마나 감사한 지 모르겠습니다
주변에서
여러 사람들이 나를 위해서 기도해 주는 모습을 가끔 본다
어머니를
비롯하여
딸내미,
제수씨..
아우..
어머니나
안식구 교회 식구들..
믿는 친구들로 부터
가끔 나를 위한
기도는 들어봤지만
이렇게 나도 모르는 먼먼 곳에서
나를 위하여 기도를 해주고 있었다니..
이 보다 더한 사랑이 어디 있으랴
싶었다.
정말로 눈물이 나려했다.
감동이 아니고 무엇이었으랴..
나는 그녀에게 해 준 게 아무 것도 없는데..
몸이 안좋아 수술을 두번씩 받는 동안
그리고 그로 인하여 몇날 며칠 병원에 입원
중인데도
그 흔한 꽃 한송이 들고 찾아가 보지도 못했으니..
간밤에 비가 내리고
하얗게 매달려 있던 목련꽃송이들이
제 무게가 버거워
바닥에 한가득 떨어져 쌓여있다.
지는 꽃 잎에
아쉬워하기 보다는
꽃 진 자리에 돋아나고 있는
연초록 싱그러운 잎새가 사랑스럽다.
삶의 한 순간에서
그녀와 맺었던 짧지않은 소중한 인연으로 인하여
세상을 아름답게 바라볼 수 있는
심미안이 내게 만들진 게
아닐까 생각해 본다.
수술한지 얼마 되지 않아
아직도 완쾌치 않은 몸일텐데
그래도 간간히
도관방을 잊지 않고 찾아와 주는 그녀가
있기에
힘들고 어려워도
도관방을 끌고 가야할 의무가
내게 있다는 걸 자각하곤 한다.
신록의 4월
온 산하에 넘쳐나는 아름다운 꽃물결들이
그녀...
아니 당신의 마음이라 느끼며
오늘도
산행 길에
나서는 발걸음이 가볍다.
P.S
님,
원치 않으실 줄 뻔히 일면서도
이 글을 제 일방적 판단하에 올림을 용서하여 주십시요.
죄송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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