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light steel blue size=3 > (말인의 꽁트) light steel blue size=5 > 휴일 오후의 외출 light steel blue size=3 >
일요일 이른 아침부터 정오가 넘도록 가랑비가 내리고 있었다. 자애는 오히려 잘 됐다고 생각했다. 아무 예정도 없이 맞이한 일요일이었기에 날씨마저 화창했다면 더욱 따분했을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오전내내 라디오를 FM 에 맞춰놓고 방바닥에 누워 음악을 들었다. 빗소리와 어우러져 들리는 음악은 조금은 따분함을 잊게해 주고 있었다. "얘, 넌 무슨 애가 그 흔해빠진 데이트 한번 못하고 늘 이 모양이냐?" 시집 간 언니는 친정에 들를 적마다 입버릇처럼 그녀를 놀리 듯 지껄였다. "내가 멋진 남자 친구 하나 소개해 줄까? 친구 동생 중엔 너와 썩 잘 어울릴 수 있는 애들이 더러 있단다." "싫어." 그때마다 자애는 반발적으로 딱 잘라 거절하곤 했다. 그러한 일은 결코 자존심이 허락하질 않았다. 내가 뭐 재주가 없어 이러는 줄 아나보지? 나는 좀 더 사색적이고 깊이 가라앉은 듯한 중량감을 느낄 수 있는 남자를 기다릴 뿐이야. 촐랑대는 사내들 쯤이야 그녀의 주위에도 얼마든지 있다고 생각했다. 총무과의 미쓰터 박이라던가, 자재과의 미쓰터 한 같은 사내들이 그 얼마나 가련할 정도로 데이트 신청을 해 왔던가? 그때마다 그녀는 혼자면 혼자였지 그들과는 도무지 어울릴 수 없다고 생각했다. 오후가 되자 가랑비가 그쳤다. 비가 그치자 그녀는 문득 외출을 해야 겠다고 생각했다. 구름사이를 뚫고 쏟아지는 엷은 햇살이 그녀를 방 구석에 그냥 두게 하질 않았다. 그녀는 교외의 한적한 유원지를 혼자 걷고 있었다. 비에 말끔히 씻기운 연초록 수목들의 잎새가 갓 목욕탕에서 나온 여인처럼 싱그럽게 느껴졌다. 그녀는 아직 물기가 베인 돌 밴치에 앉아 조잘대는 새 소리를 들었다. 마음이 아주 지극히 평온해 지기 시작했다. 그때 저쪽 수목 사이로 한 젊은 사내가 카메라를 메고 이쪽으로 닥아 오고 있었다. 그녀는 그를 정면으로 바라 볼 수가 없었다. 곁눈으로 슬쩍 본 그는 아주 스포티한 옷차림에 차분한 표정으로 긴 머리를 흩날리며 카메라를 걸머진 채 그녀 쪽으로 다가 오고 있었다. " 비 개인 오후의 숲을 영상으로 담으려는 사진예술가" 이런 생각을 하니 그가 더욱 멋져 보였다. "아가씨~~, 아가씨의 모습을 한 장 작품화 시키고 싶습니다." 금시라도 이런 부탁을 해 올 것같이 그는 성큼성큼 다가오고 있었다. 순간, 그녀는 두렵고 수줍은 생각이 들었다. 나같은 여자가 예술 작품의 모델이 된다는 건 자신없는 노릇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녀는 벌떡 일어나 도망치 듯 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그는 계속 그녀를 따라오고 있었다. 그가 따라온다는 생각을 하니 가슴은 울렁댔고 더욱 빨리 그로부터 멀어져야 겠다는 마음이 들었다. "아가씨--, 아가씨--," 그의 애절한 듯한 목소리가 뒷쪽에서 들렸다. 그녀는 숨이 막힐 것 같이 가슴이 벅차오름을 느꼈다. 미쓰터 박. 미쓰터 한의 경망스런 표정들이 카메라를 맨 긴 머리 사내의자신감 넘치는 밝은 표정에 대비되어 한결 초췌하게 느껴졌다. 그녀는 두려우면서도 자신도 미처 생각지 못한 쾌재를 불렀다. "자애씨, 오늘 퇴근 후 제가 커피 한잔 사죠." 누구든 요런 접근을 해 온다면 " 나 오늘 선약이 있어요." 라고 보란듯이 그들을 뿌리치고 빠져나오는 거야... 생각하는 사이 카메라를 맨 사내는 어느새 다가와 그녀의 앞을 가로 막고 서 있었다. 그녀는 애써 자신감어린 표정을 지어보이며 비로서 정면으로 그를 바라봤다. 건강미 넘치는 그의 얼굴에 부드러운 미소가 흐르고 있었다. 그녀는 그가 자신을 단단한 밧줄로 결박지어 끌고 가 주었으면 하는 엉뚱한 생각을 하고 있었다. " 아가씨-,사진 한장 안찍으실래요? 5분이면 완성해 드리겠습니다. 오늘 손님도 없고 20% 디스카운트 해 드릴게요." "녜?" "요즘 같아선 굶어 죽을 지경입니다. 토요일 일요일만되면 영낙없이 비가 내리니....원" 순간 그녀는 무언가에 얻어 맞은 듯 멍한 체 서서 고개를 도리짓 했다. 그때 저쪽에서 그를 부르는 소리가 들려왔다. " 어이 사진사-,이거 한방 눌러줘 봐!" 술 취한 중년의 사내가 한 여인에게 쓰러질 듯 기대어 포옹한 체 그를 부르고 있었다. 그는 힐끗 그쪽을 바라보고는 "웬만하면 한 방 찍고 가시죠?" 하며 쏜살같이 뛰어가 버렸다. 후드득.... 바람이 잎새들에 매달려 있던 빗방울들을 훑어내렸다 자애는 자신도 모를 허탈이 가슴을 파고들어오고 있음을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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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ght steel blue size=2 face= 가을체>(흐르는 곡은 The Last Leaf Cascades )
이 칼럼은 말인의 자작시와 글로 꾸며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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