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상록 2

[스크랩] 그녀.....11 (첫번째이야기)

末人 2006. 3. 20. 14:25

그녀------11 (첫번째 이야기)

이른 봄
앙상한 가지마다에
함초롬히 하이얀 호롱불처럼 매달려 있는 꽃이
목련이라는 걸 안지는
지금으로부터 얼마되지 않은 5년 전 어느 봄날이었다.
목련꽃은 모두가 북쪽을 향해 피어난다.
봄의 꽃 개나리, 진달래, 복사꽃 등
모두 예쁘고 화사하지만
봄볕아래 유백색으로 피어나는 목련은
세상을 달관한 신의 표정 같기도 하며
명상하는 듯한 표정 같기도 하다.
나뭇가지 끝에서 터지는 한 송이 한 송이가
마치 곡성(哭聲)이라고도 하나
어쨌든 목련은 흰 눈같이 맑고 깨끗한 꽃임에는 틀림이 없다.

바로
이러한 목련이라는 이름으로 내게 다가온 여인
그녀의 닉에서부터 나는
처음부터 너무도 좋은 인상을 받을 수 밖에 없었다.
지금은 불러그로 바뀌었지만
당시엔 "다음칼럼"이라는 이름으로 운영되던 곳.
말인이 쓰는 이별의 시라는 타이틀 아래
일주일에 두 세 편
나의 자작시만을 올리던 공간엘
그녀가 찾아온 것이었다.

그녀가 내게 찾아오는 이유를 알게 된건
그로부터 얼마 지나지 않은 어느 날
그녀의 이메일 한통을 받고서 였다.
내 자작시를
누군가에게 들려줌으로써
그 무언가를 이룰 수 있다는 내용에
오히려 내가 놀라고 감동했을 정도였다.

 
말인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제가 한 영혼을 구원 시키는 일에
전념을 다해 기도중인데.....
얼굴도 모르는 그영혼이 말인님의
"어머니"를 감상하고 나면 큰 변화를
일으킬 것같은 간절한 마음으로
메일을 드렸습니다.
넓으신 마음으로 허락하시니
다시한번 감사를 드립니다.
나중에 ....언젠가는 ..이 글을
왜 가져가야 했는지를 말씀 드리겠습니다.
말인님도 그걸 아시면 글 쓰시는 일에
아마도 큰 보람을 느끼실겁니다.
한 영혼을 변화시키는 일에
마음을 움직이는 시어로 일조를 하신 셈이니까요 .........샬롬(평안)

 
이로부터
그녀와 나눈 메일은 몇통이 더 계속되었다.
마음이,
영혼이 맑은 그녀였다.
그녀를 상상하면
언제나 기도하는 소녀가 떠오르곤 했다.
흡사 
바람없는 조용한 밤,
사랑이라는 달빛이 그윽히 잠긴 호수같을 것만 같은 그녀,,
언제나 자신을 낮추는 여인..


컴을 알고나서
모르는 이성들과
커뮤니티가 이루어진다는 것은
나에게 너무도 흥미롭고 가슴 짜릿한 경험이 아닐 수 없었건만
그녀와의 교감을 이루면서도
어딘가
고결하고 성스럽다는 생각에
그 흔한 이성으로써의 감정 같은 건 느낄 수가 없었다.
아니.
느끼기엔 두려웠다는 것이 맞을 지도 모른다.
느껴서도 안된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세월이 흐르고
일주일에 한두 편씩 자작시를 올리던 내 칼럼은
졸작이건 습작이 되었건 낙서가 되었건
아무튼 300편을 넘겼는데
다음 측에서 칼럼을 없애고 블로그 형식으로 바꾸는 바람에
3,4년동안 이루어졌던 1000명 가까왔던 나의 독자들을
몽땅 잃게되는 안타까운 일을 당했다.
운영하던 대화방도 버리고
어느 계기로 인하여 산행을 하기로하고
산 까페를 만들게 된다.
 
그녀는 어떻게 알았는지
나의 산까페까지 나를 잊지않고 찾아와 주었다.
너무도 반갑고 고마왔다.

출처 : 시간만이 모든 걸 지워줄 것이리
글쓴이 : 말인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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