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도진 우울증
제기럴..
또 도져버렸네..
이구..
사는 게 왜 이 이렇게 고달프기만 하지?
정초부터 뭐가 이렇게 꼬여버리는
거야?
이 모든 어려움이 어디서부터 생겨난 걸까?
그 이유를 찾자면 어거지로라도 찾겠지만
이건 분명히
이미 정해져 있었던
신의 각본에 의하여 벌어진 일일 뿐일지도 몰라.
비켜갈래야 비켜갈 수 없는 숙명..
모든 게 필연일 뿐일거야.
그렇게
치부해 버리면 마음이 편할텐데도
도무지 편해지지 않는 건 왜 일까?
마음이 편칠 않으니
몸뎅이도 자꾸 고장이
나네.
접지르고 시큰거리고 콜럭여야만 하고
두근두근 거림이 자주 반복되어지니
그야말로 포탄맞은 몰골이 되어 버린
느낌이야.
돌아가는 형상은
나만을 밀페시켜 놓은 체
모종의 음모가 진행되어 가고 있는 듯한 공포뿐.
이러다 정말로 자멸하는
건 아닐지?
자멸의 공포가 있는데
뭔들 재미있고 신통하겠어?
산행이?
까페가?
술이?
그 무엇도 만족스럽질
못하네.
믿었던 이의 작은 배신이 충격을 주고
잘 풀려가던 일이 한순간에 막혀버리고
뭐야 도대체...
심혈관 뚫어주는
스텐트 시술을
이번엔 막힌 운명에다가 시술해야 할 판이야.
정말로 힘들어..
차라리 감기가 잘 왔지 뭐.
덕분에 고꾸라진
체 잠이나 잘까?
모든 걸 포기하고
공일이라는 시간의 쓰레기 통에 틀어박혀
조용히 하루를 부식해 버릴려고 했는데
헌데
녀석이 산엘 가자네.
첫 제의인데 거절킨 그렇고..
부랴부랴 보따리 짊어메고 나갔지.
허걱
안경을 빠뜨렸네,
어쩐지
모든 게 희뿌옇고 명확해 보이질 않더니
그게 빠뜨린 안경 탓이었다는 걸
마들역에 내려서야 알았지.
묻고 걸어 산 입구
마트에서
녀석이 묻고 있네.
몇통살까?를...
세 통은 사야지..
파란 거 세통 녀석의 베낭 속에 쑤셔넣고
이제
백만석 식량이나 비축해 둔 듯
마음 든든하여 발걸음 떼는데
내가 좀 빠르다고 투덜대네.
목감기가 호홉을 어렵게
했지만
죽을 만큼은 아닌 듯하여 내쳐 걸었지.
녀석의 잔등이에 실려있는 파란통이 자꾸만 얼씬거려
못내 걸음을 멈추고 작살을
내버렸지.
살맛난다살맛난다..
가슴이 전률하네.
정상언저리서 핸펀 한번 날려봤지.
그리고 찾아냈지.
일행들을..
거퍼 몇잔의 막걸리가 파상공격 당하듯
입 앞에 몰려오네.
모조리 다 목구멍으로 막아냈더니
세상이
돌아가고 있네.
이제부턴 구름위를 걸으면 돼.
몸도 마음도 구름 위에 실었지.
뒷굼치의 시큼거림이 슬슬 밀려오고
정신없던
산행도 거의 끝나가려하니
잠깐 치매 덕으로 잊었던 우울병이 도져오네.
나이가 엇비슷해 보이는 산객이 묻는다.
남자도 우울병에
걸려요?
네.
증상은 어때요?
만사가 다 귀찮고
가만있어도 가슴이 벌렁거리고
인간이 싫어지고
짜증난 것들만
자꾸 떠오르고
그러면 어지러워지고,...
뭐 대충 이정도..
아하...
산객이 느낌표를 길게 찍네.
자신도 한번
걸려보겠다는 건가?
아무나 걸리나?
우울증 걸리는 것도 쉬운 일 아니야..
선택받은 이들만 걸릴 수 있는
신이 주신
특혜야, 왜 이래..
생각하지 말자.
아무 것도..
앞에 잔이 있고
잔 속에 술이 있고
그래서 마셔대고
안주가
있고
씹고
그리고 또 마시고..
또 마시고...
일 저질렀네,
몇 시인지도 알 수 없는 시간까지
늙은 머스마
둘이서
노래방까지 가서
고래고래 소리를 질러 댔으니..
장여사가 문을 닫았네.
허전한 마음 보듬고 깊은 잠
들었다 깨니
벌컥벌컥
냉수 마실 일만 기다리고 있네 그려..
젠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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